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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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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함양 사건의 양민 희생은 가현마을과 방곡마을, 점촌마을과 서주리 등에서 자행됐어요. 그리고 묵은터와 자혜리 등에선 방화가 저질러졌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은 가현마을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합니다.
역시 산청, 함양사건 희생자 유족회가 펴낸 '산청, 함양사건의 전말과 명예회복'(강희근 지음)에 실려 있는 내용을 발췌하여 옮겨봅니다.

[....11사단 9연대 3대대 2개 중대는 수철리에서 하룻밤을 보낸 다음 1951년 2월7일(음력 1월2일) 새벽 5시께 가현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작명 제5호'에 따른 첫번째 작전 실시 행보일 뿐만아니라 작명 제5호 부록의 1행 "미복구 지대의 적 수중에 든 주민은 전원 총살하라"(변조되지 않은 내용)을 집행하기 위한 행보였다.

군인들은 잰걸음으로 6시께 고동재를 넘어 가현으로 내려 쏟아졌다. 가현마을 뒤쪽 솔밭 언저리에 당도하여 중대장의 지시를 받으며 조금 쉬고난 다음, 7시께부터 5, 6명씩 조가 되어 40여 가구를 뒤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을 밖으로 내몰고 가축과 주요 가재도구를 들어내면서 웃담의 한 집에 가현마을 주민들을 다 모았다.
중대장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검은개' '노란개' 등의 말을 섞어가면서 태극기를 보관하고 있는 집이 있는지, 군경 가족들은 손들어 보라는 등 횡설수설을 하다가 주민 전원을 뒷동산으로 몰아갔다.

군인들이 총을 겨누면서 양켠으로 서고 뒤쪽을 받치면서 주민들을 압박했는데, 그들은 화랑부대 완장을 차고 있었다.
뒷동산을 넘어 낭떠러지로 내려서면 논바닥인데, 이쪽으로 주민들을 몰아놓으면 한 쪽 벽을 두고 반대켠에서 총살하기가 용이했을 터였다.

군인들이 총대로 등을 떠밀고 치면서 주민들을 낭떠러지로 몰아칠 때 어린애들이 떨어져 사람들 틈에 깔려 죽고 그 어머니는 팔이 부러졌다.
이 때 가현마을은 화염으로 휩싸여 불길이 하늘로 솟고, 수백년 엎드려 일구어온 마을의 문화와 역사와 풍정이 한꺼번에 잿더미로 변하는 일대 개벽의 진동이 일어났다.

군인들은 주민들을 논바닥에 4열 횡대로 앉혔다.
군인 1명이 주민 4명을 대상으로 학살을 했으므로 천운이 아니고서는 살아날 길이 없었다.
여기서 학살된 주민은 123명이나 되었고, 시체더미에서 살아난 사람은 8명 정도로 밝혀졌다.

<윤한영씨(73세, 부산 거주)의 증언>

우리 집은 고동재 쪽으로부터 첫 집이었다.
6시께 변소에 가기 위해 마당을 지나가는데 뒷산 풀밭에 군들이 떼를 지어 어른거렸다. 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식구들을 향해 "큰일났다. 빨리 일어나요"하고 소리쳐 잠을 깨웠다.
하지만 "뭐 별일 있을라고. 오늘은 명절 아니가" 라는 어머니 말을 듣고 그냥 있기로 했다.

...나는 4열 맨 바깥쪽에 앉고, 어머니는 3열 바깥쪽에서 두번째로 앉았다.
사격이 시작되려는 찰나 어머니가 뒤를 돌아 나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이 어미가 너를 죽이는구나. 아침에 네가 도망치려고 할 때 말리지 말아야 하는 건데!"

어머니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려 내 귀로 흘러들었다.
1차 사격 후 살아 있던 사람들이 뛰자 확인 사살을 했는데, 이 때 어머니의 허리에서 내장이 흘러나와 논바닥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잠시 혼절했다가 눈을 떠보니 아들을 감싼 채 머리와 허리에 총을 맞아 세상을 등지고 만 어머니의 무게가 피범벅으로 느껴져 왔다.

꿈쩍거리다가 일어나려고 하자 군인들이 소리쳤다.
"산 사람은 모두 일어나라. 살려 주겠다."
나는 갑자기 힘이 빠지고 두려워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5, 6명이 일어났다.
그러자 군인들이 사정없이 확인사살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곡마을 쪽에서 연발의 총소리가 천지를 무너뜨리는 소리로 들려왔다.
눈앞에는 눈 뜨고는 못볼 현상이 즐비했다.
턱만 남아있고 얼굴은 없어져버린 사람이 숱하게 앉아 있는가 하면, 일부는 몸체가 화염에 덮여 있기도 하고, 일부는 시체가 타 검정 덩어리로만 남아있기도 했다.

불탄 집으로 갔는데, 기막히게도 아내가 오른쪽 무릎에 총상을 입은 채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 ?
    김용규 2005.10.17 18:12
    당시에 '군.경 가족들은 모두 나오라!' 고 말을 했지만 실제 군경 가족들이 있었어도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빨치산인지 국군인지 파악을 할수 없어서였다고 합니다. 국군들이 사용한 M1 소총이나 칼빈 소총을 빨치산들도 경찰서를 습격하여 노획한 것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피아가 구분되지 않아서였기도 했으며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어도 당시의 상황을 증언해줄 분들이 아직도 많이 생존해 계시거던요. 거창 신원 사건은 세인들에게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산청 함양 사건은 최근에 와서야 유족들의 노력으로 (강희근 교수님의 '산청, 함양사건의 전말과 명예회복' 책도 유족회가 의뢰해서 펴낸 책임) 세인들에게 조금씩 알려졌을 뿐이지요. 최화수님께서 재 정리를 하셔서 지리산의 잊혀진 역사를 써 나가시는 부분에 대해서 그 골짜기를 고향으로 둔 한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 ?
    김용규 2005.10.19 22:18
    방곡 가는 길

    김용규

    원혼이 머리풀고
    곱추춤을 자꾸춘다

    통곡이 한이되고
    붉은망개 된 저 억겁

    눈시울 붉힌 영혼아 시려버린 영혼아


    내 안의 긴 서러움
    그 묻혀진 세월털고

    잔잔히 내리쬐는
    햇살한줌 보듬어서

    그립게 환생하는날 긴 번민의 살도 풀자
  • ?
    오 해 봉 2005.10.20 21:47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기막힌 이야기이군요,
    여산선생님 칼럼에서 전에도 읽은적이있지만 그시절에 일어났던
    그렇게 억울하고 분한일들을 어떻게 보상하고 위로해야 한답니까,

    "불탄 집으로 갔는데, 기막히게도 아내가 오른쪽 무릎에 총상을 입은 채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총상입은 젊은 새댁일이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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