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

by 김재신 posted Aug 23, 2007 Views 3278 Replie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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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매년 여름이면 지리산 종주하기로 딸(중2),아들(초6)과 약속 하였건만 올해는여러사정으로 포기해야만 했었습니다. 다행히 8월21일, 22일 시간이 허락하여 아들만 데리고 중산리~성삼재 1박2일 종주하기로 하였습니다. 종주 3일전의  갑작스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경험을 밑천 삼아 약간의 여유있는 거만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준비물과 당일 날씨 등 꼼꼼하게 챙기고 "초보 길라잡이"김수훈님께도 확인할겸 질의도 보냈습니다. 그러나, 중산리~성삼재 1박2일 종주는 "체력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김수훈님의 도움말을 마이동풍으로 흘려보내고 "이미 다녀온 곳인데---" 하며 자신감과 편안함과 설레임으로 그 날을 맞이 하였습니다.

출발 3시간 전(밤11시) : 모든 준비물 점검하고 아들과 내 베낭에 들어갈 준비물 꾸림.베낭을 가볍게 해야한다는 철칙을 어기고 모든 걸 준비함.  결과적으로 대피소에서 캔음료 4개만 사 마셨음. 아들에게 잠을 자야한다고 초저녁부터 일렀으나 설레이는지 잠을 못잠.

출발(새벽2시) : 내비게이션 찍고 여수 출발함. 아내는 조수석, 아들은 뒷자리에서 취침. 아내는 중산리에서 다시 차 몰고 집으로 돌아올 예정. 그런데 대한민국에 중산리가 왜 이리도 많은지---. 경남 낙동강 근처 중산리로 차는 달리고 있었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톨게이트에 물어보니 약20 Km 가량 지나쳐왔다 함. 결국 30분쯤 늦게 지리산 중산리매표소에 도착함. 스트레칭하고 기념사진 찍고 아내와 byebye 하고 등산 시작함.

중산리매표소~천왕봉(05:30~11:30) : 조식은 로터리산장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가볍게함. 등정 도중 아들 서너차례 힘들다 호소했으나 시간 맞추기 위해 달래고 달래서 마침내 천왕봉과 반갑게 재상봉함. 사진찍고,과일 먹으며 시원한 바람 만끽함.

천왕봉~장터목(11:30~14:00) : 아들, 장터목 하산길에 약간의 다리 고통 호소함. 무난히 장터목에 도착 했으나 아들 중식 거르고 그늘에서 잠에 빠짐.밥 맛있게 해놨는데--

장터목~세석(14:00~16:30) : 자는 아들 깨워서 세석으로 향함. 아들,  잠은 오고 다리는아프고 하여 찡그리기 시작함. 전날 잠을 일찍이 자두라는 아빠 말 안들었다고 나무램.아빠와 아들 사이 갑자기 냉각됨. 20~30 미터 거리두고 산행 계속함. 촛대봉에선 사진도 안 찍으려함. 세석산장 도착 직전 먹구름이 몰려오고 장대같은 비가 내림. 마치 저녁처럼 컴컴함. 세석대피소 사무실에 벽소령까지 간다하니 직원 놀라며 만류함.1박 하기로 함. 다행히 예약자리가 많이 남아 너무도 편안히 숙식 해결함. 아들,저녁식사하고 잠만 잠. 내일 일정을 걱정함.

세석~벽소령(8.22 ,06:00~10:10) :  5시30분쯤 기상하여 이것 저것 정리하고 출발 준비함. 아들이 식사생각 없다하여 간식으로 대충 때우고 출발함. 아들,기분이 좋은지 씩씩하게 잘걸음. 2시간쯤 지나자 힘드는지 자주 쉬자고 함. 벽소령에서 아침식사 하자하니밥생각 없고 이온음료 하나면된다고 해서 2캔 사주니 하나 마시고 하나는 물병에 채움.

벽소령~연하천산장(10:10~14:00) : 쉬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아들보고 대단하다 하는데 아들표정은 무표정 함.  처음으로 이번 종주계획이 무리했다는 생각을 함. 아이는 아이일뿐인데--. 좌우간 끝까지 종주완결 하자고 아들보고 말함. 아들, 고개 숙이고고개 끄덕임. 연하천산장에서 짜장밥에 식사 맛있게 하고, 과일 먹고 원기 보충함. 아들에게 남은 일정 설명하고 빠른걸음으로가야 저녁7시쯤 노고단 도착한다 말함. 비오기 시작함. 우의입고 베낭카바 씌우고 노고단 향하여 힘차게 출발.

연하천~노고단산장(14:00~19:00) : 열심히 걸어도 밤8시 넘어 도착할 것이란 생각이 듦. 비만 안오면 문제없는데 어제처럼 먹구름끼고 일찍 어두워지면 어쩌나 고민하기시작함. 방향이 같은 어느 중년부부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열심히, 열심히 걸음. 토끼봉,화개재 언저리쯤에서 쉬는데 파란 판쵸우의로 온몸을 덮은 반대방향의 어떤 청년이 이런 날씨에 1시간쯤 후면 어두워지는데 어찌 노고단까지 가느냐며 걱정을 함. 아들,진지한 눈빛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 같음.  아~지리산신령이 나를 돕나 ? 그때부터 아들의 걸음이 2배 이상 빨라지며 본래의 명랑,낙천적 모습으로 돌아옴. 구간마다 시간을 재서 돈내기(?)하자고함. O.K. 노고단까지 4만원 잃었음, 아들에게.  나도 빠른걸음으로 걸었으나 아들은 눈에 안보일 정도로 앞질러감. 삼도봉쯤에선 비도 그치고 날씨도 환해졌음. 임걸령에선 신발끈 풀고 양말 뒤집어 신으며 아들과의 지나간 이야기로 즐거웠음. 그리하여 정확히 저녁 6시46분에 노고단에 도착함. 짙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은 천왕봉을 향해 "다왔다" 라고 외침. 공식종주는 여기서 끝이라 말해주고,산장으로 내려와 핫바에 음료수 마시고,그간 언잖고 불안했던 마음의 찌거기 같았던 상당한 무게의 쓰레기봉투를 베낭에서 꺼내 쓰레기통에 버림. 성삼재로 향함. 아들,다리 절룩이자 벤치에 앉아 쉬던 어느 여자 등산객이 웃으며 어디서 왔는데 절룩이냐 물음. 아들, 곧 바로 걸으며 웃어보임. 내가 "중산리에서부터 1박2일 종주 했답니다" 라고 말하자 "참 잘했네"라고 등산객 말해줌.


성삼재 도착(20:00) : 차 태우러온 아내와  거의 동시에 도착함. "준현이 장하네"라고 아내에게 말함.


이리하여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지리산 종주를 하였습니다. 작년에는 첫종주여서 많은긴장과 노심초사로 본 인의 퇴행성 관절염 빼곤 특별히 어려운 점 없었으나 올해는 긴장감없이 너무 편안히 임해서인지 육체적 고생보다는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종주 도중 만난 전문가 처럼 보이는 어느부부(확실치 않으나 부부라고 생각됨)등산객은 저에게 체력 자랑 할 일 아니라면 2박3일 종주하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을 즐기라는 의미로요. 그 부부는 베낭에서 조그만 막대사탕을 꺼내 고전하는 아들에게 주었는데,당뇨환자를 간혹 등산길에 만나는데 혹시 하는 마음에 준비해 다닌다 하더군요. 그들의 경지가 감탄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이번 종주에선 쓰레기 하나 버리지 않고 모두 회수 해왔다는데 보람을 느낌니다. 그 부부의 경지에 한발짝 다가간것으로 생각해도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같이 종주하고 싶었으나 학교개학으로 못따라와 서운해하는 딸 다솔에겐, 올 추석 연휴때 성삼재~반야봉 가자고 달랬습니다.저 보다 초보인 등산객이 이 글을 보고 도움이 된다면 진정 만족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