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의 첫 종주기(화엄사-대원사)

by 바다새 posted May 28, 2007 Views 3226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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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 2007.5.24 - .5.26
어디로 : 화엄사-대원사
누구와 : 혼자서

지리산 종주기를 읽고 종주계획을 세웠다.
여기 종주기, 저기 종주기
목표는 주능선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 하산은 상황봐서 하기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D-day 15일전 세석을 목표로 예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설마 대략 10시쯤 조금 지나더라고 예약은 가능하겠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잡무를 하고 있다가 아차 5분이 지났네...
그저께 가입한 국립공원에 로긴하기 위해 id 와 비번을 입력했는데 안되네... 다시 찾아서 들어와 보니 모두 상황종료 되었구나... 아 맥없는 허탈감.
다음기회로 미루느냐, 하루를 연기 하느냐, 기로에 서다
노고단대피소에는 아직 자리가 있네... 우선 예약해 놓고 생각해 보자...
다음날 10시 0초 정각 장터목 예약. 내가 누구던가 어찌되었던 XT,  286.386 시절부터 컴퓨터와는 친하지 지내지 않았던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화엄사에서 대원사로 종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제 산장예약이 되었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해야 겠다.
토요일 산행하면 일요일은 쉬고, 토요일 못하면 일요일만 하곤 했는데...
3일간 종주산행을 위해선 토요일도 일요일도 빡세게 다녀야 겠구만... 2주밖에 안남았지만
평일에도 저녁후에 아파트와 운동장을 30분쯤 걷기 운동하고...

23일 저녁먹고 배낭을 최종점검하고... 12Kg
수원역에서 23시18분 순천행 무궁화에 몸을 실었다...
옆좌석 아저씨 이렇게 등산객이 많으냐? 처음이라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가 보다..
1시간쯤 자고는 계속 비몽사몽이다...
구례구역에 내려 군내버스를 타고 구례 터미널에서 화장실만 다녀오고... 화엄사입구에 내렸다.(04:30)
오늘이 “부처님오신날“ 이다. 버스에서 다섯명이 내렸는데 등산객은 나를 포함해 3명이다.
주위는 어둡지만 평길이라 랜턴없이도 걸을 만 했다. 차량과 택시가 5분에 한대꼴로는 지나간 것 같다.
5시쯤 되어서 화엄사다. 어디로 가야 노고단을 오르는 길일까?? 에라 모르겠다.
앞에있던 4명의 등산객이 오르쪽 다리를 건너가고 있네... 분명히 없었는데 아까 다니던 택시로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일단 뒤로 붙었다. 가면서 보니 표지판이 있네... 여명이 밝아 오기 전이라 가까이 가야만 보이는 구나
둘쨋날 노고단에서 출발해서 임걸령 갈 때 까지 겪었던 상황이다.
힘들게 올라서 코재에 9시 쯤에 도착했다... 그러나 난 노고단에 1박이니 남는 것은 시간뿐이다...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비를 피해서 잘 올라 왔지만 햇볕은 쨍쨍이다..
노고단 대피소 까지도 한참은 걸리는 구나...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고 남는 것 뿐인 시간을 위해서 우회로로 하여 노고단에 올랐다.
바람과 구름과 지리산과 나는 모두가 동상이몽이리라.
바람과 휘몰아치는 구름을 품고서 산장으로 내려왔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 “아침엔 꽃이피고 밤엔 눈이 온다“ 는 노래가사처럼 햇님은 구름과 비님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이제 나는 내일이 걱정이다...
날씨가 괜찮아도 장터목 까지 가려면 느림보 걸음으론 12시간 이상이 걸릴텐데 어떡하나?  뭘 어떡하겠는가 비가오면 비를 맞아 줘야 자연에 대한 예의 정도가 아닐까 하는 평소의 지론과는 지금의 상황은 다르지 않겠는가???

24일 0시 쯤 일어나보니 빗방울 소리가 안들린다. 밖에 나가보니 가랑비만 내린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정도면 어쨌던 종주는 가능하겠다. 다시 자리에 누웠으나 좀처럼 잠은 들지 못하고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02시 30분쯤에
일어나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용하고 03시 30분 출발이다. 우의는 가방만 씌우고...
첫 종주길이기에 길을 찾아서 가야 하는데 비와 안개인지 구름인지 앞을 가리고 넓은 공터가 나타나면 길찾기 게임이다... 피아골 삼거리 못미쳐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주위가 밝아온다. 이제는 안심이다. 길도 잘보이고...  우여곡절 끝에 05시 임걸령에 도착하였다. 임걸령에서 강원도에서 왔다는 4명의 첫 산행객을 만났다.
노루목을 지나고 삼도봉도 지나고 화개재에서 오이를 절만만 먹고 토끼봉은 어딘지도 모르게 스쳐 지나고
그러면서 노고단에서 자고 왔다는 산객을 만났다. 걸음이 빨라서 벌써 따라왔나 했더니 01시에 출발해서 반야봉을 들렀다 왔단다.
09시 30분에 연하천산장에 도착하여 식수를 보충하고 화장실도 들러고 간식도 먹고 또 출발이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는 힘들지 않게 지나고 벽소령에서 햇반으로 점심을 해결했다.(11:30-12:40) 커피도 마시고
점심후의 산행길은 내리쬐는 태양이다. 선비샘에서는 좋지 않은 광경도 목격하고 얘들은 몰라서겠지만 부모가
치약을 주면서 시켰겠지...  선비샘에서 14시 경에 출발해서 세석에 16시 30분에 도착하였다.

장터목까지는 산행객도 보이지 않고 한시간을 가서야 겨우 쉬고 있는 한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어느쪽으로 가느냐니까 다행히 같은 방향이다. 여차저차 얘기를 하고 있으니 바로 앞에 산행객이 있으며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한참을 가서야 바위위에서 또다른 산객을 만났다.  이제 저기 장터목이 보이는 듯 하다...  충주에서 왔다던 두아주머니... 쉬었다 가란다. 지나쳐 바위 밑에 까지 오니 작업좀 하랬더니 그냥간다고 투덜거린다... 바위아래에서 배낭을 내리고, 그냥 가래도 힘들어서 쉬었다 가려고 했다하니... 어디에서 오시냐고
노고단이라고 대답하고 상대방은 벽소령에서 비박을 한 모양이다...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나...
18시 30분 장터목에 힘들게 도착하니 15시간이 걸렸네 점시1시간 휴식 2시간쯤 해도 12시간은 걸은 모양이다.
자리를 배정받고 좀 쉬었다가 밖으로 나오니 거센 바람사이로 해가질 모양이다. 근데 정신없이 식사하느라고
아쉽지만 낙조를 보지 못한 것이다. 식수를 담기 위해 내려서는 계단길도 너무 힘이 든다.
쏟아지는 별빛이 내일의 일출을 예감하게 한다.
21시가 소등하고 잠이 든 모양이다.

25일 02시쯤 잠이 깨어 아침을 먹고 가야하나 그냥 가야하나 또 갈등이다.
시간이 되니 아침을 떼우자. 컵라면으로... 03시 40분 천왕봉 일출을 위해 출발이다.
오늘 코스중 유일하게 와본 길이다. 하산로로만...  쉬운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람(강풍)과 어둠으로 힘든길이다. 생각해보니 당년한 일이다. 200m 남짓을 1.7Km 거리로 올라가니... 같은 고도차를 거의 24km 에 오지 않았는가 말이다. 힘들게 천왕봉에 자리를 잡았다(05:50),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보겠다고... 기다리고 애를 태우던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었다(05:14)
첫 종주길에 일출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대단한 행운이라 볼수 있겠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중봉으로 향하였다. 써리봉을 지나고 치밭목에 07시 20분에 도착하였다.
커피만 마시과 좀 쉬었다가 하산로를 따라 오다가 무제치기 폭포를 들러고, 유평리를 지나고 대원사를 들러고
유평안내소를 거쳐 주차장에 13시 30분에 도착하여 2박3일의 종주를 마무리 하였다.
느림보 걸음과 첫만남을 어색해 하는 성격과 졸필로 인하여 재미없는 종주일기가 되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