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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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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08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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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쌀쌀해 졌습니다.
12월까지도 우리 집에서 주무시겠다는 요청들이 계속 들어옵니다.
저희가 잘해드리는 것도 없는데, 멀리서 인터넷보고 갈까 하는데
괜찮겠느냐고 넌즈시 물어옵니다.
그런데 손님들의 문의가 올 때마다 이제는 학교 교실에서 주무시기에는
너무 춥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안된다고 할 수가 없어 우회적인 완곡한 거절의 표시인데도
뭐 어떠냐고 옷 두둑히 입으면 된다고 하시며 결국 찾아오십니다.
할 수 없이 교실의 난로에 지필 장작을 구하고
가스난로와 전기판넬을 점검하고 순간 온수기를 가동하지만
그래도 새벽녘에는 몸을 움추리기 마련입니다.
부근의 좋은 숙소들을 마다하고 굳이 우리집을 찾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술 한잔들 하시면서 난로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면
긴 겨울 밤도 휙휙 지나가는 듯 합니다.
교실에는 70-80년대 학교에나 있던 추억의 무쇠난로가 있는데
다들 오셔서는 난로 위에 양은 도시락 올려놓고 당번 한명이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그러다 옆의 놈이 건드려 도시락 깨박치고,
언놈은 도시락 밑에 김치 지져먹는다고 깔아논게
하필 제일 밑에 두는 바람에 까맣게 들러붙은 이야기며,
난로에서 불쬐다 나이롱 교복 눌러버린 이야기들을 주고받곤 합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때는 에리트니 스마트니 하는 감장 교복을 입었을 땐데,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형들이나 친척들이 입던 교복을 물려받아 입는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자기 체형에 맞지 않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도 많았는데,
팔목이나 발목이 껑충 올라온 애들도 있는가하면 소맷부리를 한번 접은 아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귀한 교복의 소재는 대부분 나이롱이었는데 이게 열에 무척이나 약해
뻑하면 울거나 다리미질 한번 잘못했다가는
등짝에 삼각형의 다리미 자국이 선연하게 찍히곤 합니다.
지금은 이름은 잊었지만 어느날인가 점심 먹고 난 후에
한 친구가 팔짱끼고 등뒤로 불을 쬐는데
한 녀석이 지나가다 툭 건드렸습니다. 중심을 못잡고 양팔을 허공위로 한두바퀴 휘돌리던 그는 끝내 벌겋게 달아오른 무쇠난로 위로 엉덩이를 갔다 대자마자 튀어 올랐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0.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라고 기억합니다만
다행히 그 친구는 데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난로에는 검은 나이롱 교복 바지가 척 들러붙어 이글이글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의 엉덩이로 향했는데,
모두들 와악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는 노팬티이지 뭡니까. 왜 빤츠도 안입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지만
마치 영화 "쇼걸"의 광고 포스터를 연상하는 까망 교복 아래 허연 살이 생각나곤 합니다.
오늘도 난로 옆에 걸터 앉아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고구마 하나 올려놓습니다.
난로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말입니다.

  • ?
    솔메거사 2001.11.21 10:55
    [새마을운동 시절]의 무쇠난롯가의 재미있는 학창시절 이야기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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