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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26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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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의 창시자이자 판소리의 중시조로 불리는 송흥록(宋興祿)!
1780년께 운봉고원의 작은 마을 화수리 비전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왕(歌王)이 됩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장대한 기골에 풍채가 빼어났고, 재주와 슬기가 출중했다고 합니다. 그는 또 6살 때부터 서당에서 글공부를 시작했으며, 집으로 돌아오면 부친 송첨지(宋僉知)로부터 '춘향가'를 배웠다는 군요.
  
그의 부친 송첨지는 필자의 졸문 '지리산 산책' 제77호(2003년 8월26일자)~제79호(2003년 9월26일자) '콩 세말은 콩이 몇 알일까요?'(1)~(3)의 저 유명한 명창 권삼득(權三得)의 수행고수로 여러 해 함께 기거했으므로 권삼득의 '소리바디'와 '더늠'을 익히 알고 있었지요.
이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대를 걸고 어려서부터 정성껏 소리를 가르친 것이에요.

송흥록은 서당에서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헤아려 아는 재주로 훈장을 감탄케 했답니다.
그는 또한 소리에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나 성음이 지극히 청미한데다 성량이 풍부했고, 부친이 한두번 선창하면 그대로 방창하였다는 군요.
그래서 서당에서는 '신동'이라 불렀고, 마을사람들은 '가무보살(歌舞菩薩)의 시현(示現)'이라며 감탄했다는 거에요.

송흥록은 12살 때 백운산으로 들어가 월광선사(月光禪師)의 도움으로 낮에는 소리공부에 전념하고 밤에는 선사로부터 글을 배우게 됩니다.
그는 입산 5년만에 소리가 무엇인지 터득하게 되었어요. 그는 월광선사로부터 창법의 원리 등에 대한 가르침을 받고 다시 가사를 정리하고 집대성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합니다.
입산 10년, 송흥록은 마침내 득음대성(得音大成)한 것이에요.

송흥록이 얻은 목은 마치 하늘을 뚫을 듯했고, 광활한 지역을 울려 덮을 듯하였답니다. 그 웅장하고 쾌활한 성량은 신비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는 군요.
그가 이처럼 지신(至神)의 경지에 이른 것은 10년을 하루같이 불철주야 절차탁마(切磋琢磨)한 결과이지요.
"이제 너의 소리는 신역에 이르렀다. 그만 세상으로 돌아가라."
월광선사는 따로 각별히 당부하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너는 여난(女亂)의 상이 있으니, 세상에 나가거던 각별히 여색(女色)을 조심하여라!"

송흥록이 하산을 하려던 바로 앞날 밤이었어요.
삼경에 초립동(草笠童) 셋이 찾아와 "영상대감이 부르시니 지체말고 어서 갑시다"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송흥록은 초립동을 따라 나섰는데, 얼마나 갔을까,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당도했답니다. 문간방에서 그에게 준비한 의관일습으로 갈아입고 나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삼정승 육판서와 만조백관이 금관조복 차림으로 좌정해 있고, 촛불이 대낮처럼 휘황찬란하게 밝혀진 육간 대청 너른 마루로 불려나갔다고 합니다.

상좌의 영의정이 송흥록에게 이렇게 명했다네요.
"네가 비곡(悲曲)을 잘 부른다니, 옥중가를 들어보자."
'춘향가' 중의 가장 비통한 대목이 바로 옥중가인데, 송흥록이 그 대목을 부르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답니다.
송흥록의 소리가 끝나자 영의정이 옷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네요.
"천하의 명창이로고. 하나 '귀곡성(鬼哭聲)'이 미진하니, 나를 따라 배우거라!"

'귀곡성'이란 사람으로선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귀신의 울음소리이지요.
영의정이 가르쳐주는 귀곡성은 몸이 오싹하고 소름이 끼치는 것이었답니다.
송흥록은 워낙 소리의 천재여서 영의정의 귀곡성을 그대로 방창하여 완전하게 배워 익혔다고 합니다.
그날 밤 송흥록은 산해진미 대접을 받고 비단금침 속에서 단잠을 잤다는 군요.
그런데 아침에 깨어나보니 고래등 기와집은 간곳이 없고, 그는 황량한 벌판에 다 허물어진 한 무덤 속에 누워있는 것이었어요.
  • ?
    오 해 봉 2005.03.03 22:42
    구수한 동편제이야기 감사히 읽고 있답니다.
  • ?
    선경 2005.03.06 09:02
    웅장하고 쾌활한 성량으로 신비의 영역에 도달한 가왕
    동편제의 송흥록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각색하여도 후손에게
    물려주는 값진 선물이 될것 같군요....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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