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속의 지리종주

by 고숭록 posted Jun 18, 2007 Views 3414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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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기간: 2007.5.24-5.25



“내일은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리겠습니다.”
기상 케스터의 내일 일기예보가 산행을 준비한 나를 심란하게 만든다.
옆에서 듣던 아내와 혜영이는 가지 말라고 졸라댄다.
모처럼 맞는 휴일에 가족과 함께 놀아 주지 못하고
나 혼자 짐을 꾸려 산에 가려니 마음 한 켠이 무겁고 미안하다.
대충 배낭을 패킹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같이 가는 친구에겐 새벽에 비가 오면 취소하고
안 오면 일단 출발하기로 약속했다.
단잠을 푹 자고 아침에 눈뜨자 마자 창 밖을 확인해 보니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찰밥과 과일 등을 아내가 챙겨 주어 배낭에 집어 넣긴 하는데
너무 무거워져 조금만 주었으면 싶다.

열차로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택시로 성삼재에 가는데 기사님 말씀이 오늘 새벽에
손님이 많아서 세 번이나 다녀 왔다고 한다.
폭우가 온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일정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하늘에는 햇빛이 비치고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 하늘이 보인다.
8시 노고단 대피소에서 준비해 온 찰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비는 오지 않지만 바람소리가 거세고 검은 구름이 몰려 지나간다.
덕분에 땀이 많이 나지 않았고,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 동안 종주하면서 화엄사에서 출발한 적이 없어 화엄사 출발을 생각했으나
예상 소요시간이 길어서 이번에도 성삼재에서 출발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반야봉을 찍고 가기로 했다.
10:30 노루목에 도착하여 배낭을 한쪽에 내려놓고 반야봉을 향했다.
많은 팀들이 내려 오기도 하고 올라 가며 반야봉을 찾는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니 모처럼 찾아 오른 반야봉이 구름에 쌓여
앞이 보이지 않고, 크게 기대했던 지리산 전체의 조망을 할 수 없어 아쉬웠다.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내려왔다.


탁 트인 조망이 안되어 아쉽지만
등산로 양쪽으로 여러 가지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 있어
꽃밭을 걷는 듯 하다. 중간에 잠깐씩 쉬면서 들꽃 사진을
찍어 두었다.


비 오기 전에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12:30분 토끼봉에서 컵라면 점심을 먹었다

이번 산행에선 햇볕이 없고 바람이 시원해서 한여름 산행보다
훨씬 수월함을 느꼈다.
14:25 연하천에 도착하니 많은 이들이 쉬기도 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안개비가 점차 굵어 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들 비를 피해 취사장으로 몰려들었다.
좁은 틈에서 잠시 휴식한 후 비옷을 꺼내 입고
벽소령으로 길을 재촉한다.
16:20 벽소령에 일찍 도착했는데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다리는 아프고
만사가 귀찮아 취사하기가 꺽정스럽다.
산행 중 제일 싫은 시간인 것 같다.
대피소 예약을 못한 탐방객은 서둘러 하산하라는 안내 방송으로
많은 팀들이 산을 내려 갔다.

피곤한 몸을 밤새 뒤척이다, 새벽녁에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좀 쐬고 다시 눈을 붙였다.
5:50분 기상하여 아침을 먹고
7:10 출발
밤새 벽을 때리며 소란스럽던 바람과 비가 그쳐 날씨가 개여 가는데
바람은 여전하여 구름이 어제와 반대로 몰려간다.
발걸음이 약간 무겁지만 일정이 늦지는 않을 것 같다.
9:40 세석 (15분 휴식)
멀리 세석을 보며 철쭉 꽃밭을 기대했는데
이미 진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안 핀 것 같기도 하고..


11:30 장터목 도착
점심을 먹고 천왕봉에 13:10분에 올랐다.
옛날에 숲이 우거졌다는 제석봉이 이제는 민둥산이 되어
햇빛을 피할 그늘도 없이 오르며
지리산의 마지막 힘든 구간임을 생각했다.
아래쪽에 여전히 구름이 많아서 멀리까지 보이진 않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14:00 배낭을 찾아 하산을 하는데
오른쪽 무릎이 아파서 걸음이 빠르지 못하고
조심조심 내려오게 되었다.
어제 연하천 긴 계단을 내려가며 조금 빨리 걸었던 것이
무리가 되었던 모양이다.
소지봉(?)까지는 흙길이 있어서 걸을 만 한데
이후엔 돌계단이 계속되어 상당히 고전했다.

16:40 백무동에 내려오니 전주팀 5명이
산행을 마치고 앉아 쉬고 있다.
같이 휴식하며 5번째 종주를 무사히 마침을 감사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