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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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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는 있어도 詩人은 드물고
茶는 있어도 茶人은 드물다.
썩어 없어질 물질은 넘쳐도
영원한 빛을 비출 정신은 드물다.

훌륭한 茶人은 茶를 찾고
훌륭한 茶는 茶人을 찾는다.

백자 찻잔은 순정적인 소녀 같다.
청자 찻잔은 갓 시집온 색시 같다.
분청 찻잔은 고향집 어머니 같다.'
              <김필곤 / '茶에 관한 단상' 중에서>

화개동천의 녹차는 지리산의 자랑입니다.
하물며 화개동천 사람들에게는 이 차의 비중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화개골 차의 역사는 곧 화개동천 사람들의 정신적 긍지이자 자부심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화개동천 차'에 대한 채재진님(仙道法師)님의 글('하동 차문화' 2000년 여름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20년 전 처음으로 차를 구하려고 찾은 곳은 당시의 조태연옹의 집이었는데, 멀쑥한 마면(馬面)의 긴 얼굴에 큰 눈이 그이의 모습이었고, 담장에 걸쳐 있는 호박같은 포근함과 찐빵같은 부드러움이 있는 할머니 김복순씨의 모습이 그렇게 기억된다.
그 후 찾을 때마다 양은 주전자로 차를 우려서 통잔에 듬뿍 차를 따라주던 그 기억은 맛있는 차맛에 마시고 있던 통잔을 놓기 싫어 두 손으로 감싸잡았고, 감싸잡고 있다가 선뜻 놀라 방바닥에 내려놓은 후 흐뭇했던 것 같다.'

채재진님의 글에서 1980년을 전후한 화개동천의 녹차에 대한 한 풍경을 엿볼 수가 있지요. 당시에는 화개동천의 상징은 벚꽃나무로 인식되었고, 차를 만드는 집도 10곳 정도로 차밭도 그렇게 많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위의 채재진님 글에 두 사람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두 사람이야말로 '화개 녹차'를 빛낸 기념비적인 인물로 중국에서 차나무를 가져왔다는 대렴공보다 더 높이 영원토록 기려야 할 주인공입니다.

'마면의 긴 얼굴'과 찐빵같은 부드러움이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바로 그들입니다.
김복순(金福順, 1916~1992년), 조태연(趙泰衍 1919~1996년) 부부는 한국 녹차 제다법의 일반화와 상품화를 시도한 인물입니다.
지리산 화개녹차를 최초로 상품화하여 유통시킨 것이 이들 부부입니다.

조태연, 김복순 부부가 화개동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61년이었어요.
당시 화개에는 야생차나무가 다른 어느 곳보다 무성했지만, 어느 누구도 찻잎을 따거나 차를 만드는 경우란 없었습니다.
1960년대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그 누구도 녹차를 만들어 상품으로 유통시키지 못 했었지요.

사실 우리의 녹차는 그 제다법이 스님들에 의해 절간에서만 겨우 명맥이 이어지고 있었지요.
일제 때 일본 제다 기술이 들어왔지만, 한국인에게는 제다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군요.

화개동천과 같이 차나무의 역사가 오래 된 곳에서조차 1960년대 이전에는 제대로 된 제다법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 무렵 화개동천에는 '잭살'이라 부르는 몸살 감기약 일종으로 쓰는 약용으로서의 찻잎을 이용하는 것이 고작이었다는 군요.
이 때문에 차밭은 황폐해졌고, 더러는 차나무를 뽑아내고 다른 일반 곡식을 심기도 했답니다.
1961년 조태연님이 화개동천에 나타나 처음으로 산비탈의 자생 차나무들에 대해 10만원을 주고 15년 동안 임대계약을 맺게 되지요.

그 다음 해인 1962년 2월 부산에서 화개동천 길섶의 초가 한 채로 이들 부부가 이사를 오면서 지리산 화개 녹차, 아니 한국의 녹차 그 눈부신 혁명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 ?
    오 해 봉 2003.07.24 01:23
    하동 화개에 녹차시배지가 있다는말을듣고 최화수선생님의 칼럼을
    정독하고 되풀이하며 읽고있답니다.좋은공부 감사드리며 기다리겠습니다.
  • ?
    솔메 2003.07.24 13:15
    화개동천의 녹차가 알려지고 대중화된지는 60년대초 부터 일이군요.
    조태연, 김복순님의 노고가 사뭇 컸겠습니다..
    花開製茶의 中始祖라고 해야 될 분들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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