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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1.12.18 22:13

화장실 어드벤쳐 I

조회 수 110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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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화장실이 어드벤쳐야"
지난 여름 빗속에 오셨었던 어떤 분이 비에 젖은 화장실 나무계단에 미끄러질뻔 하다
이렇게 재미있게 붙이신 말입니다.
교실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나무 계단을 두 개나 오르고 샛길을 지나
경사가 급해 조심스러운 나무 계단을 지난다. 총 나무 계단을 세 개나 지나야 한다.
그리고는 코끼리도 들어가 앉을 수 있겠다하여
우리가 붙인 일명 "코끼리 화장실"에 올라 설 수 있다.
두어 차례 방송 인터뷰때마다 시골생활에서 불편한 점
없냐는 질문에 우리 이레는 화장실이 불편하다고 답했던 우리 화장실.
이 곳에 내려왔을 때 사택은 허물어져 없어졌고 숙직실을 고쳐서 써야만 했다.
그 때는 푸세식 화장실이 집 안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도 감사해서 아무 말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식구들이 볼일만 조금 오래 보고오면
옷에 배인 냄새 때문에 조금씩 불만들이 생기고 있었다.
그때마다 두레 아빠는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뭘...
안그래도 내려오면서부터 밤마다 두레 아빠와 나는 화장실 문제로
몇시간씩 얘기를 하곤 했었다. 내려오기전 원래 관심도 많았지만
생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책도 많이 구해서 보고 시간이
나는대로 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기도 했지만 우리 집에 적당한(?) 화장실의
모델이 나타나지 않아 지난 겨울과 초봄을 정말 "똥 이야기"로
보내곤 했었다. 이제 그만 얘기 하자고 하구선 또 하다보면
어느새 그 이야기로 돌아가곤해서 우리 스스로도 어쩔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웃곤 했었다.
3월초 봄날 두레 아빠는 운동장에 있는 오래된 벚꽃나무가
세그루 서있는 한편으로 큰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그 곳은 원래 좀 움푹 파여 있었고 그 구덩이가 제법 커서
조금만 파면 될 것같다며 나를 데리고 가서는 또 다시 남자
화장실을 이렇게 세울거고 여자는 이렇게 이렇게....
그렇게 제법 구덩이를 크게 파놓고 아차하는 사이 봄비가 내렸고
비가 개인 뒤 나가보니 그 구덩이는 많은 부분이 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두레 아빠는 다시 구덩이에 메워진 흙을
파내고선 브로크 벽돌을 사와서는 메워지지 않게
단단히 세워놨었다.
그러면서 이곳에 이런 화장실을 만들면 동네분들이 납득하실까? 하는
이런 저런 고민과 어떤 식으로 화장실을 앉힐까 또 그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곳에 화장실이 서면 수분(??)은 나무들에게 영양이 될것이라서 계곡쪽으로는
흐르는 양은 거의 없을 것이고, 흐르게 된다고 해도 그 때는 괜찮은 상태가
되어있을꺼라며.....
내심 그렇게 거의 결정을 하고는 실행에 옮길려고 할 때
담당자가 학교를 둘러본다며 찾아와서는
화장실 얘기를 하니 간단하게 하시는 말,
"아, 이동 화장실 갖다놓으세요.
그거면 이사갈 때도 편하고 다 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갑자기 우리가 겨우내 했던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닌걸 갖고 한
쓸데없는 고민이 되어버린 것처럼 쉽게 말해버렸다.
그말에 우리들 마음이란 쩝쩝 음음......
그 한마디의 KO 펀치에 우리 둘은 나가떨어졌고 다시 화장실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 두 사람의 중심화제가 돼버렸다.
아 화장실이라.....
그런데 이동 화장실은 두레 아빠보다도 내가 더 싫어하는 점이었다.
보기에도 그렇고 사용시에는 더욱더...
또다시 고민을 하던 두레 아빠는 처음 우리가 학교를 보러 와서는 그 용도를
놓고 고인돌 공원이다, 아니다 다른 용도가 있을 것이다 하며
궁금해하던 참게 양식장에다가(원래는 아이들 수영장이었다고 함. 그러다가 폐교가 되면서 주위에 식당을 하시는 분이 참게을 양식했다고 함) 화장실을 짓겠다며 나에게 공표를 했다.
어떻게? 궁금해 하는 나에게 그는 또다시 자세한 설명과 함께.......
3월말 서울 사는 친구들이 아이들과 내려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부랴부랴 서둘러 화장실을 만들었다.
물론 난 조수지만 조금씩 만들어져가는 화장실을 보며 기대반 궁굼증반..
드디어 다된 화장실을 보며 우리 아이들과 난 박수를 쳤다.
생각보다 크게 만들어졌고 쓰기에도 편안했기에.
제일 아래는 우리지역의 미생물이 많이 사는 동네 뒷산의 낙옆을 깔고
그 위에 톱빕을 덮어두었다.
그 후로는 용변 보고 난후마다 한줌의 톱밥을 덧뿌리게 해놓았는데
냄새도 없을뿐더러 충분히 발효되어 내년에는 거름으로 쓸 요량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처음에는 나무향으로 산뜻했었다.
그러면서 우리 친구 중에 덩치가 좋은 T가 와도 이제는 화장실이 좁아 쓸데없이 산을
배회안해도 되겠다는 내 말에 두레 아빠는 "T만 들어가냐? 코끼리도 들어가겠다."
화장실을 쓰는 처음 손님인 친구들이 만족해하며
화장실만 갔다오면 웃는다.
볼일을 보고 일어나면 앞과 옆벽에 있는 조그만 비닐창으로
바깥을 보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라며. 그 센스가 아주 일품이라며.
그 이후 그곳은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좋은 이야기꺼리가 되었었다.
5월에 평촌에 사는 친구네 가정이 왔었었다.
그 남편은 환경부 공무원인데 화장실을 보고, 또 사용해보고는
잘 만들었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음, 환경부 공무원이 공식 인정(사적인 인정이지만)을 해준 화장실이란 말이지...후후
올 가을 홍천으로 친구네 가정이 이사를 했다.
그 집도 화장실을 지어야 하는데 별 고민 없이 우리 집 화장실과
똑같은 구조와 모양으로 화장실을 쉽게 만들었단다.
그것도 두 가정씩이나.
음, 특허를 내야할까나?
그 후 여름을 위해서 여자용 화장실을 작게 두 개나 만들었지만
우리 식구들은 여전히 코끼리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편하고 정들어서라나?
단 조준이 잘 안되어서( 특히 아이들) 실수를 할 때가 간혹 있었다.
처음에는 둘 다 난감했지만 톱밥으로 간단하게 청소를 해버렸다.
으음. 코끼리 화장실은 물청소를 못하는게 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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