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와 산죽에 갇힌 여름 산행!

by 슬기난 posted Jun 14, 2009 Views 2700 Replie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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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산행일 - 2009. 6월 7일 ㅇ 산행코스 - 내원사~장당보호소~황금능선 느진 목재~ 국수봉~안내원 ㅇ 토요일 먼저 하늘나라로 간 지리산 친구가 있는 광양 백운산에 들러 인사를 하고 안내원으로 향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단성 한이네 집에 들러 단란한 한이네집 모습에 마음까지 훈훈히 데우고 안내원으로 오르니 혹시나 따라오는 일행을 만날까하며 내원사입구에서 안내원까지 걸어 오른 산님이 오도커니 홀로 앉아 기다리고 있어 미안함이 앞선다. 짙은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내리기 시작한 비에 내일 산행에 대한 걱정이 앞서지만 최근 이쪽에 출몰하는 반달곰 소식에 정작 더 신경이 쓰인다. 어찌되었던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곳감 덕장에 비박 장비 펴고 누우니 밤새도록 운무에 머금은 습기가 뭉쳐 흘러내리는 소리가 꼭 비가 내리는 소리처럼 들려 스산함속에 꿈나라로 들었다 깨었다 하기를 반복하다 예정 보다 늦게 산행을 시작한다. 늦게 출발한지라 빠른 걸음으로 물소리 들리는 장당골로 스며들어 길을 줄이나 쪽빛 물빛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여 카메라 꺼내 황홀한 모습을 담고 운무에 가려 희미함 속에서도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에 그저 넋을 놓고 허우적 허우적 산속으로 빠져든다. 부지런한 장당골 민가 주인이 내려다 보고 한 말씀 하시고 늘 어둠속에서만 오르던 계곡의 모습을 하나라도 더 눈에 담기 바쁘다. 자욱한 운무속을 걸어가는 님들의 모습이 정답고 제법 긴 임도를 부지런히 올라 보호소 바로 아래 마지막 본류을 건너는 곳에서 후미를 기다릴 겸 잠시 배낭을 내려놓는다. 차례차례 님들이 도착하는 동안 준비해 온 간식거리가 쏫아져 나오는데 홍시감을 얼려 와 입안에 사르르 녹는 맛이 땀 흘리고 난 뒤에 참으로 별미이다.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디뎌 물에 빠지는 분들이 몇 분 있어 웃음을 자아내고 잔뜩 이슬 머금은 풀밭을 헤치고 보호소 건물 마당에 아침상를 편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 후 잠시 임도를 따르다가 계곡 합수부 왼쪽으로 난 소 로를 따라 잠시 길을 따르니 지난 2월초 지독한 산죽과 씨름한 1252봉으로 오르는 능선 끝자락에 이른다. 도면상으로 계곡 옆으로 옛길이 있는지라 이 계곡을 따라 오르다 황금능선 느진목재로 오르면 될 것같아 계곡 옆 길을 찾아 잠시 오르는데 무성한 산죽사이로 길이 희미하게 이어지나 금방 없어지기를 반복하며 발 길을 붙잡는다. 산죽에 머금은 이슬 방울이 비온 뒤처럼 쏟아져 비옷을 꺼내입고 길을 찾으려 고심하지만 비스듬히 누운 산죽을 치고 나가자니 여간한 고역이 아니다. 지난 산행때 약 3시간동안 능선 오름길을 뚫고 나간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능선에 올라가도 반기지도 않는 산죽과 씨름 할 것을 생각하면 끔직한데,,, 결국 미끄럽지만 계곡으로 진행하는것이 나을 것 같아 원시비경을 자랑하는 계곡산행을 시작한다.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지고 큰 바위가 가로막기도 하며 때묻지 않은 계곡을 한동안 씨름하며 오르자니 같이 하신 님들의 감탄소리가 절로 나온다. 황금능선 느진목재에서 장당골로 넘어가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이제나 저제나 나오기를 고대하며 한동안 오름짓을 계속한다. 물길은 점점 좁아지고 제법 낙차가 있는 폭포를 넘어서며 작은 합수부 왼쪽으로 조금 오르니 드디어 생각하던 황금능선으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나 잠시 휴식겸 후미를 기다린다. 이제 능선으로 오르면 다시 지독한 산죽과의 한판이라 카메라 배낭에 수납하고 비옷 꺼내입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잠시 언덕을 올라 황금능선에 진입하니 물기 머금은 산죽이 반겨주고 금새 옷을 타고 흘러내린 물기에 등산화 바닥이 맹꽁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처음 오신 산우님께 전망이 터이는 곳에 올라서면 운무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저만큼 천왕봉, 남부능선, 저쪽은 웅석봉,,, 하고 너스레를 떨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좌측 내원사 능선 갈림길도 귀찮음속에 못보고 지니치고 어느덧 국수재 갈림길 지나 국수봉에 오른다. 원래 국수재에서 안내원으로 내려 설 계획이었으나 무심코 지나버린 것이다. 귀찮음에 후미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선두는 조금 더 진행하여 중산리 방향으로 내려서는 사거리 안부에서 내려서기로 한다. 능선으로 이어진 낙엽이 푹신한 길이 이어지고 빠른 속도로 길을 줄여 어느덧 국수재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길과 만나지고 잠시 계곡을 따르다가 나타나는 임도에서 내려서니 민박집이 보인다. 하루종일 짙은 운무속에 물에 빠진 새앙쥐 꼴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