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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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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제조 허가가 취소된 뒤로는 조태연 김복순 내외의 녹차 제조 자체가 단속의 대상이 됐지요. 그런데 묘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허가 식품을 단속하고 처벌해야 할 자리에 있는 공무원들일수록 이들 부부가 만든 차만 사갔다고 합니다. 낮에는 무허가 식품을 단속하러 나왔다가 밤에는 낮에 단속했던 그 무허가 제품 차를 사 가는 단골 고객이 됐던 거에요.

하지만 조태연 김복순 부부의 무허가 식품 제조 시절의 어려움은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답니다. 정동주의 '차이야기'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해줍니다.

[먼 일가붙이 한 점도 없는 철저한 객지에서 어린 자식 여섯을 데리고 다시 무허가 식품의 제조와 밀매 혐의를 받으며 살아가는 나날은 참기 어려운 수모와 고통으로 얼룩졌지요.
자식들에게 중학도 제대로 시키기 어려었고, 추운 겨울 닳아서 구멍난 신발 바닥으로 눈녹은 물이 스며올라도 새 신발을 사 신길 수 없도록 생활은 어려웠습니다.
양식이 없어서 두부 만들고 난 뒤에 남는 콩비지로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주면서 김복순이 흘린 눈물은 피였습니다.]

자칫 실의와 좌절로 절망에서 헤어나지도 못할뻔 했었지요.
하지만 차맛을 제대로 아는 분들이 보내주는 끊임없는 격려와 도움이 이들 부부가 의욕을 꺾지 않은 큰 원동력이 됐던 거에요.
통도사의 경봉 스님, 삼락자, 수안 스님, 부산의 금당 선생, 다솔사의 효당, 광주의 의재 선생 같은 어른들이 좋은 차를 만드는 조태연 부부를 성원해 주었답니다.

특히 삼락자 스님은 부산에서 크게 차 판매사업을 하던 이에게 김복순의 차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80년대 들어 '뿌리깊은 나무 잎차' 등의 알맹이로 들어가던 김복순의 차는 최상의 명품으로 인정이 됐습니다.
삼락자 스님의 소개를 받은 차 판매업자의 부인이 한꺼번에 500만원어치의 차를 사겠다고 약속하고, 차값을 미리 건네주었다는 군요.
조태연 부부는 그 500만원으로 식품허가증을 구입했습니다.
폐업중인 어느 식품회사의 허가증을 사들인 것이지요.

김복순 내외가 무허가 신세가 되어 곤경에 빠져 있던 십수년 동안 한국의 녹차 산업은 그럭저럭 규모가 커지고, 수요량도 경이적으로 늘어났어요.
김복순 부부의 제다법을 어깨 너머로 훔쳐보았거나, 훔쳐본 이들의 기법을 또다시 훔쳐본 사람들 중에서 뜻밖의 성공을 거둔 사람도 생겨났다는 군요.
다시 정동주의 '차이야기'에서 그 이후의 김복순 부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들 부부는 끝까지 가난하고 외로웠으며 불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정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차는 은혜의 산물이어서 차를 시작할 때 은혜의 문을 들어서서, 차를 마치고 생을 닫을 때는 더 크고 넓은 은혜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던 김복순의 차 철학은 누구도 더럽힐 수 없는 한국 차의 아름다운 미덕입니다.]

좋은 차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차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은 물론, 몇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있다네요.
깨끗하고 좋은 찻잎을 선택해야 하고, 그 찻잎을 따서 지체하지 않고 열처리해야 하며, 차 만드는 이의 몸이 청결해야 하고, 마음에 사악함이 없어야 한다는 군요.
이렇게 정성껏 만든 차를 달여서 하늘에 제사해야 한다는 거에요.

지리산 화개녹차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화개 녹차가 오늘의 명성을 얻기까지는 김복순 조태연 부부의 숭고한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지요.
화개녹차의 향기에 걸맞는 휴먼드라마라고 하겠습니다.

*[화개녹차 휴먼 드라마]의 내용은 계간 '하동차문화'와 시인 정동주님의 '차이야기'(국제신문 연재)에서 발췌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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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희 2003.08.19 00:26
    녹차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정성어린 차를 만들던 부부의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녹차를 만들어야 했던 그 의지와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 ?
    솔메 2003.08.19 11:17
    화개녹차의 중흥시조 - 김복순/조태연부부의 감동어린 생활상이 세대를 건너뛰어 되짚어옵니다..
  • ?
    최화수 2003.08.20 15:28
    마음속으로 늘 존경하고,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는 산유화님, 박용희님, 솔메거사님 세 분께서 찾아주셔서 이 자리가 축복받은 듯합니다. 녹차라도 한 잔 드시면서 좋은 시간 가지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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