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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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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춘향전의 고향이 남원이듯, 판소리 동편제의 고향도 역시 남원이다. 지리산의 맑은 정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힘차고 기상이 높은 동편제의 소리는 춘향가뿐 아니라 흥보가 등 우리 판소리계의 한맥으로 이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남원은 통일신라시대의 악성 옥보고가 지리산 운상원(운봉)에서 거문고를 완성, 전수하며 만년을 보낸 곳이고, 동편제 판소리의 창시자인 송흥록과 아우 송광록, 손자 송만갑은 물론, 김정문, 강도근과 여류 명창인 이화중선, 박초월, 안숙선, 강정숙 등이 태어나 소리를 익힌 곳이기도 하다.]

위의 글은 전라남도 '남원시 홈페이지'에서 판소리를 소개하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남원시는 특히 많은 돈을 들여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을 '판소리 동편제 탯자리'의 성지로 복원을 해놓았어요.
가왕 송흥록의 생가를 복원하고, 명창 박초월이 살던 집도 되살려 놓았지요.

그런데 남원이 배출했다는 여류 명창 가운데 특별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이화중선(李花中仙)입니다.
<춘향가> 중의 '추월만정'과 '육자배기', '소상팔경' 등을 너무나 잘 불렀던 그녀는 타고난 목으로 세인을 사로잡았어요.
어쩌면 그녀만큼 '판소리적인 여성'도 드물 것이예요.

이화중선, 그녀는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고'란 말에 꼭 어울리는 여인이었어요.
그녀의 짧고도 뜨거운 삶은 어떤 소설이나 영화 못지 않게 드라마틱합니다.
'최화수의 지리산 산책'은 앞서 판소리 동편제 창시자 송흥록과 맹렬하게 사랑을 불태웠던 여성 맹렬(孟烈)의 편모를 살펴보았습니다.
이화중선이 온몸을 소리에 던진 그 뜨거움은 맹렬보다 못할 것이 없지요.

이화중선은 1898년에 태어나 1943년 45세의 한창 나이에 삶을 마감합니다.
그것도 저 아름다운 일본 세도나이까이의 바다에 몸을 던졌던 것이지요.
조선 최고 명창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녀가 어째서 이국의 깜깜한 바닷 속으로 사라진 것일까요?
그녀는 스스로 몸을 던졌던 것인가, 그것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답니다.

한 시대를 소리로 풍미했던 이화중선!
그녀는 길지 않은 생애를 특이한 과정의 삶으로 장식했지요.
아니, 그녀야말로 진정한 자유주의자였을 법도 합니다.
그녀는 노래를 찾아 남편과 가문과 체면도 버리고 야반도주를 감행했답니다.
마을 공터에서 협률사(協律社)가 창극 공연을 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지요.

이화중선은 출생에서 사망까지 거의 모두가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녀의 출생지가 세 곳으로 달리 말해지고 있는 것부터 그러합니다.
'남원시 홈페이지'는 그녀의 출생지를 남원으로 꼽고 있지만, 그녀의 출생지는 부산이라거나 보성(벌교)이라는 이설도 따릅니다.
그 까닭은 판소리의 사설 같은 그녀 집안의 뿌리가 기구한 데 따른 것이지요.

그녀의 아버지 이름은 이춘실입니다.
떠거머리 총각 이춘실은 부산 수영 출신으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입에 풀칠을 하고자 엿목판을 목에 메고 떠돌아다녔어요.
그런데 가난으로 노모와 누이를 잃자 남원으로 흘러와 정착했다는 군요. 그는 남원에서도 엿장수와 망건(網巾)을 팔며 생계를 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 이춘실은 남원 장거리에서 개장을 겸한 술장사를 하는 식당에 단골로 드나들었다는 군요.
그런데 주모의 남편이 병이 들어 그만 죽고 말았답니다.
이춘실은 그 주모를 아내로 맞이하여 이화중선을 낳았다고 합니다. 그녀의 본명은 봉학이라 지어졌고요.
이화중선의 고향이 남원이란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와 다른 얘기도 전해옵니다.
이춘실은 부산(당시는 경남) 동래지방 천민 집단촌인 부곡(部曲) 출신으로 갓과 망건을 만들어 곳곳을 떠돌며 장사를 했다는 군요.
이화중선도 아버지를 따라 떠돌다가 벌교에 정착했는데, 열 세살 때 어머니가 죽자 남원으로 옮겨 살게 됐다고 합니다.

다른 기록도 있습니다. '판소리 200년사'에는 전남 보성(벌교) 출생이라는 설과 경남 동래에서 태어나 다섯살 때 벌교면 정좌리로 이사하여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설이 함께 실려 있어요.
이화중선의 탄생지가 세 가지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그녀의 아버지 이춘실이 떠돌이 생활을 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그녀의 기막힌 미스터리는 결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답니다.
          
  • ?
    아낙네 2005.04.18 12:35
    그녀의 고향을 추측하게 어렵게하는 여러 설만으로도
    짧게 살다간 명창의 삶이 기구했으리라 짐작이 가집니다.
    그 미스터리한 이야기 기다려 봅니다.
  • ?
    선경 2005.04.19 03:27
    한시대를 소리로 풍미했던 이화중선...
    조선 최고의 명창 이화중선과의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주시는군요
    예술의 절정에서의 삶과의 이별... 천재들의 운명인듯 싶습니다
    여산선생님... 다음글 기다리는 설레임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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