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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4.02.13 13:39

시골동네 마을회의

조회 수 129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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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도장을 가지고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하니 참석하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도시에서야 반상회한다고 하여도 들은둥 만둥 안가도 그만이지만
시골에서는 바쁜 농번기 빼고 공식적으로 하는 마을회의는 몇 차례 안되기 때문에
어른들께 인사도 드릴 겸 설 뒤에 갖기로 했습니다.
우리야 이 동네 토박이도 아니고 오라고하면 가고 가라하면 가야 인사가 되니 참석을 했습니다.
마침 당일에는 눈이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내려 조심스레 차를 몰았지요.
마을회관에는 미리 준비했는지 막걸리며 떡도 있고,또 이런 날  서로들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거의 모두 나이드신 어른들이신지라 40넘은 젊은 사람은 한쪽에 몰려 앉아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나이 드신 분들이 일의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들 뒤로 물러나 있으시고 일의 결정은 사실상 젊은 사람들이 주선하는 것 같더군요.


점심 전에 빨리 회의하자고 서둘러 회의를 하는데
이 동에 농협사람들이 인사차 왔다고 들어옵니다.
저야 처음 참석하니 한 10분 인사치레하고 가겠거니 했는데..
그분들은 그게 아니더군요.
주야장창 한시간 이상을 조합장이며 운영위원이라는 사람이 떠드는데
내용을 잘 들어보니 이거 순 지역농협 선전장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우리 농협의 물건들이 설혹 다른 데보다 비쌀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 농협 물건을 쓰셔야합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우리 농협이 있기 때문에 다른 장사꾼들이 더 비싸게 폭리를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 농협이 없어봐요, 아주 비싼 가격에 장사꾼한테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마치 폭력배들이
"우리한테 적당히 상납하는게 좋아. 우리가 없어봐 더 지독한 놈한테 뜯기게 되있어"
라고 떠드는 것과 별 다르지 않더군요.
아무리 세상물정과 별 관계없이 살아가는 시골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래도 조금 더 배운 이들이 이런 논리를 편다는게 너무 우스워 보였습니다. 현재 정치를 하는 일부 모리배들의 계산 속이 이렇게 시골 구석구석까지 팽배해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알다시피 원래 농협은 말 그대로 "농업인협동조합"입니다.
농업인 스스로 자발적인 농업편의를 위해 조직한 단체입니다.
그런데 이 조직이 관 주도의 개발독재시대에 도입됨으로 해서 농민을 위한다기보다는 농민들 위에서 자기 이익을 내는 수탈기관처럼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시대가 좋아져서 말로는 존대말을 하는게 다행인 정도입니다.
사실 시골에서 농사지면서 먹고살려면 농협에 가입돼있어야 된다는군요.
말로는 농민을 위한다. 농민을 위해 조합은 이익없이도 일한다고 하지만 자기들 손해는 죽어도 안보는 이자놀이 고리대금업자일뿐입니다.
저야 농사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니 이런 말을 막해도 불이익이 없지만
순박하게만 살아온 지역 분들은 그렇지 못한가 봅니다.


우리야 은행은 서비스업이니 당연히 금융인들은 고객에게 친절해야 된다고 여기는데 이곳 시골의 농협직원은 고객이 와도 손가락 하나로 여기로 가요, 저기로 가요, 영업시간이 끝났으니 다음에 오세요. 등 기분이 상할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군요.
물론 농협 중앙회라는 금융중심의 도시영업점에서는 그렇지 않겠습니다만,
시골의 단위농협의 경우 마치 관공서 공무원 같은 틀에서 멀지 않습니다.


하여간에 마을회의의 절반을 다른이들의 선전장으로 할애하다보니
정작 마을 일들은 유야무야... 앉는 것도 지겨워져서 점심 먹고 다 헤어져버렸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또 농협에서 점심값을 거나하게 주었다는군요.
어찌보면 배 놔라, 감 놔라 상관만 않으면 재미있게 잘 지낼 판이 엉망이 된 꼴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대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봅니다.
내가 아무리 이상적인 방향으로 살려고 해도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삶이 뒤틀려질 때가 너무나 허다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아무리 사람이 사회와 떨어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이 사회에서 내 인생이 과연 내 것인가? 라는 의문점에 봉착하게 된다면
그것은 내가 속한 사회가 과연 건전한 사회인가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과거의 전제주의 사회에서는 통용되는 전통입니다만, 마마 이제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모두 보다 나은 깨끗한 사회를 위하여!
목욕탕에서 열심히 서로의 등을 밀어줍시다.(우잉 이게 웬말)!


  • ?
    허허바다 2004.02.13 13:56
    정말 리얼하게 실상을 보셨군요... 그들의 삶이 금융, 생필품, 생산... 모든 부문에 걸쳐 얼마나 종속화, 예속화 되어 있는지(거의 다 빌린 것) 좀 더 살펴 보시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실 것입니다... 농업인협동조합?... 농업인관리주식회사가 맞겠지요...
  • ?
    산유화 2004.02.13 16:43
    그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그런 실상이 또 있었군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삶이 뒤틀려지는 현실앞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더욱 꿋꿋하게!? 고집부리며 삽시다.(우잉 이게 웬말)!
  • ?
    한푼 2004.02.13 22:59
    산도 깨끗해 졌으면 좋겠고, 정치하는 사람들도 깨끗해졌으면 좋겠고, 나도 깨끗하게 목욕해야 겠어요.(우잉 이게 웬말)!
  • ?
    햄버거아저씨 2004.02.16 22:23
    FTA가 국회를 통과되어 정말 걱정입니다
    이놈의 나라가 농민을 죽여도 한없이 죽이려나봅니다
    그런데 농협놈들까지 우리를 돈으로 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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