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에 가을바람이 불다

by 두레엄마 posted Oct 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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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거의 일주일만에 학교밖을 나가보았습니다.
몇일은 방안에 앉아 다람쥐도 아니면서 잣과 호두를 까고 지냈습니다.
움추리고 꼼지락거리는 일이 더 힘들다고 두레아빠는 못본척하고
저만 애가 닳았지요 뭐!
이곳은 호두가 많이 생산되는데 청설모 피해가 아주 심하다고 합니다.
그냥 두면 반도 못건진다고들 합니다. 산에 다닐때 날렵하고 예쁘게 보이지만
사실 외래종이라 우리나라의 전래동물인 다람쥐를 밀어내고 우점종이 되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한것은 청설모에게 좋은 일이지만
먹어치우는 양이 너무 많아 경제현실을 중시하는 인간과의 공존의 삶을 이어갈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러니 잡아야 한다는 의견에 은근히 마음이 가네요.


어느새 학교 진입로의 논 한편은 추수를 끝냈더군요.
추수를 끝낸 논에 참새가 이삭줍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포도밭에 기웃거리며 혹시나 덜익어 안따고 버려둔 것이 있나 기웃거렸습니다만
올해가 흉작이었던지 조그만 꼬투리도 없이 깨끗하게 따져있더군요.
작은송이들은 가치는 없어서 예년의 경우 그냥 두었다는데,
올해는 흉작이라 모두 포도즙이라도 짜려는지 알뜰이 수확하셨더군요.
풍년이 들어야 곡간에 인심나는 법인데 올해와 같은 해는 참 드믄것 깉습니다.


들어오며 학교초입의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노랗게 떨어지는 은행알들을 주었습니다,
전 옻을 안 타기에 마음놓고 은행을 만졌더니 한 삼일만에
아침에 일어나니 그야말로 얼굴이 가관이었습니다.
거울속에는 웬 낯선 사람이 있더군요.
제얼굴을 본 두레아빠의 소감은,
"어느새 할머니가 됐네. 미래의 얼굴이 그려지는데? 하하하"
이레는 엄마얼굴이 이상타며 호들갑이고 무뚝뚝한 두레놈마저
이상한지 들여다보며 엄마 아프냐고 묻습니다.
거기에 몸살기마저 있어서 그 밤에 결국엔 가까운 보건진료소에 가서
주사를 맞고는 최신식 자동 안마기에서 안마까지 받고는 왔습니다.
그 바람에 집에서 자리보존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하늘이 점점 더 파래져 갑니다.
우리가 이사오면 가을에 같이 김장을 하려고 민서네서 뿌려둔 배추들이
싹이 나면서부터 비를 하루걸러 맞아서인지 아주 녹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을 배추걱정을 하고 있으려니 지금이라도 거름 많이주고 알타리와 열무를 뿌려
놓으면 그래도 된다는 말에 땅을 고르고 씨를 뿌렸습니다.
아침엔 이슬이 있으니 물은 안주고 저녁엔 꼭꼭 물을 주었더니 며칠만에
싹이 돋아났는데 어찌나 예쁘고 고마운지 아침저녁으로 둘러보며 발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아이들보고 틈만나면 물을 주라고 일렀는데
이녀석들은 채소에 물주기보다는 밭 한쪽에 잡풀씨를 심어놓고 꽃씨라고 우기며
엉뚱한 데에 더 정열을 쏟고 있네요.
사람이 원래 자신이 마음 기울이는데에 더 손길이 가는가봅니다.
저희도 괜한 일에 정신이 팔려 허둥대는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