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딜레마(2)

by 최화수 posted Jan 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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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0일, 부산시 기장군 달음산 한 능선에서 4살박이 반달가슴곰이 민간인 엽사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이 반달곰은 인근 농가에서 사육하던 놈인데, 하루 앞날 쇠우리를 부수고 탈출한 것입니다. 부셔놓은 쇠창살을 보니 반달가슴곰의 힘이 얼마나 억센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마취 총으로 이 곰을 생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아주 다급했답니다. 민간인 엽사가 이 곰을 발견했는데, 서로 잠시 상대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 순간 곰이 엽사에게 달려드는 것이었어요. 한 발, 두 발, 엽사가 위협 발사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위험을 직감한 엽사가 반달곰을 사살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새해 1월4일,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법계사 코스의 망바위 부근에 반달곰이 나타났습니다. 망바위는 지리산에서도 등산객의 왕래가 가장 잦은 곳 가운데 하나지요. 등산객들이 이 곰을 휴대폰 등으로 촬영하고 먹이도 던져주었습니다. 이 반달곰은 아마도 이미 야성(野性)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반달곰에게 야성을 길러 방사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요. 1급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329호인 반달곰이 지리산의 자연세계를 삶터로 삼아 뛰놀게 되면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이상향을 이룩한다는 것입니다. 2002년 이후 그렇게 풀어놓은 반달가슴곰이 24마리, 앞으로 12마리를 더 풀어놓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리산 반달곰 복원은커녕 사람도 잡고 곰도 잡는다는 비판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어요. 야생 적응에 실패한 천왕이의 경우를 볼까요. 무엇보다 이빨이 형편없습니다. 42개 이빨 가운데 19개가 심하게 썩었어요. 등산객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고, 산속 공사장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온 결과이지요.

방사 곰이 등산객을 따라다니며 먹이 구걸을 하기도 합니다. 심할 경우 등산객 배낭을 찢어 음식물을 빼앗고, 산사태 보수공사를 하는 인부들의 컨테이너 숙소에 난입하여 행패를 부리기도 합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봉 부근을 지나던 한 여성 등산객이 발목을 물리는 등 위험에 직면하기도 했답니다. 곰의 위협이 점차 가시화 되는 양상이에요.

지리산 주변 농가들의 피해는 한층 더 심각합니다. ‘덕성 16호’의 경우 올 한해 지리산 주변 벌통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는데, 그 피해액이 4000만원에 이르렀어요. 녀석을 공단에서 붙잡아두었다가 다시 풀어주었더니 이번에는 한 농가의 염소 우리와 닭장을 박살냈어요. 이들 곰에 의한 올 한해 지리산 농가의 벌통 피해만도 2억여 원에 이른다니, 예사 문제가 아니네요.

종복원센터는 벌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기 휀스 설치 등을 추진하고, 지역주민과의 협력체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리산 탐방객에게도 곰과 조우했을 때의 대처 요령 등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는 군요. 되도록이면 단독산행을 피하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며, 금속성을 싫어하므로 작은 종(鍾)을 배낭에 매달고 다닐 것도 권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책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리산에는 반달곰도 살아야 하겠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자연탐승을 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멸종 위기의 반달곰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의 안전과 주변 농가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일이 먼저 선행돼야 마땅하겠습니다. 당국의 보다 분명하고 실질적인 조처를 촉구하는 것이 여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