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딜레마(1)

by 최화수 posted Dec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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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떨어질라, ‘야호’ 마세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말씀입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식구들이 이제 막 겨울잠에 들어갔는데, 이번 동면 기간에 반달가슴곰 2세가 태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네요.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 관리사무소는 등산객들의 ‘야호’ 소리 등 소음이 곰 2세의 유산 위험을 불러올지 모른다며 각별한 주의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2세 출산 가능성이 높은 반달곰은 북한산 ‘랑림33’으로 출산 시기는 동면이 진행중인 1~2월입니다. 암컷인 ‘랑림33’은 곰의 교미 기간인 지난 9월 러시아산 수컷 ‘천왕’과 줄곧 함께 지낸 것이 목격돼 이번에 출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에요.
지리산에 방사되었다가 자연적응에 실패한 원년 멤버 ‘막내’도 지난 1월에 새끼를 낳았지요. ‘랑림33’의 커플인 ‘천왕’도 자연적응에 실패한 문제아입니다.

반달곰은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에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여 체중의 20~30% 체지방을 비축합니다. 동면에 들어가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배설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등 소음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동면에서 깨어나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이 과정에 탈진하는 등 위험이 따르지요. 특히 새끼를 밴 곰은 스트레스에 취약해 경우에 따라서는 유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에요.

지리산 종복원센터는 2012년까지 새끼곰 28마리가 태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리산 야생 곰과 러시아, 북한에서 수입하여 방사한 곰까지 합해 51마리의 개체수를 확보하게 되지요. 이 숫자는 지리산에서 곰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정적인 개체수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새끼가 태어나는 것은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곰들이 종족 보존의 대업까지 수행하며 완벽하게 야생에 적응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성공적인 궤도 진입을 하고 있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리산 생명연대는 2006년 지리산 10대 환경뉴스 가운데 하나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좌초 위기’를 꼽았습니다.
2004년 이후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20마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8마리가 죽거나 자연적응에 실패하여 인공방사장으로 돌아왔지요.

지리산생명연대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서도 발표했어요. 반달곰 관리 체계 또한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환경부, 중복원센터 등으로 중복돼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리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곰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고, 지리산 주변 농가들이 곰으로부터 심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등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이 딜레마에 빠진 것이 분명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