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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주변산행기

조회 수 294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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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드디어 출발이다. 마음이 설레어서 그런지 배낭 꾸리는 게 영 어설프다. 몇 번이고 다시 꾸리다가 간신히 출발 10분 전에 마치고 무게를 달아보니 14kg, 물병에 물을 채우면 15kg- 윽, 나의 '한계 중량'인데…
영등포 역에 도착해보니 한선생이 안 보인다. 한참 기다리다가 전화를 걸어볼까 하는데 대합실 의자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린다. 서로 찾고 있었던 셈이다. '천국' 한 병으로 후딱 출발을 자축하는 축배를 들고 기차에 오른다.
ㅇ 진주역에서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집사람이 싸준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중산리 버스에는 의외로 등산객이 적었다. 종점에서 매표소까지의 힘든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한지 5분여 지났을까, 지나가는 승용차에 손을 들었더니 선선히 태워준다.
칼바위를 순식간에 지나고 망바위 좀 못미처 배를 하나 깎아 먹으며 쉬었다. 아무래도 배낭 무게가 부담이 되는 것 같다. 힘들여 로터리산장에 산장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30분 빠르다. 법계사에 가서 물을 떠다가 느긋하게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출발한다.
ㅇ 법계사 뒤편의 암반지대를 지나니 눈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아이젠을 신고 비닐봉지에 캔맥주를 넣고 눈을 채워 넣었다. 천왕샘은 아직도 말라있는 상태. 마지막 오르막을 숨이 턱에 차서 올라서니 14:20. 드디어 백두대간의 시작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섰다. 셋이서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하기로 했는데 한 사람이 지리산 구간을 일주일 먼저 따로 가고 있어서 이번에는 둘만이 올랐지만 제3구간부터는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채워 가지고 온 캔맥주로 장도를 기원하는 축배를 들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천왕봉에서 맥주 마셔 보는 게 소원의 하나이었는데, 그것을 이제 풀었다.
ㅇ 주능선에는 양지와 음지에 따라 눈의 상태가 크게 차이가 나서 맨땅이 드러난 곳이 있는가 하면 빙판이나 무릎 정도까지 눈이 아직 남아 있는 곳도 있어서 아이젠은 계속 신고 가기로 했다. 한가로운 모습의 장터목산장을 지나고 연하봉에 올라 하늘을 보니 짙은 구름이 두텁게 끼어 촛대봉에서 멋진 일몰을 구경하려던 계획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촛대봉을 내려서 세석산장의 취사장으로 들어섰다.
ㅇ 새벽에 아침을 먹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벽소령을 향한다. 칠선봉과 선비샘을 지나는데 정면 하늘에 엄청나게 큰 산이 마치 히말라야의 사진처럼 구름 위에 둥실 솟아있다. 구름이 만들어 낸 절묘한 흑백사진이었다.
벽소령산장의 취사장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산중의 카페'를 연상시킨다. 따뜻한 온실 속에서 점심과 커피 한잔을 즐기고 나서 이제 하산길로 들어선다. 음정마을로 내려가는 작전도로에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러 온 마을 사람들의 차량이 두 대나 올라와 있다.
ㅇ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마천까지 가서, 다시 또 인월까지 얻어 타려고 기다리기를 10분 정도 지났을까? 카니발이 서더니 타라고 한다. "인월까지 태워드리면 되겠습니까?"-"감사합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서울에서 왔습니다.", "그냥 서울까지 타고 가시지요."-"정말 고맙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백두대간 제1차 산행은 엄청난 행운으로 마감을 지을 수 있었다.

≪기록≫
2월 15일(금) 영등포 역 출발(23:59)
2월 16일(토) 진주역 도착 → 중산리행 버스 출발(07:50) → 중산리 도착(09:00) → 매표소(09:15) → 칼바위(09:45) → 망바위(10:50) → 로터리산장(11:32/12:50) → 개선문(13:45) → 천왕봉(14:20/14:30) → 장터목산장(15:45/16:00) → 연하봉(16:20) → 일출봉(16:30) → 촛대봉(17:26) → 세석산장(17:45)
2월 17일(일) 세석 출발(07:00) → 칠선봉(07:50) → 선비샘(08:40/08:50) → 벽소령산장(09:45/10:50) → 작전도로(10:57) → 연하천갈림길(11:30) → 작전도로 끝(12:22) → 삼정리(12:50)
≪정보≫
ㅇ 로터리산장은 샘물이 말라서 법계사에서 물을 길어와야 함.
ㅇ 이 구간 전체에서 스패츠는 필요없음.
  • ?
    이정옥 2002.02.18 15:20
    그곳이 처음 산행하는 사람이 갈 만한 곳인가요? 그렇담 19일 밤에 한 번 떠나보게요. 마음의 결심은 굳은데 쉽지 않네요.
  • profile
    김수훈 2002.02.18 19:42
    준비(겨울장비)가 잘 되어있고, 기본적인 체력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리스트 맨 위의 연두색 글- 두 개를 잘 읽어보고 또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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