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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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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4.08.29 15:54

태풍이 지나간 후

조회 수 171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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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바다에 이상이 생기면 난기류가 형성되고 결국 점점 커져
턔풍이 되어 온 세상을 휘젓습니다.
조화가 안된 지구내의 온도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지요
한쪽에서는 바람이 거세 간판이 떨어졌네, 비가 와 홍수가 났네, 사람 죽네...등등
그런 난리가 없습니다만,
태풍이 형성되지 않아 어느 한쪽의 기류가 흐르지 않으면 동맥경화에 걸려 고혈압으로 쓰러진 이들처럼 지구는 대재앙에 직면하게 되고 만다는군요.
그런 측면에서 태풍은 지구내의 이상기류를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꼭 필요한 현상입니다.

태풍을 핑계로 한 우리 집 부부싸움 이야기 하나 하렵니다.
누가 보면 두레네 집은 부부간에 싸움도 안 하나 봐!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빈도 수로 보면 정말 우리 부부는 싸움을 거의 안 합니다.
두레엄마 말로는 자기가 참아서 싸움이 안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사실 정말로 성질 나쁜 저는 남을 잘 배려해주지 않는 편입니다.
제 성질 때문에 꼴 보기 싫은 이들은 아예 대면도하지 않기에
사람간에 부딪칠 일이 없는 한적한 시골에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 비위도 맞춰주며 유들유들하게 사는 좋은 처세술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어디가서 꼿꼿한 선비같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온 걸 보면
달리 생각하면 꽤나 모난 사람인가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를 이해하고 잘 참아주는 마누라 덕에
저는 가만히 앉아 저절로 착한 사람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아내에게 감사할 일이지요.

저는 몇 달 전쯤부터 어금니가 아파 이를 빼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이었습니다.
치과에서는 풍치이니 나중에 임플란트 치료를 해야하는 것이라는군요.
그냥 쑥 뽑으면 당장 시원하겠지만 그러면 주변의 이가 흔들려 나중에 더 큰 비용이 든다고 하니 대책없이 휙 뽑을 수도 없더라구요. 또 그게 며칠 있으면 가라앉기도 해서 철도 바쁘고 해서 그냥그냥 지냈었습니다.

이제는 제법 저녁에는 으슬으슬해지는 철입니다.
그런데 이레가 난데없이 아이스크림을 사먹겠다는 것입니다.
도시처럼 가게가 가까운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요새는 차도 없으니 아이스 하나 사러 몇 십분씩 땀내고 갔다오느니 안먹는게 더 시원할텐데도 말입니다. 허락도 없이 엄마 지갑을 만지고, 옆집 민서네 삼촌께 부탁해서 갔다온다는 것입니다.
제가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이누무 지지배가 없으면 없는대로 참아야지 웬 난리야"
두레엄마도 이때만 해도 같이 야단쳤습니다.
"너 하나 먹자고 다른 사람들 귀잖케 하냐" 그런데 이레가 저를 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요것이 요새 중학교 가더니 사춘기라 그러나 반항심만 들어가지고 아부지 말씀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거 아냐?
이도 아파 성질도 나는데 더 화가 났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갑자기 두레엄마가 딸 편을 드는 겁니다.
그렇잖아도 며칠전에 무슨 신문을 봤는지 <엄마는 딸의 미래다>하며 구시렁댔었는데...
딸아이를 야단치지 말라는 것이지요. "아니 아빠가 돼서 딸 아이도 야단 못치냐?" 그랬지요
화가 나서 보고있던 텔레비전 리모콘을 홱 집어 던졌지요.
그리고는 서재로 와서 읽히지도 않는 책을 밤새 뒤적거렸습니다.
두레가 왔다갔다하며 두레엄마한테 지금 아빠 뭐 한다고 다 말했는가 봅니다.
따른 때 같으면 금방 와서 이러저러하다고 이야기할텐데 오늘은 오지도 않습니다.
그 날 밤 생각 같아서는 아이스크림 한보따리 사기지고
이거나 먹고 배탈이나 나라하고 들이밀고 싶어지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자기가 옛날에 아버지(그러니까 장인 어른)한테 야단을 맞은 기억이 있는데 지금껏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섭섭하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레 말로는 자기는 삼촌한테 차 태워 달라는게 아니고 자전거 빌려달라고 그랬다는군요.
고요한 바다에 태풍이 발달할 때 처음부터 큰 규모로 시작하나요.
따지고보면 별것도 아닌데 나중에 커지면서 탄력이 붙는 법이지요.

그 다음날 저는 치과에 가서 이빨을 홱 뽑아버렸습니다.
마취를 했는데도 되게 아프더군요.
그리고 이레는 인간 리모콘이 되어 아빠가 보고 싶은 프로를 말하면
이 채널 돌리고 저 채널 돌리고 있습니다. 엄마 대신 제 등도 긁어주면서...
문제는 두레엄마인데...
"엄마는 딸의 미래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만족을 못한다는 말 같기도 하고
슬슬 아내가 한 말이 무서워지는 것을 보면 남자가 늙어간다는 증거라는데...
그렇다면 늙어가는 내 마음이 문제인가?

  • ?
    부도옹 2004.08.29 23:55
    두분이서 싸울 일도 있습니까?? ^^*
    말씀대로 두레아빠의 성격이 그러하시다면 두레엄마가
    良妻이시네요.
    '모난 사람'은 집에서 풀든지, 아에 꼭 다물고 있든지 하거든요. ^^
  • ?
    허허바다 2004.08.30 13:12
    싸울 수 있다는 것...
    저가 보기엔 아직 젊다는 것... 부럽습니다~~ ^^*
  • ?
    슬기난 2004.08.30 21:44
    유들유들한 처세술 못갖춰 괴로움을 겪는 두레아버님 마음 이해가
    됩니다. 어쩝니까? 그래도 살아내야 할 인생인데,,,
    상대방의 마음이 되어보면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 하지요.
  • ?
    오 해 봉 2004.09.02 22:01
    미소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그져 그런가보다 해두시고 지나세요,
    중학교 1학년 이레로써는 당연히 그럴수있겠네요,
    화낼일 있을때는 메모지에 글로써서 싸워보세요,
    실험삼아 꼭 그래보세요 (^_^).
  • ?
    햄버거아저씨 2004.09.03 18:37
    아 ~~~~~~

    아이스 크 리~~~~~ㅁ

    아스라이 어른거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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