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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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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즐겨 찾는 산꾼들은 등산 때마다 사찰을 지나친다. 우리나라의 등산로는 사찰에서 시작하여 사찰에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든 싫든 사찰을 지나치게 된다. 불교나 불교문화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이들은 사찰이 어디에 있든 그게 그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한다. 기와집 당우, 석탑과 석등, 부도밭 등이 어슷비슷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선 천은사와 태안사, 선암사가 닮은 것은 물론, 그 분위기도 같다.

하지만 태안사는 다른 사찰과 다른 세 가지의 특징이 있다. 사찰로 찾아드는 2.5㎞의 아름다운 숲길이 그 첫째다.
결코 깊은 골짜기가 아니면서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 부드러운 길이다. 너무 깨끗한 길이어서 비포장 도로인 데도 오솔길처럼 생각된다.
그 두번째가 능파각(凌破閣)이다. 정자이자 나무다리인 능파각은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이 아니다. 지리산에는 삼신동 신흥사 들머리에 '홍류교 능파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도 없다.

계곡 양측 자연암반을 이용하여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커다란 통나무를 얹혀 놓았다. 그 통나무 위에 건물을 지은 것이 능파각이다.
능파각 밑으로는 수량이 많을 때는 급한 물살이 흐르는 폭포가 있어 물보라가 하얗게 일어난다. 물살이 바위를 희롱하며 떨어지는 아름다운 선경 위에 세워진 정자풍의 나무다리는 다른 곳에서는 찾기가 어렵없다.

필자는 지리산 삼신동의 홍류교(紅流橋) 능파각이 항상 궁금했는데, 태안사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다락에 걸린 구름 물에 비쳐 흘러가고 / 산승은 오늘도 무지개를 밟고 섰네 / 인간사(人間事) 어지럽기 그 몇번이련가 / 세월이 백성을 저버려 늙기도 어렵고녀... 봄 저문 골짜기 꽃비 휘날릴 제 / 달 밝은 하늘 아래 다락은 비어 있오. / 물소리 솔바람은 천년의 음악인데 / 만고의 누리에서 한바탕 웃어보세'
지리산에서 전후 20년을, 그것도 주로 삼신동 골짜기에서만 살았던 서산대사가 '홍류교 능파각' 시를 짓고, 명문장의 '능파각기'도 남겼다.

'명종 16년(1561년) 여름에 신흥사 주지 옥륜스님이 같이 수도하는 조연스님과 함께 바윗덩이들을 깨고 다듬어 긴 돌다리를 이루고, 그 위에 다섯 간의 누각을 지어 단장을 곱게 하였다. 다리는 홍류교라 이름하고 누각은 능파각이라 불렀다.'
서산대사의 이 기록에 견주어보면 태안사 능파각은 지리산보다 꽤 늦은 영조 13년(1737년)에 만들어졌고, 규모 또한 작은 편이다.
그러나 지리산 능파각은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태안사는 아직 건재하고 있다.

태안사의 '첫 경치' 능파각은 정면 1간, 측면 3간의 맞배지붕 겹처마집이다. 통나무 위로 한 단의 각진 침목을 두고 기둥을 올렸는데, 이 침목에 앉아 주변의 경치를 지켜보는 즐거움도 각별하다.
또 침목에 앉아 능파각 내부를 들여다보면 화반 사이에 조각해 놓은 재미있는 동물상들이 속세의 번뇌마저 잊게 해준다.
어쨌든 해마다 거르지 않고 찾아드는 태풍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지금까지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나무다리를 만나는 기쁨이 큰 것이다.

능파각에서 돌계단 오솔길을 따라 200미터 가면 일주문을 만나는데 그 오른쪽이 부도밭이다. 태안사를 중창해 크게 빛낸 광자대사 윤다의 부도(보물 제274호)와 부도비(보물 제275호) 등이 서 있다.
그 앞쪽에는 근래 새로 만든 큰 연못이 있고, 가운데 삼층석탑 하나가 서 있다.
태안사에는 솥뚜껑 모양의 타악기 바라 두짝이 있는데, 지름이 92㎝, 둘레가 3미터로 국내에서는 가장 크다. 한 사람이 두 손으로 들고 치기 어려운데 보물 제956호다.

태안사가 간직한 참다운 풍경 하나는 따로 남아있다. 대웅보전 오른편으로 허름한 돌담이 연이은 길이 있고,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스님들의 처소를 지난다.
허물어질 것 같은 문 하나를 지나면 다시 계단길 위에 담장도 없이 외로이 서있는 문 하나가 보인다.
태안사 개산조 혜철의 사리를 모신 부도 적인조사조륜청정탑이 그 안에 자리한다. 외롭고 허술한 그 문의 느낌에서 1,300년 태안사의 내재된 참다운 기운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태안사의 당우들은 여러 차례 소실되었고, 지금의 것은 6.25 때 모두 불탄 뒤 다시 지은 것이다. 그런데도 능파각이나 부도가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은 경이로움이라고 할만하다.
태안사는 경내 모습보다 찾아드는 길의 분위기가 더 좋은 사찰이다. 그러나 필자는 산꾼이다. 필자가 정말 감탄한 것은 태안사를 연꽃 꽃잎마냥 부드럽게 두르고 있는 산을 한 바퀴 둘러오는 등산로였다.
동리산, 또는 봉두산의 너무너무 부드러운 오솔길의 정취는 정말 대단하다.

  • ?
    섬호정 2007.09.03 11:11
    산꾼이라 하시니 태안사 등산로 연잎위 산로를 밟아오신 흐뭇함을 알것만 같습니다 그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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