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해 기울고 떠오른 자리.

by 해연 posted Apr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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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4. 8일 오후 - 9일 아침


버스 안의 한 자리를 꿰찼을 뿐인데
버스는 나를 1000m 고지의 산중으로 데려다 놓았다.
이렇게 쉽게, 품에 뛰어들어도 되려나?

맑은 오후였다.
초여름 기운이 떠다니던 저 아래...
산 위엔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털장갑에 손을 감추고 콧물을 찔찔.

밤새 산장 대피실엔 딱 세 사람.
갈수록 추위를 타는 나는 담요 속에서 으슬대다
잠을 또 설치고 말았다.
잠들 무렵에는 고양이가 거세게 울었고.
잠깰 무렵에는 휘파람새가 노래했다.

이른 아침 다시 노고단 고개에 올라
어제 기운 햇살을 거두고
오늘 떠오르는 햇살을 맘 속에 담았다.



지리산의 치마폭이 보고 싶어 오후에 후닥닥 걸음했습니다.


반야봉 자락에 풍덩! 뛰어들고픈 구상나무. 그리고 나


앗 저기 천왕봉과 친구들의 실루엣이. 오랜만이네요...


천왕봉 25.5km 반야봉 5.5km...가고 싶다!


주능선의 초입. 주변을 둘레둘레... 아무도 없네. 그냥 뱀사골까지 튀어??


흘깃거리는 사이, 노고단 품에 저녁이 내립니다.


'진짜' 희망탑은 저어기~ 라는데. 여기 쌓은 희망까지 가짜일리 없으니.


군시렁대는 사이, 해가 집니다. 잘 가부러... 내일 또 봐.


풍덩!


다음날 아침. 다시 만난 천왕봉과 친구들... 햇살이 다르니 세상도 다르네요.


볼수록 편안해지는 만복대의 조물조물 치마.


아침 달. 겨누지 마세요. 알아서 가드릴테니...


안보면 보고 싶고, 봐도봐도 보고싶은 지리산 주름치마...


아침 화엄사 계곡. 지리산이 치마자락 풀어헤쳐 구례와 섬진강을 낳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