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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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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15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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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는 민서네가 키우는 하얀개입니다.
민서네는 우리보다도 2년 앞서 공동체를 나갔는데
그때부터 키우기 시작했으니까 올해로 7년째 접어드는군요.
한 5년전에 제가 처음 보았는데
짖다가 주인이랑 같이 지내는걸 보더니 안짖더군요.
그리고 제작년인가 봤는데 처음에는 짖다가
제가 작아 이름을 불러주자 아는지 꼬리를 흔듭니다.
나름대로 제 눈에 보기에도 영특한 개였습니다.


저는 좋은 혈통의 개보다는 주인만 좋아하는
멍청한 똥개를 좋아합니다.
누군가가 오른쪽에서 나타나면
몸은 그대로인체 고개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멍하게 바라보는 그런 개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동안 키운 개들은 똑똑이 뽁실이,
또또 같은 잡종으로 식용견 겸용이었지요.
아! 한 마리 족보있는 개도 있었습니다.
왜 그 톰이라고 불렀던 비글종이었는데
이놈은 훈련이 안되서 그러나 냄새만 잘맞는 사냥개여서 그런지
매일 쓰레기통만 뒤지다 저한테 무지하게 맞은 개입니다.
이 놈들은 이사오기 전에 모두 지리산 아래
동네분들에게 주고 왔습니다.


그 이유는 민서네도 개들을 많이 기르기 때문입니다.
수컷 진돗개인 독도, 아끼다라는 일본개인 바람이,

암컷인 가을이는 어느 개도둑놈이 훔쳐갔다는군요.
개 값이 한참 비쌀 때에 시골에는 개도둑놈이 넘쳐났습니다.
지금은 중국산 잡개가 수입되면서 개 값이 형편없는 바람에 개도둑도 업종 변경을 했겠지요.  
집이 빈집이면 개가 지키는게 아니라 개를 지키느라
사람이 외출도 못하고 쩔쩔맸을 정도였습니다. 이 두녀석은 사나와 묶어서 기릅니다.


풀린 채로 기르는 개들이 있는데, 흰 개들로 작아 일가들이 있습니다.
작아 일가는 콩가루 집안입니다.
작아의 딸년되는 개가 있는데
민서가 미니작아라고 이름지었는데 그냥 미니라고 부릅니다.
또 작아의 아들놈 되는 햇님이가 있습니다.
햇님이와 미니는 배가 다릅니다.
그런데 햇님이의 어미개는 머리가 좀 나쁜 털복숭이 개입니다.
털복숭이개는 밖에서 기르면 털이 뭉치면서 밉살맞게 생기는데
햇님이는 따뜻한 것을 좋아해서 꼭 연탄보일러 옆에서 잡니다.
그래서 연탄재가 늘 묻어
흰개가 회색으로 된 털실엉킨 뭉치로 돌아다닙니다.
머리도 나빠 사고뭉치입니다.
자동차가 움직이면 작아와 미니는 차 뒤를 따르는데
이 햇님이 놈은 꼭 차 앞에서 겅중거려
차에 치일까 열 받게 만듭니다.


이 작아 일가가 콩가루가 된 연유는 순전히 개들의 본능 때문입니다.
암컷인 미니가 성장해서 암내를 풍기자
갑자기 집안의 개들이 심상치 않게 되었습니다.
독도와 바람이는 미니와 덩치가 안맞기 때문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암내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이복인 햇님이가 미니를 늘 집적거립니다.
그 꼴을 못보겠는지 작아가 지 아들놈을 늘 물어댑니다.
서열상 햇님이는 늘 작아가 먹고 난 뒤에 먹습니다.
작아가 옆에 있는 한
햇님이는 미니 곁에 갈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개들도 대단하구나
아빠가 딸년 지키느라 그러는구나 했지요.

그런데 얼레리야!. 어느 날 보니 이누무 새끼들이 꼬리를 맞대고 있는게 아닙니까?
우리는 고민을 했습니다.
저렇게 되면 유전적으로 열성인 놈들이 나오는 것 아닌가?
또 어느 날 보니 작아가 못가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철계단 위를 올라가야 되는 학교 옥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옥상에서 미니와 햇님이가
또 꼬리를 맞대고 있는게 아닙니까?

흐미... 이 머리 나쁜 콩가루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작아가 늙고 병이 들었습니다.
한집에서 너무 오래 키워 이 집 귀신이 될지도 모를 정도에 이른 것이지요.
더구나 풀어놓고 키운 탓에
이 동네엔 작아와 개사돈을 안맺은 집이 없습니다.
추풍령 일대에 돌아다니는 하얗고 작은 개는
거의 작아의 후손일 정도입니다.  
한때 집집마다 새끼를 낳으면
모두 흰 강아지를 한 마리 민서네 집으로 보냈다고 하는군요.
모두 그 집 개새끼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어느날 작아가 어디가서 뭘 주어먹고 왔는지
캑캑거리면서 토하고 다 죽어갑니다.
목에 무엇이 걸렸는지 많이 부어 올라
곧 죽을 것만 같은 모양새를 보이더군요.
밥은 커녕 물도 제대로 못먹고 비실비실거리는게 너무 안되보였습니다.
개도 집에서 죽으면 안좋다는 동네어른들의 말도 있고 해서 고민 끝에
민서 아빠는 황악산 기슭에 갖다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작아와의 인연을 정리하기로 했던 것이지요.


떠나는 길에 두레가 동행했습니다.
작아는 황학산 직지사 인근의 야산에 두고 왔다는군요.
후에 두레에게 날짜를 물으니 10월 14일 이라는군요..
마지막으로 쥐포하고 빵을 큰 나무 옆에 주니 작아는 주인차에 타기보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먼 산만 바라보고 있더래요.

우리는 후에 작아가 반드시 집 찾아 돌아온다.
아니다 못온다 거기서 거리가 얼마인데 찾아오냐 하고 이야길 하곤 했습니다.
이젠 해도 넘어가고 어디가서 죽었겠지 하고 있었지요.
겨울위 초입이 드는때에 미니가 새끼를 나았습니다.
할아버지이면서 아버지인 콩가루의 원조 작아의 새끼들입니다.
한놈만 어디서 시커먼 놈이 나왔습니다.
이노무 미니가 온 동네 수캐들을 다 꼬셨나 봅니다.
"개 흘레 붙듯 동네방네 다닌다"는
바람난 여인에 빗댄 속어의 원조가  사실임을 입증한 셈입니다.


저는 저번 날에 지리산에 두고 온 또또가
내게 찾아온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날 제가 기르던 또또가 죽은 날일지도 모릅니다.
또또의 행적이 궁금했지만 애써 먼저 동네분들에게 묻지는 않았습니다.
사람과 개 사이의 정도 잊기엔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사실 시골 사람들은 식용견에게 정을 주지 않습니다.
정들기 전 딱 1년 정도 밥만 주고 키우다 휘딱 팔아버리곤 합니다.
주인만 보면 좋다고 꼬리를 흔드는 녀석들에게
잔인해지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설을 맞아 서울에 한 5일 있다 오니
집에 작아같이 생긴 놈이 돌아다니고 있는게 아닙니까?
인근에 작아같이 생긴 작아 후손이 많으니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혹시나 해서 작아야 부르니 난리가 아닙니다.
작아가 집에 돌아온 것입니다.
병들어 다 죽어가던 놈이 자연치유력으로
고쳤는지 전보다 더 살찌고 통통해져서 말입니다.
그 곁에는 이제 걷기 시작한
졸망졸망한 강아지들이 뒤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 ?
    솔메 2004.02.09 12:07
    대단한 일이 벌어졌구만요.
    개들의 본능과 생활에서 인간들도 교훈으로 여길 점이 있음입니다.
  • ?
    허허바다 2004.02.09 15:32
    제가 왜 이리 작아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죠? 시골에서의 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애완견의 길들여진 삶이 아닌 원초적 생명들의 본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 ?
    월전 2004.02.16 20:59
    기르던 개가 아프면 수의사에게 데려가야지
    갖다 버립니까. 비정하시군요.(--). 며칠 치료, 주사 몇방으로 고칠 수 있는 병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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