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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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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아랫마을은 중산리입니다. 중산리에 천왕봉으로 오르는 등산구가 있지요.
아니, 천왕봉은 중산리 소속이기도 합니다. 그 지적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 208번지(또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산 100번지)이니까요.
천왕봉 등산구는 여러 곳에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이 중산리이지요. 그래서 중산리는 '천왕봉의 마을'이라고 불릴 만합니다.
지난 1980년대까지 초라한 땅집들만 자리했던 산중벽촌 중산리가 국민관광단지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룬 것도 천왕봉 덕분이에요.

천왕봉을 찾는 등산객이 밀물처럼 몰려들자 진입도로부터 먼저 넓히더군요. 시외버스도 이곳까지 노선을 연장했어요.
민박할 사람들이 넘쳐나자 땅집들을 고쳐짓더군요.
덩달아 신바람이 난 것은 산청군이었어요. 중산리를 국민관광휴양지로 조성한다며 다랑이 논밭을 밀어붙이고, 계곡에 교량을 가설하고, 운동장같은 주차장들을 만드느라 법석이었지요.
하지만 대형 호텔과 연수원 부지 일부는 아직 빈땅으로 남아있어요. 왜일까요? 중산리를 찾는 이들은 유산객이 아닌, 등산객이 대부분인 때문이지요.

어쨌든 중산리는 천왕봉과 불가분의 관계이죠. 지리산 상봉인 천왕봉 마을이라면 다른 곳과는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 마땅할 테지요.
그것이 무엇일까요? 공비토벌전적기념관 같은 괴상한 것이 우선 눈에 띕니다. 두류동 매표소 앞 2층 주차장도 지리산의 다른 곳에는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천왕봉의 첫번째 관문답게 지리산의 정신이나 기상을 계승하는 독창적인 것이 있어야 하겠지요.
무슨 조형물이나 시설을 말하는 게 아니예요.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중산리의 긍지 같은 게 없을까요?

'천왕봉의 마을' 중산리에는 새 천년을 맞으면서 성모석상(聖母石像)이 둘로 늘어났습니다.
성모석상은 천왕봉에서 1000여년의 세월을 지켜왔지요. 그 석상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강제하산되어 중산리 천왕사에 영구 정착(?)한 것은 알려진 그대로입니다.
천왕사는 중산리 시외버스 종점에서 올려다보이는 야트막한 고개로 10분 가량 걸어가면 닿는데, 근년에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개설해 놓았어요.

천왕사 성모상은 누구도 '해꼬지'를 못하게, 옮겨가지 못하게 철벽 콘크리트에 고착돼 있답니다.
이 석상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뒤 어머니 위숙왕후를 기리고자 지리산 천왕봉에 성모사를 지어 모셨다고 하지요.
또는 석가모니 어머니 마야부인이라거나, 중국의 여신인 마고(麻姑)가 지리산에 정주한 것으로 믿고 만든 여신상이란 주장도 있어요.

그런데 지난 2000년 8월6일 이 천왕사와 불과 1킬로미터도 채 안 되는, 중산리계곡 건너편 국민관광휴양단지에 또 하나의 성모석상이 생겨났어요.
높이가 2.1미터로 원래 석상보다 엄청나게 큰 새 성모석상입니다.
웬 성모석상이 난데없이 또 중산리에 들어선 것일까요?
놀랍게도 중산리를 비롯하여 이곳 시천면 주민들이 4500만원의 성금을 갹출하여 만든 것이랍니다.
성모상 앞에는 거대한 제단을 만들어 누구나 분향할 수 있도록 해놓았답니다. 이곳에 이르는 도로와 주차장도 꽤 넓게 닦아놓았더군요.

진짜 성모석상이 같은 마을, 지척의 거리에 있는데 주민들이 어째서 많은 돈을 갹출하여 새 성모석상을 만들어 세웠을까요?
더구나 향화(香火)를 받드는 멋진 제단까지 만들어 새 성모상에게 기원을 하도록 해놓았을까요?
문화재의 손상을 막고자 모사품을 만드는 일은 더러 있지요.
하지만 천왕사 성모상은 강건하게 고착된 채 신도들의 경배를 받고 있어요.
원래의 성모석상이 천왕사에서 완벽하게(?) 보호받으며 건재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이 새 석상을 만들어 세운 까닭이 정말 아리송하지요.

주민들의 깊은 속뜻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중산리 국민관광휴양단지의 번영을 기원하겠다면 진짜 성모석상 앞에 무릎을 꿇어야죠.
또 성모상이 관광자원이라면 천왕사 안내판에 글자를 더 써넣으면 되겠지요.
그런데도 주민들은 왜 새 성모석상을 만들었을까요?

천왕사의 성모석상을 용인하느니 차라리 새 석상을 만든 것일까요?
어쨌든 진짜 성모상엔 등을 돌리고, 가짜(?) 성모상을 받드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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