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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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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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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부근 일대의 명승지나 도로를 다녀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문득 주변의 백두대간 능선의 고개마루에서 우리 집까지의 거리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동 상촌면에서 김천으로 넘어가는 황악산 남쪽의 질매재(우두령),
매곡면에서 김천으로 가는 황악산 북쪽의 궤방령,
황간의 명승지인 백화산의 절벽 사이로 그림같이 흘러나가는 금강상류인 수봉계곡,
보은지역에서 상주로 넘어가는 화령재,
중간 중간에 대간을 넘어가는 지기재, 개터재, 큰재까지의 거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제일 먼 곳이 질매재인데 38Km이고
다음이 북쪽 끝인 화령제는 30Km로
차량이동으로 환산하면 30-40분 안에 도달하는 거리더군요.


물한계곡으로 알려진 영동군 상촌면은 황악산 서쪽에 있습니다. 물한계곡의 주 물줄기는 그전에 공수부대원들이 훈련하다 길을 잃고 얼어죽은 민주지산에서 발원합니다.
이곳의 돌들은 그 전부터 수석으로도 잘 알려졌다고들 하네요. 제 느낌이 그랬는지 몰라도 이 계곡은 북쪽 방면으로 흘러서 그런지 북풍을 그대로 맞는 어깨를 움츠리게 만드는군요. 풍수상 예부터 음기를 품은 곳이다 하는 말이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최근에 영화<집으로>가 이곳 상촌면에서 촬영되었다고 하는데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질매재나 궤방령 모두 황악산 자락에 있기 때문에 도로가 무척 가파르게 나있습니다. 커브도 심하고 겨울이라 그런지 정상부근에는 눈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다시 황간으로 나오는데 경부선 황간 톨게이트 부근에 유명한 올갱이 국밥집이 있다는데 찾지를 못했습니다. 같이 사는 민서아빠가 그러는데 멀리 대구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는군요.

백두대간상에서 비켜나 있지만 백화산은 멀리서 바라만 보았는데도 참 멋진 능선을 갖고 있는 산입니다. 흰눈에 덮여서 20Km는 족히 되는 800-900m대의 연이은 준령이 장쾌해 보였습니다.
길이 없어 관통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를 흐르는 금강 상류가 얼어 하얗게 반쩍거리고 있더군요. 거의 절벽처럼 가파른 계곡으로 들어서는 강줄기를 남쪽의 반야사와 빙 돌아서(거의 40Km) 북쪽의 옥동서원 입구에서 바라만 보았습니다.
날이 풀리면 차가 갈 수 없는 곳이니 걸어서 관통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넘치는 절경이었습니다. 3월초까지 반야사에 이르는 도로를 준공한다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입구의 수려한 계곡을 개발하려는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올 여름부터는 이곳도 난장이 되겠구나 하는 우려감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안쪽 반야사 앞에는 새로운 가게터들이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금강이 더 가파르게 흘러 도로가 들러설 수 없도록 오지로 만든게 그나마 다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군요.
이 동네에는 그전부터 산골 오징어라고 해서 오징어를 산바람에 말려 파는 곳이 있습니다. 맛있다고들 하는데 비싸서 저는 안샀습니다. 그 정도면 겨울바람이 장난이 아닌  우리 집에서도 오징어 말리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쩝(같은 동네인데...)


대간 종주하는 분들이 매달아놓은 색색의 리본이 매달린 대간 마루의 고개들은 추풍령을 지나면 모두 야트막했습니다.
황악산에서 속리산에 이르는 지역의 대간 마루는 구릉지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해발 고도는 높아서 600-700m대입니다. 이곳이 지표의 고도가 300m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에서 가장 낮은 곳이 추풍령으로 220m이니 거기서 다시 우리 집인 반고개까지는 100m를 넘게 올라오고 또 반고개 역시 우리동네에서는 제일 낮은 곳일테니 집 주위의 포도밭은 모두 350m 정도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황간에서 백화산을 보면 굉장히 우뚝 솟아 있지만 고지대인 모동에서 보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일종의 고지대이기 때문에 밤과 낮의 일교차도 있고 해서 옛부터 이름난 과일의 산지입니다. 상주의 곶감하면 대간 너머 동편의 상주가 아니라 대간 서편의 고지대인 이곳 모동, 모서, 화동면 일대의 곶감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추풍령의 포도가 유명하지만 정말 당도가 높은 포도는 이곳 반고개를 와야 구할 수 있습니다. 상표는 동일한 추풍령이라도 반고개작목반 이름이 붙은 것을 찾으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우리 학교에 붙은 옆집이 우리 동네 포도왕입니다. 지난 가을 포도를 서울로 상차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그 집의 포도는 비싼 것이니 조심해서 다뤘던 기억이 있습니다.


동네에서 북쪽으로 4Km만 더가면 경상도 경계를 넘어섭니다. 저희는 이상하게도 먼저번에도 전라도의 끝트머리인 구례의 제일 동쪽에 살더니 이곳에 이사와서도 충청도의 끝에 살고 있네요. 아마도 백두대간 기슭에 살고 싶다고 그런 지역만 찾아다닌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 경계를 넘어서면 경북 상주 모동면입니다. 이 지역은 백두대간 서쪽에 있으면서도 충청도 땅이 아닌 경상도 땅이기 때문에 지자체들간에 논란이 있는 지역입니다.
물줄기가 낙동강이 아닌 금강이기 때문이지요. 최근 상주시가 이 지역에 골프장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정작 그 물줄기를 쓰는 충청도의 영동에서는 난리가 난거지요.
상류에서 농약으로 오염된 물이 금강의 식수원으로 흘러들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옛날에 신라가 백제보다 세긴 셌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알다시피 보통 지방의 경계가 대간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데, 어찌 이곳 고원지역에 이르러서는 그 경계의 지역구분이 무시되었을까 생각하니, 추론하건데  삼국시대에 신라가 더 강성해서 이 지역을 차지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괜히 또 이런 이야기가 지방색 들먹거리는 거 아니냐고 오해나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신라 백제 이야기만 나오면 박정희 시대 이후  전라, 경상의 정치꾼의 농간 때문에 욕바가지나 듣고 난리가 아니거든요?


화령재에 가니 조그만 정자가 있고 백두대간 등산인을 위한 안내표지판이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누가 머물다 갔는지 각종 술병과 쓰레기만 뒹굴고 있었습니다. 고개 아래에 화동면이 있어 가게들이 가까운 탓인지 지저분했습니다.
서로가 잘 가꾸려고 만든 정자인데 왔다가 가는 뜨내기라고 해서 이리 해놓았나 싶은 생각에 속이 상했습니다. 보은에서 상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는 차량 통행량이 많더군요. 바로 아래에 속리산 문장대로 가는 길표지를 보면서 여기부터는 속리산의 영역이구나 싶어지더군요. 야트막한 대간의 산자락이 다시 꿈틀대며 솟아오르는 곳입니다. 

 

사실 용의 잔등에 솟은 비늘이 대간에 비유된다면 용이 꿈틀될 때마다 치솟는 높낮이가 다를테지요.
낮은 구릉이나 높은 준령이나 모두 몸의 축입니다. 내 잔등을 주무르는 안마를 받을 때마다(두레엄마나 이레, 두레는 사정없이 패서 아프기만 함) 낮은 허리를 매만지나, 목덜미를 어루만지나, 정수리를 두드리나 모두 시원함을 느낍니다. 대간마루를 밟는 이들이 국토의 정축를 밟을 때마다 한걸음 한걸음에 큰 기력을 느껴볼 수 있다면 지리에서 백두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를 되새길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산경표에 대한 자료를 찾아 다시 보고 있습니다. 대간을 밟고 우리 국토가 여느 나라와 달리 하나의 살아있는 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정리가 되는대로 다시 올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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