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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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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사에 들리면 선암사를 생각하고, 선암사를 찾으면 천은사를 함께 떠올리고...이것이 필자에게는 습관처럼 굳어졌다.
선암사와 천은사는 그 분위기나 느낌이 비슷할 뿐 실제로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 지리산과 조계산이 다르듯이 두 사찰은 조계종과 태고종인 점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그런데 어째서 두 사찰을 항상 같이 생각하게 됐을까? 천은사를 처음 찾았던 바로 그 날 선암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워낙 강렬하게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갈하고 아늑하고 조용한 산사의 독특한 분위기, 그것만이 아니었다. 절정의 단풍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 모습이 정녕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천은사가 그러하여 돌아서 나올 때 몇번씩이나 고개를 돌려보곤 했는데, 선암사에선 그것을 다시 확대하여 펼쳐놓은 듯했다. 천은사의 만추 정경이 고고했다면, 선암사의 만추 빛깔은 황홀한 파노라마였다.
그러나 어찌 만추의 산사 풍경만 닮았으랴. 여름 신록의 신선한 아름다움까지 마치 판박이와 같았다.

그러니 화엄사보다 천은사를, 송광사보다 선암사를 더 친근하게 생각하고, 기왕이면 두 사찰을 한꺼번에 찾아보고는 했다.
그런데 천은사와 선암사 그 사이에 위치한 태안사를 왜 찾아보지 않았을까? 필자는 2002년 봄에야 이 태안사를 처음 찾아보고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필자는 전국의 웬만한 사찰은 거의 찾아보았었다. 사찰 참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산을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히 사찰과 만났던 것이다.
그런데 유독 태안사는 찾은 적이 없었다.

왜? 길을 잘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태안사가 있는 동리산(桐裏山, 일명 봉두산)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일부러 사찰에 들리고자 절을 찾는 경우란 거의 없다. 산을 오르기 위해 산길로 접어들다 사찰이 마주치니까 들러고는 했었다.
만약 동리산의 매력을 제대로만 알았더라면 그 사이 얼마나 자주 태안사에 들렀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지리산을 찾는 길에 천은사에 들리고, 조계산을 넘는 길에 선암사를 거쳐가게 되는 것이었다.

섬진강은 하동과 구례에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구례구역에서 강을 한편에 끼고 곡성까지 가보라. 섬진강의 서정세계가 가슴을 뭉클하게 해놓는다.
그 가운데 걸출한 운취를 자랑하는 곳이 '압록'이다. 압록에서 구례~곡성의 17번 국도를 버리고 이곳에 합류하는 보성강을 따라 이어진 18번 국도로 꺾어 서쪽으로 가면 선암사와 만난다.
태안사는 선암사의 절반 거리 안에 있다. 압록에서 4㎞, 보성강을 건너 다시 5㎞ 가면 태안사 계곡 입구에 닿는다.

태안사는 마치 지난날의 천은사나 선암사 같다. 압록에서 사찰로 접근하는 조용하고 비밀스런(?) 길 분위기가 그러하다.
절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태안사에 이르는 숲속 오솔길의 정취 또한 아주 빼어나다. 태안사 계곡이 요란스럽지 않듯이 오솔길 또한 특출한 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촘촘히 들어선 나무들로 정겨운 길이다.
정확하게는 차량이 통행하는 비포장 도로지만, 울울한 숲과 맑은 공기, 조용한 분위기로 걸어서 가는 것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이 길은 걸어서 가야 한다. 맑은 공기와 숲이 뿜어대는 신선한 향기에 취해 느긋한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다.
그 길은 이 땅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활엽수들이 제각각의 크기로 무리를 이룬 숲 속에 들어 있다.
(중략)특별히 내세울 만큼 풍치가 뛰어난 것은 아닌데, 다만 이처럼 오붓하고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물 소리 들리는 부드러운 오솔길이 이 땅에 몇 남아있지 않음이 이 길을 더욱 매력있게 하는 것이다.'
여행칼럼니스트 김산환님의 글이다.

어쨌든 태안사로 들어가는 그림같은 이 오솔길은 약 반시간 가량 걸린다. 그 사이 '속세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으면 다시 돌아오라'는 귀래교(歸來橋), '아무리 바빠도 마음부터 씻으라'는 정심교(淨心橋)를 건넌다.
다시 반야교(般若橋)와 해탈교(解脫橋)를 지나 그 마침표를 능파각(凌坡閣)이 찍는다.
정자이자 다리인 능파각은 계곡의 양측에 자연 암반을 이용하여 석축을 쌓아 통나무를 얹혀놓고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

'능파'란 계곡과 물굽이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것, '능파각'이란 속세를 벗어나 도량으로 들어서는 문을 뜻한다.
동리산 깊숙이 안겨 있는 태안사는 신라말 구산선문의 하나로 도선국사 스승 혜철이 태안사를 짓고 동리산파를 개창했다.
그의 부도비에는 '수많은 봉우리, 맑은 물줄기가 그윽하고 깊으며, 세속의 무리가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어 승려들이 공부하기에 좋다'고 씌어있다.
동리산(桐裏山)이란 학이 오동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는 신성한 곳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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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9.03 11:18
    사찰 경내에로만 치중하여 참배나 답사를 하였던 게 자못 아쉽습니다
    일찌기 如山선생님의 이러한 글을 접할 수 잇엇다면 그 젊고 좋은 시절에
    아름다운 사찰 순례를 뜻 깊게 할 수 있었으리라~ 후회 됩니다 ..
    여생에 다시 기회가 오면 이 글을 다시 탐독하여 그 길 오를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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