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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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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흥록은 목소리를 천부적으로 타고 났다고 했지요.
부친 송첨지는 명창 권삼득의 수행고수(遂行鼓手)로 소리에 정통했어요.
그 송첨지가 아들에게 어려서부터 정성껏 소리를 가르쳤답니다.
가왕 송흥록의 '노래의 길' 운명은 타고난 것이라 하겠네요.

송흥록은 12세 때 백운산에 들어가 월광선사에게 소리공부를 하여 10년만에 득음대성(得音大成)했습니다.
그는 특히 하산 직전 삼정승 귀신을 만나 귀곡성(鬼哭聲)을 깨우쳤지요.
그 귀곡성이 저 불과 같은 여인 맹렬(孟烈)과의 불꽃같은 애정 행각에 불을 지피게 했던 것이었어요.

송흥록의 귀곡성은 도대체 어떠했을까요?
그가 진주(晋州) 촉석루에서 '옥중비가(獄中悲歌)'를 불렀답니다.
그의 노래를 듣던 수천명의 청중이 노래에 빨려들어 눈물을 흘렸다는 군요.
특히 '귀곡성'을 내는 대목에선 일시에 수십 개의 촛불이 꺼지면서, 실제로 하늘로부터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청중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답니다.

송흥록은 진주에서 일이 늦어져 사흘 늦게 운봉(雲峰)의 집으로 돌아왔었지요.
아, 그런데 맹렬이가 집을 나가고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20여일이나 떨어져 있었으니 불같이 뜨겁게 맞이해줄 것으로 믿었던 그녀가 집을 나가고 없다니!
송흥록은 식음을 전폐하고 맹렬을 찾아다녔어요.

"맹렬은 진주로 갔다!"
누군가가 말하는 것이었어요.
맹렬은 송흥록이 약속한 날짜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필연코 다른 기생과 정을 통하고 노닥거리고 있을 것으로 단정했다네요.
그래서 불같은 질투심을 안고 진주로 달려갔다는 것이었어요.

송흥록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지요.
그도 다시 부리나케 진주로 달려갔어요.
진주에 도착한 송흥록은 그녀를 미친듯이 찾아다닐 수밖에요.
"아니, 이럴수가 있나!"
송흥록은 맹렬을 찾아냈지만, 그러나 졸도할 상황이었답니다.

맹렬의 준수한 용모와 요염한 자태는 한순간에 천하도 녹일 수 있다고 했지요.
그녀는 그 미모와 교태로 진주병사(晋州兵使) 이경하(李慶夏)에게 자청하여 수청기생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송흥록은 그만 졸도라도 할 지경이었지요.
하지만 맹렬은 그것으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맹렬은 송흥록이 자신을 찾아 진주로 달려와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요.
"얼씨구나 지화자, 조오타아!"
그녀는 이 병사에게 가왕 송흥록을 불러들이도록 한 것이에요.
그녀는 이 병사를 끼고 앉아 송흥록의 노래를 들을 작정이었던 거지요.

어디 그것뿐이었겠습니까?
더 기막힌 일이 그녀에 의해 연출됩니다.
아, 여자의 질투인지 앙심인지,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요!?
그녀는 송흥록이 다른 여자에게 눈을 판 것으로 알았던 거에요.
그래서 그를 골탕먹이고자 이 병사에게 기막힌 제안을 하게 합니다.

송흥록이 이경하 진주병사 앞에 불려왔습니다.
아아, 꿈에도 잊지 못하던 맹렬이가 이 병사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맹렬아, 내 사랑 맹렬아!"
송흥록은 당장 터져나오려는 그 말을 가까스로 참아냅니다.
그 다음 순간입니다.
이 병사의 입에서 청청벽력 같은 말이 떨어집니다.

"송흥록! 네가 명창이라지!?
"...."
"그렇다면 '수궁가' 중에서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한번 들어보자. 나를 한번 웃기고 울리면 300냥의 상금을 내릴 것이다!"
"...!?"
"만일 그렇지 못하면 당장 이 자리에서 너의 목을 벨 것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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