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와 함께 한 도봉산 산행

by 나무그늘 posted May 11, 2007 Views 1716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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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송추계곡 입구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다리 근육이 아파서 한동안 산행을 하지 못했는데 침으로 치료를 받고 난 후 가뿐하게 나아서 아주 오랜 만에 남편과 산행을 오게됐다.
코스를 남편이 정했는데 처음에는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송추계곡으로 올라서 사패산으로 갔다가 오려고 했는데 좀더 긴 코스를 가고 싶어서 방향을 바꿨다.
송추계곡을 지나면서 한 두 사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들 배낭을 메고 가는데 나는 빈 몸이다.
남편이 짐을 모두 자기 배낭에 넣고 간다. 가끔 세상물정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라서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고마운 사람이다.
남편은 산을 무척 좋아한다.  남편은 산을 탄다거나 산에 오른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산에 든다고 한다.
언젠가 산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언제 찾아와도 변함없이 받아주기 때문이란다.
송추폭포를 지나서 등산로가 희미한 능선길로 오르는데 사람이 별로 다닌 흔적이 없다. 남편은 이런 산길이 좋다고 한다.
나 혼자라면 무서워서 올 수 없을 텐데 남편과 함께라서 마음이 편하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가끔 새들의 평화로운 노래 소리도 들린다.  이런 평온을 남편은 좋아 하나 보다.
앞서 가면서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일 때 마다 물을 꺼내서 마시게 하고 초코렛을 까서 준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오르면서 마음 아픈일도 이야기 하고 기쁜일도 나누면서 오르다보니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남편은 신선대가 가까이 있다고 한다.
  신선대 정면으로 오른다. 약간은 두렵지만 거뜬하게 올랐다.
신선대에서 여기저기를 바라보는데 연두빛 나무잎이 정말 예뻤다.
신선대를 지나서 전망이 좋은 곳에서 토스트와 커피로 점심을 먹고 Y계곡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헬기가 취재를 하느라고 머리위를 빙글빙글 돌아서 손을 흔들어 본다.
Y계곡이라는 곳을 지나는데 사실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이 먼저 가면서 발을 밟을 곳과 밧줄을 잡을 곳을 알려주어서 약간의 스릴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지나갔다.
함께가며 도와 준다는 것이 이렇게 많은 안심이 되는지 집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다.
포대능선을 지나는데 등산길 옆에 피어있는 노랑제비꽃이  무척이나 예쁘다.
포대능선을 지나서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는데 경치가 정말좋다.
한동안 가다보니 사패능선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부터는 산책로처럼 참 편하다 .
남편손을 잡고 가는데 남편은 별로 말이 없다.
무뚝뚝하고 월래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 참 재미가 없지만 편한 사람이다.
  오후 3: 20분경에 사패산에 도착했다. 제법 먼 길인데 별로 힘들지 않고 온 것 같다. 사패산 바위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는데 참 좋았다.
사패산에서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송추계곡쪽으로 내려오면서 바위위에서 한참을 쉬었다. 가지고 다니던 판쵸우의를 깔아놓고 그 위에 깔판을 놓아서 편하게 쉴수 있었다. 나에게 깔판 두개를 다 주면서 여자는 차가운 곳에 누우면 안된다나.
남편은 바위위에 그냥 눕는다.
천천히 내려오다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쉬면서 남편이 내 등산화를 벗기고 발을 씻어주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뽀송뽀송하게 닦아준다.
피로가 씻은듯이 풀린다.
도로에 다 내려와서 아이스크림 콘을 두개 사서 먹으면서 내려오는데 남편이 제비꽃을 따서 반지를 만들어주려고 하는데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피곤할 줄 알았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 다음 산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