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by 개천마리 posted Sep 3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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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글도 처음 올려봅니다. 등산화부터 재킷까지 하나하나 사들이기 시작한 조촐한 등산장비들. 생각해보니 모두가 오직 지리산을 위한 것들이었네요. 20살에 처음 올라 10년 동안 지리산만을 고집스럽게 다녔네요.

이번 추석. 지리산에서 내려오며 이젠 지리산에 대한 욕심을 좀 버리는게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대신 다른 산을 통해서 지리산을 곱씹어 보자는, 다른 방식의 이해와 사랑을 통해 더 크고 넓은 지리를 느껴보자는 소망을 품어봤습니다. 그렇다고 다시는 지리로 향하지 않겠다는 지키지 못할 말을 하는 건 아니구요. 이젠 내 등산화에도 설악의 낙엽을, 소백의 풀잎을, 덕유의 이슬을 느낄 기회를 주겠다는 뜻입니다.

'썰'이 길었네요. 이성부의 시로 대신^^


[보석]

-이성부

지리산을 여러 차례 오르내렸는데 그 모습 모르고만 다녔다. 이 골 저 골 이 등성이 저 등성이 많이 더투고 헤집고 돌아다녀도 그 산은 저를 보여주지 않았다. 함께 잠자며 뒹굴며 살 섞어 땀흘려보아도 거듭 알 수 없었다. 어느 해 겨울 기진맥진 청학이골 내려와서 강 건너 남쪽 보았더니 크낙한 산줄기 또 하나 무겁게 버티고 있었다. 이듬해 겨울 한달음에 그 남쪽 산 올랐더니 비로소 옆으로 누운 지리산 긴 몸둥어리 한꺼번에 보이더라. 빛나는 큰 보석 병풍 펼쳐져서 내 그리움 달려가 북받치게 하더라. 사랑하는 것들 떨어져 바라보아야 더 잘 보이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