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어드벤쳐 II.

by 두레엄마 posted Dec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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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려서는 거의 모든 집의 화장실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하는 소리가 똥통 속에서 울려나온다는
귀신 시리즈를 요즘의 아이들은 화장실과 연계지어 상상하지 못한다.
밤에 급하게 화장실을 갈때면 머뭇거리게 하는 그 곳까지의 거리.
그 거리가 아직도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유효한가보다.
심야에 화장실에 갈때면 두레와 이레는 서로에게 말한다.
오빠, 화장실 가자! 이레야 화장실 가자아아.
그러면 서로는 주섬주섬 옷을 읽고는 랜턴을 들고는
이레야, 가자. 아이, 오빠는 꼭 밤에 가냐? 하며 둘은 밖으로 나간다.
이레나 두레는 서로 밤에 볼일을 볼때마다
랜턴을 들고는 한놈은 밖에서 기다리다가 같이 온다.
때로 이레는 간혹 자기볼일이 아니면 약속을 깨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두레는 급하니까 혼자서라도 간다.
집을 나서며부터 엄마, 엄마, 불러대며
화장실에서도 엄마, 엄마, 점점 큰소리로 확인을 해대며
볼일을 마친다.
어떤 때는 그 볼륨조절이 안되는 목소리로
아는 노래는 다부르며 볼일을 보고온다.
<쉿! 우리집만 아는 비밀하나를 전격 공개합니다- 두레는 어려서부터 큰거를 보고나서는 꼭 똥꼬를 물로 씻는 버릇이 들어 있다. 그런 연유로 밖에서는 절대로 큰거 보러 화장실을 안가는데 문제는 우리집 화장실이 물을 쓸 수 없다는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레는 화장실에서부터 집까지 고추를 달랑거리며 오는데 바지춤이 늘 엉덩이 아래에 걸쳐 어기적거리고 온다. 지난 여름에는 시원하게 벗고 왔지만 요즘에는 팬츠만은 걸치고 온다.>

한번은 두레의 볼일 때문에 이레가 같이 갔는데
생각보다 늦게 왔다.
그래서 물으니,
응. 간김에 나도 그냥 옆의 화장실에서 같이 보고 왔어. 또 가려면 귀찮으니까.
두레와 이레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밤에 서로 가자고 하면
대체로 아무말 없이 따라나선다.
어느 날 밤.
내가 두레 아빠에게 말했다.
두레 아빠, 화장실 가자.
두레 아빠는,
두레야. 엄마 화장실 간댄다. 랜턴들고 같이 갔다와.
어라... 이 양반이 말이야....
그 날 두레는 랜턴을 들고는 밖에서 똑똑이를 비추며, 노래를 부르며 날 기다렸다.....
화장실에서 듣는 아들의 세레나데는 앞산 백운산 위로 칫켜 뜬 달보다도
더욱 어둔 밤하늘을 밝혀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