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봄의 절정에서

by 박용희 posted Sep 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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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잃어버린 계절, 상실의 시간.
봄의 끝자락과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올해와 내년 봄에는...
이런 온 계절을 잃어버렸다는 걸 알았을 때
팔, 다리, 무릎, 어깨, 손가락 마디마다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는다.

산 아래 마을은 지금 봄의 끝자락,
우포늪 목포에 아침 이슬 머금은 자운영과
월출산 경포대 월남 마을 도로 곁 논빼미에,
자운영 화려하게 수놓고

산정(山頂)에서는 지금 봄의 한가운데
명지산․연인산의 금낭화 계곡에 울려 퍼지는 교향악을 비롯,
현호색의 화려한 색소폰 소리와
둥글레, 양지꽃, 개별꽃 언덕길 수놓으며
능선 자락 경사면에 꽃밭 가득 얼레지와,

5월말 한라산 영실 오름길에서 어리목으로 이어진 털진달래 양탄자길,
덕유산 중봉 아래 새하얗게 철쭉꽃 가득하고

명지산, 화악산, 두위봉 앵초꽃 바다,
황매산의 철쭉바다에 풍덩,
정령치에서 바래봉으로 이어진 산허리에서 펼치는
봄처녀 얼레지 연분홍 군무(群舞)에
심술난 회오리바람에 깜짝 놀라
치맛단을 일제히 내리고
산 아래 여름으로 접어든 6월 중순,
소백산 비로봉에서 국망봉을 거쳐 신선봉과 민봉에 이르는 길가와 산자락 가득
한없이 펼쳐져 끝없이 수놓은 범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