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속에 강행된 지리산능선종주(6.22~24)

by 군자봉 posted Jun 25, 2007 Views 4029 Replie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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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속에 진행된 지리산 종주기(6.22~24)
한달에 1번 4번째 주말은 지리산종주로 예약되어 있는 올해의 산행계획에 따라 6월22일 저녁 야간 열차에 몸을 싣고 지리산으로 떠난다.

23일 새벽 3시22분 구례구역

마중나온 구례택시 김학모씨의 인도에 따라 우선 아침식사를 된장찌개로 대체한다.

보너스로 보리차를 얼음으로 얼린 물통하나씩을 지니고 성삼재로 달려간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지리산의 새벽은 너무도 좋다.

성삼재 화장실에서 마지막 세속에서의 모든 내용물을 다 쏱아 버리고 일행 9명은 서로 손을 포개고 화이팅을 외치며 노고단을 향해간다. 04시30분

성삼재 계단길로 노고단에 오르니 벌써 해가 떠오르는 듯 하늘은 맑개 개어 있었다.

노고단고개길에서 우리가 가야할 천왕봉이 안개속에 드러난다.

천왕봉쪽에서 솟아오른 아침하늘을 배경삼아 기념촬영을 한후 종주길에 나선다. 05시50분

지리산 능선종주길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은 한참 공사준비로 이상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온고지신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임걸령에서 남은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노루목을 거쳐 삼도봉에 오른다.  삼도봉 표말은 많은 사람들이 만져서인지 많이도 달고 뽀족한 부분이 많이 없어졌다.

삼도봉과 화개재를 잇는 555계단은 언제 가도 좋은 목제계단이다.

화개재에서 토끼봉으로 오르는 길을 가파르다.  명선봉을 거쳐 연하천에 예정시간에 도착하였는데 선도팀 5명이 햇반을 삶고 우리를 기다린다.

환호속에 도착한 우리는 1진이 만들어 놓은 식사를 먹는데 연하천 산장지기 김병관씨가 우리 일행에게 행여 지리산을 찾거든 이란 시를 우리에게 낭독하여 준다.

5월 비속에서 우리에게 따뜻한 장소로 인도하여 주어 편히 쉴 수 있던 공간을 만들어주어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담배 한 보루를 선물로 주었다.

12시 오늘의 숙박지인 세석대피소까지 가야하기에 1진 5명이 출발하고 이어서 우리도 열심히 걷는다.

하늘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벽소령대피소에서 비를 피하고 베낭 깊숙히 쑤셔 놓았던 방수바지와 우의 그리고 비닐 포장지를 준비하여 온몸을 뒤집어 쓰고 세석으로 향한다.

장시간 종주로 인해 무릎이 않좋은 일행이 2명이 생겨서 종주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몰아치는 비를 맞으며 세석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무척이나 길고 험하다.

저녁 7시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일진으로 도착한 일행들이 만들어 놓은 밥과 삼겹살을 먹으며 원기를 되찾는다.  장마비는 엄청난 양이 되어 뿌려진다.

식사후 갑자기 한기가 내몸으로 솟구친다.  이 상태가 종주시 일어났다면 아마 사망일거라 생각된다. 제정신을 수습할 수 없어 대충 챙겨 숙소안으로 들어갔다.

세석대피소는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인지 계속 추웠다...담요를 배정받아 정신없이 쓰러져 잠을 잤다.

24일 새벽2시30분

핸드폰 문자 오는 소리에 더이상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보일러 히타위에 젖은 등산화를 올려 건조시켜 본다.

취사장에 가서 햇반을 삶고 어제 만들어 놓은 잡탕찌개를 끓이고 라면도 집어 놓는다. 우리 일행들이 와서 밥을 먹을때는 이미 초만원이 되어 있었고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린다.

우의로 단단히 포장을 하고 스패치와 방수바지를 입고 장터목으로 향한 시간은 새벽 5시

일출은 커녕 한치 앞을 볼 수가 없다.  

촛대봉까지는 거의 같이 올랐는데 그 이후 1진 5명을 제외하고는 뿔뿔이 각개전투로 장터목으로 향한다.

장터목에 도착한 시간은 07시00분으로 예정시간과 같다.

베낭을 베낭카버로 뒤집어 놓고 스틱과 물병하나를 차고 오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천왕봉에 오를때 내려오는 우리 일행과 마주친다...정상 500미터를 눈앞에 나두고

정상엔 아무도 없고 천왕봉이란 표지만 말뚝처럼 박혀 있었다...한국인의 기상이 여기서 발원되다...아마 백두대간이 여기서 시작된다는 말이거 같기도 하고 08시00분

휘몰아치는 강풍으로 비석그늘에 쪼그려 앉아서 핸폰으로 아내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러브콜.

휘청거리며 정상아래로 내려오니 몇명의 산행객이 올라선다. 08시20분

다시 장터목에 내려 앉으니 올라갈때와는 사뭇다르다...햇볕이 쏟아진다. 아침 9시20분

우의를 챙기고 베낭을 다시 추스리고 홀로 하산을 한다.

한 1키로 내려왔을때 아무도 없는 길목 넓다란 바위위에서 비와 땀으로 홍곤히 젖은 속내의를 벗고 종전 속내의로 갈아입었다...방수바지도 벗어내고

망바위를 지나치고 참샘에 도달하니 원광대 300명 학생이 체육교수님의 지도로 왔다고 한다.

하동바위를 거쳐 내려가니 무릎을 절며 내려가는 우리 일행을 만난다.

잠시 말동무를 해주고 하산을 한다.

예정시간 10분전 백무동 야영장에서 배수구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머리를 감고 양치질도 하고 하여튼 2틀 동안의 지리산에 배어 있던 땀냄새를 지웠다. 13시00분

느티나무산장에선 벌써 흙돼지를 굽는다.

맥주를 주길래 워낙 술이 안받지만 이상하게 산행 그것도 종주산행 이후엔 술이 잘도 들어간다.

샤워시설도 되어 있지만 만사가 귀찮고 산장아래 물가에 가서 발마사지를 해본다.

오후 4시출발 백무동발 동서울 버스는 만원이다.  8번째 산행때마다 예약을 필수로 하는 나의 치밀함으로 우리 일행 9명은 행복해 한다.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예정시간 오후 8시20분 동서울에 무사히 도착하여 터미널에서 시간이 되는 동료들과 된장찌개를 먹고 각기 갈길로 향해 갔다.

이렇게 6월의 지리산 종주도 무사히 다녀올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