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봉 연서

by 카오스 posted May 16, 2010 Views 1883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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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반가움의 손짓도 아쉬움의 손짓도 없이 묵묵히 자신을 내어놓는 산. 앞산, 뒷산 어느 하나 가림이 없이 그 안에는 태고의 전설이 깃든다. 햇살이며 바람이며 숲들이 앞다투어 전해주는 전설을 들으며 산길에 젖노라면 이미 나는 없다. 그 길이 지리산의 어느 자락이기라도하면 마음은 더욱 부푼다. 지리산바래봉 가는 길 산길내내 주능선을 끼고 도는 그 길은 아른함이다. 금방이라도 손에 닿을 것 같은 반야며 천왕은 마음을 시리게하고 꿈꾸게한다. 바래봉 가는 그 길은 침잠의 시간을 붉게 꽃피우게 하는 열정의 길이다. 싸아하게 바람이 지나는 자리 갈망의 길이다. 그 어느곳 보다도 붉은 빛을 토해내는 철쭉의 향연, 제때 꽃피우지 못함이 상처될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에겐 그 사랑이 상처되고 아픔되는 일이 아니라고 꽃피우지 못한 몽우리들이 말해주고 있다. 몽우리를 물고있는 모습이 패랭이를 닮아있다. 패랭이 패랭이를 입에 웅얼거리며 길을 걷다가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홀로 꽃피움은 자신이 가졌던 모진 상처 따윈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는 듯 속울음으로 토해낸 그 붉은 빛. 하나는 전부입니다. 산행 초입의 산죽길, 키보다 높은 산죽길을 헤쳐나가는데 모퉁이를 돌면서 산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산속으로 사라진 사람들 산속에서 신선이 되었다는 많은 기인들 산이 데려가는 사람들 그들은 틀림없이 산죽길을 걷다가 갑자기 사라졌을 것이다. 내가 사라진다면 그렇게 사라지고 싶다. 보여주는 것도 다 보지못하면서 활짝 피지 않은 꽃을 원망할 수 없는 일, 그래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낼수 있는 눈을 갖지못해 그저 감각에 익숙한 나는 못내 아쉽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상처된 시간앞에서도 초연한 힘을 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