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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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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벌판, 한 망령의 무덤 속에서 누워있던 자신을 발견한 송흥록은 얼마나 놀랐는지 오금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났다는 군요.
송흥록이 달아난 곳은 소백산맥의 험한 재인 육십령으로, 거기서 초부에게 물어물어 암자로 돌아오는데 무려 사흘이 걸렸다고 하네요.
어쨌든 귀신에게 홀랑 빠진 듯한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는 저 무시무시한 '귀곡성(鬼哭聲)'을 깨치게 된 것이었어요.

송흥록의 귀곡성은 어찌나 슬프고 애잔한지, 그 대목을 부를 때는 일시에 수십개의 촛불이 꺼진다고 했어요.
그리고 마치 하늘에서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같아 듣고 있는 사람들은 온몸에 소름이 오싹오싹 돋았다고 합니다.
훗날 그이가 죽은 뒤 그의 무덤에서 "내 소리를 받아가라"는 귀곡성이 그치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까지 전해오기도 하지요.

송흥록은 백운산에서 소리 공부를 할 때 월광선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네요.
"네가 부르는 소리, 즉 창은 우주 삼라만상의 소리이다. 그것은 중생의 희노애락과 애오욕과 생로병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천파만류의 물이 흘러서 바다에 이르면 오직 한 맛으로 변하는 바닷물이 되는 이치이며, 소리 또한 그러함이라. 만백성의 우주에 충만한 한소리한소리가 합쳐져서 원음인 한맛의 소리가 극치에 이름이리라.
이 세상 만물의 소리는 너의 연구대상이니 결코 듣고 흘려버리지 말지니라!"

월광선사는 창법의 원리 등에 대한 특별한 당부도 했다는 군요.
"말과 음의 조화를 이루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의 창법을 알아야 하고, 귀성이 낀 소리, 맵시 있는 너름새, 오음과 음향을 명확하게 분별하는 이른바 득음(得音)을 완전히 구사하라.
사설의 발음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연마해야 한다.
소리 밖에 소리가 있고, 장단 밖에 장단이 있으니 그 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니라.
또한 지금의 사설이 너무 조잡하니 모든 가사를 정리하고 이를 집대성하라."

송흥록이 모든 가사를 정리하고 집대성한 위업을 이룩한 것도 월광선사의 당부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그는 <춘향가>에 있어서 불합리하고 조화가 이뤄지지 않은 대목은 다시 가다듬고 너무 잡희에 지나친 곳은 고쳤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음악적 기교와 정감에 알맞도록 창곡을 근간으로 하여 수정한 것이지요.
사설에 있어서도 거기에 다시 예부터 전해오는 민속적 사설과 한시부의 단편을 삽입하기도 했어요.

송흥록은 극창으로서의 <춘향가>와 <흥보가>를 완성했고, 당시의 고전에서 <별주부전>, <변강쇠타령>, <적벽가> 등을 정리하고 이를 집대성했답니다.
그는 가곡, 단가, 농요 등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조잡하고 짜임새 없는 내용은 수정삭제했어요.
그러니까 잡희의 구사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발림, 좌립진퇴, 표현기교의 완전한 극적 효과를 나타내는 극창으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송흥록은 모든 가사를 집대성한 공로와 기량의 특출한 점이 높이 평가돼 판소리의 중시조로 불리게 된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이렇게 평가했답니다.
"그의 고매한 인격과 기예의 절륜, 포부의 호대함은 뒷사람이 도무지 미치지 못할 경지이다."
명창으로서 헌종의 총애를 받았던 모흥갑은 송흥록을 가왕(歌王)으로 떠받치고 스스로 물러나기까지 했답니다.

[이 글은 '부산민학회 1998년도 답사자료' 등을 참고로 했습니다.]
  • ?
    선경 2005.03.11 13:09
    창은 우주삼라만상의 소리...
    모든가사를 집대성하고 기량또한 특출하셨던 판소리의 중시조 송흥록
    이야기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여산선생님
    소리밖에 소리가 있고...장단밖에 장단이 있으니 그도리를 깨달아야
    할것이라는...월광선사님의 말씀이 ..지금도 모든전문인들에게
    깨우쳐주는바가 큽니다....모든 자연의 섭리를 제대로 배워야
    자기분야에서도 폭넓은 사람이 되는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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