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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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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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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해 전에 전국의 폐교를 알아보던 중에 백두대간 마루금에 있는 유일한 학교인 인성분교를 알게되었습니다. 그때는 차가 없을 때라 물어물어 찾아갔었지요. 학교를 얻어보려고 상주교육청에 연락하니 녹색연합에서 이미 임대를 해놓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모르는 기관보다는 오히려 환경단체가 얻어놓았으니 평소 생각해왔던 생태교육장으로 학교운영계획을 말하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겨 속으로는 한시름 놓았었지요. 당시 인성분교는 폐교된지 오래되어 여기저기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 제 눈에도 안스러워 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활용방안이 환경과 관련단체, 그리고 교육청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여겼었지요.


생태교육장으로 사용하려는 여러 계획서와 제가 생태와 관련하여 써놓은 글, 작은 이력사항 등을 담고 관련 자료도 붙여 두툼한 내용을 담당자에게 보내었습니다. 그런데 연락이 안오더군요, 무슨 관공서에 서류 넣는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는 응답해야 할 아무 이유도 법적으로는 없으니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답답한 것은 제 쪽이니 수소문해서 임대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더니 서류내용을 이미 보았는데 자신들은 아무 계획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냥 임대만 하고 있을뿐 어떤 활용방안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드려도 그냥 두라는 것이었습니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자리잡은 상징성을 생각해서라도(다른 나라와 달리 뒷동산의 산을 오르면 물을 건너지 않고 민족의 성지인 백두산까지 이를 수 있는 국토)산하를 아끼고 이 산하와 어우러지는 민족을 생각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혼을 심어 줄 수 있는 교육의 마당이 될 수 있는데 그냥 방치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만 그분들이 그래도 환경을 생각하는 분들이니 머지않아 좋은 방안을 세울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최근에 제가 이곳 추풍령에 이사하고 난 후 멀지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다시 인성분교를 찾아보았습니다. 5년만에 다시 찾은 학교는 이제는 부서질대로 부서져 그곳에서 무슨 계획을 세우기에는 이젠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상태로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일까? 마을 분들에게도 물어보니 자신들의 동네에 있는 학교가 저리 버려져 있는 것이 아깝다고 했습니다. 제가 만일 그 학교 출신이라면 눈물이 날것만 같았습니다. 이전에 지리산 아래에 송정분교에 있었을 때나 이곳 신안분교에서나 심심찮게  학교 졸업생이라고 하시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의 어릴적 기억을 소상히 들려주며 추억이 어린 모교가 깨끗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네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해볼 때 폐교를 방치하는 것은 그 지역민의 마음을 담아두지 못하고 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활용방안이 없다면 임대를 해지하여 남이라도 빌려 활용하게 해야할텐데 그냥 선점해놓고 방치한다는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국토를 아끼고 환경을 생각한다는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종교의 종파나 학문의 학파에는 극단의 단체나 파벌이 있는 법입니다. 이슬람교는 그 종교의 장점을 아무리 이야기하여도 자기들의 극단적 종파인 원리주의자들 때문에 현재 이슬람을 모르는 세계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상이라도 그 일부를 절대시하는 맹신주의자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그 사상의 생명은 죽어가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기독교도 비이성적인 것을 터무니없이  추앙하는 이들을 일컬어 극단적 근본주의자라고 하는데 수적으로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파괴력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기독교도는 그런놈들이지 하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정치판에는 보수이든 진보이든 극단주의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설레발 때문에 대다수 한국인들은 석박사가 수두룩한 정치인들을 그렇고 그런 놈(?)이라고 대놓고 욕해도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공해를 염려하여 주창하게 된 환경사랑에도 이러한 극단의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모든 문명을 거부시하는 히피들의 생각이 그러하고 참 자연인을 동경하여 원시인을 모방하려는 나체주의자들도 있습니다. 그 분네들의 평화적인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을 혐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다른 하나의 유산인 인간의 문화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우리가 발견했고 지켜왔던 아름다운 가치을 파괴하려는 무질서를 경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환경을 지킨다는 명목을 위해 우리들이 쌓아왔던 아름다운 기억들도 버려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으면 절로 사라지는 건물 바로 조상들이 전해준 흙집이었을 것입니다. 기념비적인 석조건물을 즐기지 않던 우리네들에게 백두대간 마루금에 인공적인 시설물이 걸쳐있으니 사라져야만 한다고 여긴다면 또 그것처럼 율법적인 어리석음도 드물 것입니다. 강산 혈맥 곳곳에 쇠말뚝을 박은 일제의 무지함과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극단의 생각을 가진 환경주의자들은 차라리 숲속의 동물로 태어나는 것이 좋은데 어쩌다 인간의 탈을 쓰고 태어났음을 안타까워하며 사는게 나을 것입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순리입니다. 또한 역으로 우리의 미래를 생각지 않고 당대를 사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댐이 만들어져 수몰민과 주변에 안개가 끼어 일조량 변화에 애가 타는 이들이 있다면 수돗물을 쓰고 관광자원으로 부를 쌓는 이들이 있습니다. 갯벌이 막혀 수입이 없어진 어민이 있는가 하면 돈벌이 좋은 건설업자와 막일꾼이 먹고 살고 어쩌면 우리나라 서해안 어디, 아니 중국 산동성에 또다른 갯벌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닫힌계에서 물질불변의 에너지 법칙처럼 말입니다.


귀에 달면 귀거리 코에 달면 코걸이 식의 해석에 우리는 일희일비합니다. 한때는 초목이 무성해 석탄으로 남아 우리에게 그 이름을 전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삼엽충이 무성하다. 공룡이 번성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사람보다도 수백배는 많은 개미들이 우점종을 차지하는 이 지구를 보면 지금 진정 누가 이 시대의 주인공인지 묻게 만듭니다. 사람이 사람의 형상을 입고 살아야 한다면 사람으로써의 역할을 잘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이 동물과 달리 먹고 사는 본능을 넘어 이성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요. 물론 사람을 위해 이 세계는 만들어졌다는 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만이 이 자연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진정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내 극단의 생각 때문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삶에 보탬이 되지못함을 반성하는 삶을 가졌으면 합니다.


부안은 어제도 불타올랐다고 합니다. 이제는 핵폐기물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단체들의 이기심이 더 본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의 현실상 맺힌 것은 풀어야 하듯 어디엔가는 세워질 수밖에 없는 것을 우리가 서로의 이익 때문에 화합을 잊어버린 것만 갖습니다. 애시당초 전기가 없어 불을 안쓴다면 아무런 고민거리도 아닌데, 차가 없어 모두 걸어다니면 되는데 자기들 편하자고 서로서로 차를 원하면서 폐타이어는 나몰라라 합니다. 똥이 더러우면 밥을 먹지 말던지, 제 똥도 못치우면서 맛있고 많이 먹는 것만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집집마다 있는 수세식 화장실부터 모두 헐고 자기똥 치우는 일이 진짜 환경사랑을 지키는 근본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똥간도 무너져 내리는 백두대간 마루금의 인성분교 앞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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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3.11.20 01:03
    다치신 발등은 얼마나 나아지셨는지....
    '이기주의'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 모두 혈안이 되어있는 사회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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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버거아저씨 2003.11.20 04:40
    오랜만에 부부의 두 글이 올라와서 좋구요
    추워지는데 보일라실은 완성되었나요?
    공기가 너무 길군요
    두레 이레가 보고십군요 --- 몸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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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11.20 09:23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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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막 2003.12.09 16:15
    저는 조직의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 중입니다.
    무슨 좋은 일을 크게 하려면 조직을 세워야 하는데, 조직을 세우는 순간 관료주의와 조직이기주의의 감염을 피할 수 없으니... 녹색연합도 그런 경우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이곳에 찾아들게 되는 까닭도 이곳엔 조직이 없는데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때문이 아닐까...
    두레아빠의 그 답답함, 그 환경론, 100%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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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운 2003.12.28 04:16
    두레아빠,엄마 그리고 두레,이레 모두 건강하게 잘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이곳 순천 취운,취정,서한태,불무,이송,백운,수양버들,왕시루봉,우번대 모두 잘지내고 있지요.다음에 또 소식 드릴게요....저물어가는 한해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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