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지리

by 슬기난 posted Nov 07, 2007 Views 2773 Replie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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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난 지리 o 산행일 - 2007.11월3일 03:50~15:30 o 어디로 - 백무동~대륙폭포~대륙폭포골~하봉 헬기장 ~두류능선~성안마을 임도 o 누구랑 - 슬기난 홀로 o 시간대별 산행기록 o 03:50 - 백무동 주차장 o 06:40 - 대륙폭포 입구 o 07:30 - 아침 후 출발 o 08:35 - 무명폭포 o 11:30 - 하봉 헬기장 o 12:10 - 점심 후 출발 o 13:00 - 국골 사거리 o 15:30 - 성안마을 임도(산행종료) o 임시버스까지 편성한 백무동행 버스로 주차장에 내리니 관광버스 몇 대까지 북적이지만 전부 매표소 쪽으로 올라가고 멋쩍은 듯 홀로 팬션 옆으로 아래쪽 길로 들어서니 가슴에 스산한 바람이 불어온다. 창암능선 입구 올라가는 길이 물길이 생겨 패는 바람에 어둠속에 분간이 안 되어 약간 더 아래쪽으로 내려서 물호스 따라 오르다가 아무래도 너무 내려온 것 같아 다시 백, 주차장쪽으로 조금 오르다 그냥 치고 오르며 오른쪽으로 트레바스하며 길을 찾는다. 초장부터 빨치산 산행,,, 어둠속에 길을 찾아 가파른 오르막 오르니 내일 모임을 대비하여 이것저것 챙겨 넣은 비박배낭이 제법 어깨를 압박한다. 어둠속 산길을 걸은 적이 어찌 오늘 뿐이 아니지만 왠지 마음이 무거워 지며 오늘 갈 길을 곰곰 생각하며 어둠을 헤친다. 낙엽이 떨어져 길 찾기에 신경이 쓰이며 인민군 총사령부터를 지나고 창암능선 전 가파른 지능선을 오르는데 조금 앞쪽에서 밤하늘을 울리는 짐승소리가 연거푸 난다. 멧돼지 소리는 아니고 곰 소리 닮았다. 저 녀석은 잠도 없나,,,, 안그래도 마음이 스산한데,,,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대로 올라선다. 이어 이번에는 뒤쪽에서 멧돼지소리까지,,, 힘겹게 창암능선에 올라 잠시 길을 따르다가 칠선 갈림길 바위아래 배낭 내리고 한숨을 돌린다. 칠선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어둡고 낙엽이 쌓여 분간하기 어려운 내리막길을 간간히 걸려있는 리본에 의지하여 한발 한발 내려선다. 홀로 산행이라 바쁨도 없고 그저 발길 내키는 대로 가면 될 터, 느긋하게 내리막 내려서니 칠선 폭포 물소리가 귀에 들어오며 어둠이 물러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올라 본류를 건너 대륙폭포 입구에 배낭내리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지리 북사면 깊은 계곡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따듯하게 끓인 스프로 속을 달랬지만 일어서니 몸이 떨려온다. 서둘러 배낭 둘러메고 일어서는데 산객 한 분이 올라온다. 초행인 듯하고 간단한 인사 후 자리를 내주고 대륙폭포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 계곡산행을 시작한다. 대륙폭포 멀리서 볼 때는 화려해 보이는 단풍이 막상 가까이 보니 말라 떨어지기 일보직전이고 어쩌다 늑장 부리는 몇몇 나무들이 가는 가을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친 물길에 휩쓸려 내려간 넓은 계곡에 쓰러진 나무가 처연히 누워있고 완만한 계곡을 쉬엄쉬엄 오르니 초암으로 오르는 계곡 합수부를 지난다. 무명폭포 여유롭게 오르던 계곡산행이 잠시 후 나타나는 무명폭포를 만나면서부터 바짝 긴장 상태로 들어간다, 폭포 왼쪽으로 오르는 길이 있나 내려서 찾아보지만 위험해보여 오른쪽 절벽으로 기어올라 폭포를 넘는다. 계곡 합수부가 연이어 나타나며 이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눈을 잡아끌며 진행을 더디게 한다. 고도를 높여가며 바위에 튀긴 물이 얼어붙어 조심조심 바위를 기어오르면 또 나타나는 폭포가 지겨워 질 때쯤 눈을 들어 위로 쳐다보니 중봉아래 나무들이 하얀 옷차림으로 치장하고 어서 오라 손짓한다. 고드름 주렁주렁 달린 폭포를 넘어서고 마지막 합수부에서 오른쪽 거친 계곡을 버리고 가운데 너덜지대를 올라선다.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는 딸기가시를 피해 오르는데 어느새 주머니에 든 장갑하나를 슬쩍하는 녀석이 생긴다. 가파른 언덕 내려 다시 찾기도 그렇고,,, 시간이 제법 흘러 햇님이 높디높은 지리능선을 넘어와 북사면 언덕을 비추어 많이 녹기는 했지만 하얀 상고대에 가슴이 후련해지며 한동안 지리비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올라온 골짜기 잡목과 씨름하기 싫어 너덜지대로 곧장 중봉으로 올라서는데 헬기장 방향에서 사람소리가 나 등산로가 가까워 보여 왼쪽으로 트레버스하니 약초 캐는 분들이 작업 중이고 또 빨치산 산행을 감행하여 잡목을 뚫고 오르니 헬기장 약간위로 빠져나온다. 진한 어둠속을 뚫고 스산한 마음으로 시작한 산행이 하봉 헬기장 따스한 햇살에 긴장이 풀리며 자리 펴고 이른 점심 후 해바라기하며 한잠 자고 갔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봉에서- 상고대와 중봉 . 발아래 칠선계곡이 초암능과 좌측 칠선계곡 , 우측 국골 초설이 쌓인 아기자기한 능선을 누가 밟고 갔는지 발자국 하나가 앞서가고 있고 쌀쌀하던 아침기온과는 달리 부드러운 햇살에 이마에 땀이 배어 나온다. 옅어져가는 눈 자국이 국골 사거리쯤에서 낙엽 길로 변하고 으스스한 간판이 웬일로 없어졌다. 몇 번의 밧줄타기를 하며 내려서는 두류능선은 낙엽이 떨어지는 바스락 소리뿐 정적이 감돌고 성안마을 텃밭이 왼쪽 아래로 보이며 임도에 내려서며 산행을 접는다. 끝까지 능선을 이어 추성리로 내려설까 하다가 마천택시 부르고 광점동으로 내려서며 보이는 햇살에 비친 감나무가 눈이 부시다! 먼길 버릴 것 없다 줄일 것은 줄이자 아까울 것 없다 자를 것은 자르자 어둡고 먼 길 떠나야 하니까 다가오는 어둠 끝내 밝지 않으리라 생쥐들 설치는 것쯤 거들떠도 볼 것 없다 불어 닥칠 눈보라와 비바람 이겨내자면 겉에 걸친 것 붙은 것 몽땅 떨쳐버려야지 간편한 맨몸으로만 꺽이지도 지치지도 않고 먼 길 끝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 다 버리고 가지와 몸총만이 남거든 그래 나서자 젊은 나무들아 오직 맨몸으로 단단한 맨몸으로 외롭고 험한 밤길을 가기 위해서 신경림 ♪ St. James Infirmary - Blues Under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