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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란게 늘 그러합니다. '제목'이라는 빈공간을 채우고나면 하고싶은 얘기의 그 전부를 이미 다 해버린듯해서 망설여지고 그렇다고 비워두자니 뭔가 허전함을 지우기가 어렵고.. 언제나 '제목'이라는 빈칸을 채우기가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아들과 함께한 지리산에서의 그 애.잔.함과 자.랑.스.러.움이 어차피 미진한 제 글로써는 전하진 못할 것을 압니다. 추억만들기..중학교에 입학할 막내아들넘을 어렵사리 꼬셔 개학일을 앞둔 주말, 지리산으로 향합니다. 구례구로 향하는 밤기차에 오르니 그 흥분에 몸살을 느낍니다. 아이의 연잇는 두려움에 찬 질문들에 충실한 답변을 들려주면서도 계획한 산길과 산행시간이 아이에겐 녹녹치 않음에 마음이 흔들리곤 합니다. 구례구에 닿습니다. 같은 열차에서 쏟아낸 주말의 많은 산꾼들, 이번에도 화엄사에서 시작하는 산꾼들을 대하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오늘 산행의 주코스가 하루전날 지리산에 들어 노고단대피소에서 숙박한 친구부부를 만나 '만복대'를 거쳐 정령치에서 달궁마을로 하산할 계획인데 구지 아이에게 화엄사를 들머리로 야간산행을 시켜야할 지 망설여집니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더 많이 걷는 자에게 산은 그 속살을 보여주리라는 욕심이..아비의 욕심이 발길을 화엄사로 이끌어내고 맙니다. 2월 9일, 지리산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눈이 그치는 순간까지 제게는 너무도 자랑스러웠지만 너무도 대견하였지만 아이가 남자로 다가왔지만, 아이는 흐릿한 시계속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일부구간은 러셀로 헤쳐나가며 내내 지리산의 산길에 있어야했던 12시간에 걸친 고행의 길이 이리 시작하였습니다. '아빠, 힘들어' 연신 '아빠, 힘들어'..'얼마 남았어..' '저기만 넘어면 돼..' '또 가야해..' 하면서도 한걸음 한걸음 옮겨준 아이... 월요일 아침에 씩씩하게 일어나 학교로 향하던 아이, 지리산에서의 그 시간이 자신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자랑스럽게 느껴지길 바래봅니다.
      억지로 따라나서 아이의 미소가 보입니다. 알면서도 어쩌겠습니까..그저 모른체 해야지요
      구례구역에 토해낸 산꾼들이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느긋하게 재첩국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들머리 삼은 화엄사에 닿았습니다. 짙은 어둠속에 단둘만 섰습니다.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못해 속을 한바퀴 싸아하게 휘감아 돌곤 바람의 소리를 대나무숲에서 토해냅니다.
      연기암에 닿았습니다. 야간산행임에도 아이의 행보가 결코 늦지않아 놀라기도 했습니다.
      눈이 휘날리기 시작합니다. 2월 9일의 지리산에서 눈이 오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 눈이 그치는 시점까지 아이는 길에 있게됩니다.
      기차에서 거의 잠을 못이루더이다 코가 길에 닿는다는 코재고개길 입니다. 잠시 쉬는 틈에도 눈조차 뜨기 싫을겝니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에 닿는 신작로입니다. 문명의 이기가 주는 그 혜택을 제가 누리고 있어면서도 이곳에 서면 늘 까닭모를 화가 치밀곤 합니다. 지리의 3대봉우리에 속하는 노고단, 지리의 깊은 골을 알지못하고서야 어찌 봉우리의 웅장함이 느껴지겠습니까 아이가 언젠가 이 신작로를 이용해 노고단에 닿게되면 지금의 아빠가 그 얼마나 원망스럽겠습니까??
      노고단오름길입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합류한 친구부부와 성삼재를 거쳐 만복대로 향할 것입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곤 산장에서 한시간가량을 재웠지만 아이의 몸은 무거워보입니다. 제 욕심을 버리고 새벽에 성삼재까지 택시로 올라 가볍게 노고단을 구경하고 이 길에 들었다면... 아이는 이 눈오는 풍광을 얼마나 즐거워했겟습니까?? 아이에게 녹녹치않는 화엄사길을 걷게한 것이 자주 후회되곤합니다. 작은고리봉.묘봉치로 향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자주 눈썰매를 타기를 권하곤 하였습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어떤 재롱이라도 마다않겠습니다.
      애잔함과 자랑스러움을 넘어 아이가 남자로 느껴지곤 합니다.
      거센 바람이 몰아칩니다. 그 길을 뚫고 나서는 아이는 아이가 아닙니다 동행하는 친구부부가 있고서부터는 '아빠 힘들어..' '얼마더 가야해..' 칭얼거림도 안으로 쏘옥 삼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아이에게 눈꽃세상을, 푹신한 눈꽃길을 걷게하고 보여줄 수 있음이 위로됩니다.
        네속을열면몇번이나얼었다녹으면서바람이불 때마다또다른몸짓으로자리를바꾸던은실들이 엉켜울고있어땅에는얼음속에서썩은가지들이 실눈을뜨고엎드려있었어아무에게도줄수없는 빛을한점씩하늘낮게박으면서너는무슨색깔로 또다른사랑을꿈꾸었을까아무도너의영혼에옷 을입히지않던사납고고요한밤얼어붙은대지에 는무엇이남아너의춤을자꾸허공으로띄우고있 었을까하늘에는온통네가지난자리마다바람이 불고있다아아사시나무그림자가득찬세상그끝 에첫발을디디고죽음도다가서지못하는온도로 또다른하늘을너는돌고있어. 네.속.을.열.면
      참 많이도 아이를 속였습니다. '상우야, 저 봉우리만 넘어면 돼..' '그래..저기만 넘어면 이젠 언덕은 전혀 없어..' '삼십분만 가면..돼..' 아이는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속고 속어면서도..
      이 길에 들어서 딱 한팀의 산행팀을 만났습니다. 만복대에서 회귀해야하는 코스임에도 만복대에서 정령치방향으로 들어선 한분을 나중에야 만나고는 길을 일러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속여야겟습니다. 상우야..저 고개만 넘어면 된다. 자~~!!! 힘내자 아자아자 화이팅~!!!
      만복대오름길입니다.
      어찌 아니 힘들겠습니까. 2월 8일 열시오십분 기차를 타고 제대로 잠도 못자고 2월 9일 새벽 네시반경에 화엄사된비알을 오르고는 열시반경에 산행을 재개하여 지금껏 걷고 있는것인데요.. 전 그저 아이가 고마울뿐입니다.
      제가 아는 모든 분, 그리고 이 시대를 함께살고 있는 모든 분, 만복이 깃드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정령치로 향합니다.
      이 길이 초행이 아니라면 이곳이 쉬어가기에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겝니다. 바람을 가장 잘 피해주는 곳이지요.
      눈꽃이 환상입니다.
      차 한잔 어떻세요.. 라면이요..더 좋지요..만은
      거센 바람과 계속되는 눈빨에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여기서부턴 러셀로 나아가게 됩니다.
      정령치에 닿았습니다.
      아이가 눈썰매를 타고 계단길을 내려섭니다.
      아이의 늦은 걸음에도 얼굴 한번 찌뿌리지 않은 멋진 친구입니다.
      도로를 돌고돌아 달궁으로 향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들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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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쉴만한 물가 2008.02.12 09:54
    편암함보다는 어려움을 통해서 더 많이 자라고 성장하겠지요. 그리고 머잖아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느끼겠지요. 많이 공감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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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타타 2008.02.12 18:42
    출발하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군요...^^
    이번 겨울은 슬기난님 산행기, 카오스님 산행기에 그저 입맛만
    다시고 있습니다.
    이 게으름의 끝은 어디인지.....
  • ?
    슬기난 2008.02.12 22:23
    소북히 쌓인 눈 밟고 카오스님이 빌어준 만복을
    받아 올 한해는 좋은 일만 있으것 같은 예감이^^*

    만만치 않은 거리를 잘 따라준 아들과 묵묵히
    기다려주는 친구분과의 심설산행이 눈에 선합니다.
    비록 12시간의 고행의 시간이었겟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의 깊은 속뜻을 반드시 알아주리라
    믿습니다^^*
  • ?
    오 해 봉 2008.02.12 22:36
    화엄사에서 만복대를 거쳐서 달궁까지 눈보라를 맞으며
    눈길 산행을 함께한것같은 착각 이듭니다,
    카오스님 중학생이되는 상우와 참 좋은산행을 하셨습니다,
    준수한용모의 아버지보다 더 잘생기고 귀티가나는 아들이네요,
    카오스님 좋은산행기 고맙습니다.
  • ?
    선경 2008.02.13 12:03
    든든한아드님과의 하이얀눈꽃산행길~~
    힘든만큼 더욱 아름다운추억의장으로 씩씩한아드님의
    마음에 두고 두고
    행복하게해주는 아빠와의 지리산행이군요
    어느것보다도 멋진입학선물이였네요~~~중학교입학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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