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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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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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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리 글을 못썼는가 따져보니 이사한 이후 제대로 책을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한쪽에 쌓여있는 책 더미를 보며 이제는 서재를 정리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방 들인다구 뚝딱거리면서도 책꼿이를 새로 짜야되는데,,,하는 조바심만 있었지 그게 책읽기의 간절함으로 다가오지 못했던거지요.


우리 집 족보에도 올라있는 안중근 종형(족보 항렬상 저와 같은 촌수에 해당하는 根-뿌리 근-자 돌림)의 말대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는다"

친다면 저는 고양이 혀바닥처럼 온통 까실까실해야 할 터입니다.

날도 따스하고 해서 교실 한켵의 썰렁한 서재에 들어서서 책 보따리를 풀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책을 정리하면 이게 휘다다닥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한 권 한 권 끄들려보고 지난 세월에 줄쳐 놓은 대목도 읽고 그때그때 감동되어 책 모서리에 써놓은 단상도 보고 그러면 하루해가 후딱 지나갑니다. 요 몇 일 그리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도 다 정리하지 못했지만 중간에 스코트 니어링 부부의 책을 만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에 출판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름다운 삶...마무리>,<조화로운 삶>,<조화로운 삶 그 이후> 그리고 자서전이었습니다. 요즘 귀농을 앞둔 많은 이들에게 권장되는 책입니다.


그 분들의 자연에 대한 조화로운 삶의 자세. 생활방식 등에서 많은 공감을 갖게하는 책이었습니다. 시골생활을 꿈꾸고 있는 많은 분들이 우리집에 놀러오면 대부분 그와 같은 삶을 이야기합니다. 또 그와 같은 인생을 살아야 즐겁게 사람같이 사는구나 하실게 당연한 것이구요. 언젲가 두레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면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어"

헬렌과 스코트는 책임질 가족이 없었습니다. 부양해야 할 어머니나 자식이 없었습니다. 우리도 자기만 좋다면 몇날은 배고파도 서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 좋아서 사는 일인데 누구 탓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귀농자가 시골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보다는 함께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 때문입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부모와 자식에 대한 마응이 다르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자식놈 대학 보내고 나면 고향에 가겠다, 부모님 떠나 보내면 내려가야지요....

그런데 그런 일도 모두 감안하고 내려오신 분들조차도 결국 실제 생활에서 맞부닥치는 그 한계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도로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기곤 합니다.

가족에의 책임감 . 마치 수도자가 모든 인연을 끊고 출가하는 심정이 아니면 어쩔수 없듯 니어링 부부는 가족에게서 자유를 가진 이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부분 가족구성원에 책임을 지닌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사회상을 지닌 우리에게 이들의 삶의 자세는 대안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자기를 따르려면 날마다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지요. 도시의 삶에 뿌리박은 이들이 새로운 삶의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바로 종교가의 열정적인 마음이 없으면 힘들다는 것입니다. 노자의 말처럼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게 현명할 것입니다.


스코트는 대학교수 출신의 지식인으로 헬렌은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시골로 밀려난 변두리 인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삶을 피곤하게 하는 호구지책의 노동이 결코 없었습니다,

시골생활에서 하루 4시간 정도의 노동을 하는 곳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드믄 일입니다. 품을 팔아도 8시간이 하루 일당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여름이면 무려 14시간의 일을 하루로 치는 것이 우리나라 농사일입니다. 일이 지겨워 호미를 내던지는게 우리네들의 삶입니다.
일년 열두달 자기가 태어난 골짜기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하는게 우리네 삶입니다. 일년중 반은 강연이다 여행이다 여유를 가진 이들과 허구헌 날, 날이면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단조로움과는 그 삶의 질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거기다 만일 짐승이라도 치게 되면 밖으로 하루정도 여유를 가지고 보낼 시간도 없게 됩니다. 돼지들 하루라도 밥을 안주면 어떻게 되는지 돼지 안기르면 도저히 상상이 안될 것입니다. 하다못해 개들도 하루 굶으면 난리가 아닙니다. 짐승에 묶여 자기 시간이 없기에 매일 좁은 공간을 배회하게됩니다. 동물의 본능 중에 외쿠메네라는 영역이 있다고 합니다. 삶의 울타리가 작으면 스트레스가 있는 법입니다. 사람이라고 동물의 본능이 없겠습니까?
왜 우리가 여행을 하면 마음이 시원하고 상쾌할까요. 틀에 갇힌 단조로운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축산인들의 삶이 우리네 농촌인들의 현주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농촌이 돈을 만지려면 소, 닭, 돼지, 꽥꽥거리는 오리에 하다못해 개라도 키워야 몫돈을 만집니다.

시골가서 웬 욕심이냐구요? 그렇다면 할말은 없습니다.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많지만 우선 떠오르는 두가지 이유만으로도 니어링 부부의 삶은 우리의 귀농자들에게 모범적인 교과서는 결코 아닙니다. 귀농을 알리는 대부분의 단체들이 환경운동과의 연대를 모색합니다, 환경단체의 대부분들이 지도하는 귀농방식은 과거 자본지향적인 사회가 아닌 전통사회의 지속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8세기 이후 세계는 자본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우리는 후회가 막심함에도 불구하고 이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즐거운 인생을 살려한다면 도시를 벗어나지 않는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귀농을 잘 안 엮어지는 경제적인 필연성으로 자꾸 합리화 시키지 말고 다른 논리로 접근하는게 좋을듯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정신적인 즐거움 아마 종교인들이 추구하는 영성의 자유와 같은 또다른 가치관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 ?
    나그네 2004.01.10 21:59
    '菜根譚' 한구절. '산 속 오두막집에서 솜 대신 갈대꽃으로 만든 이불을 덮고,눈과 구름을 벗삼아 명리를 떠난 생활을 하면 티끌에 물들지않는 밤기운같은 맑은 기운을 보전할 수 있고,대잎술잔을 기울이며 맑은 바람 밝은 달에 대하여 시를 읊조리노라면 진세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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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4.01.15 09:43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秋風山人의 담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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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버거아저씨 2004.01.23 01:02
    오랜만에 글하나읽고 갑니다
    두레 이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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