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이여 (지리산 겨울종주기)

by 카오스 posted Jan 15, 2007 Views 4131 Replies 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 회상

      짙은 어둠을 뚫고 살을 에이는 매서운 칼바람과 맞서며
      일출을 볼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5분여를 견디기 어려운 여건에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에
      까닭모를 희열이 혈관을 뜨겁게 합니다.

      천왕봉을 내려서며 이십대에 갓 들어선듯한 한무리의 젊은이들과 마주합니다.
      두터운 평상복과 하얀운동화에 아이젠만을 걸친, 그러나 그들은
      씩씩해 보였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중학시절 담임선생님을 따라 삼천포 와룡산을 오른 후,
      학창시절에 갖게되는 방학때이면 늘 지리산을 찾았습니다.
      화엄사를 들머리로 코가 길에 닿게 코재에 올라 희미한 산길을 따라
      치밭목산장에 닿았던 그 흐린 기억이 그들과 마주하는 순간,
      파노라마 되어 펼쳐집니다.

      제 기억이 맞는 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때의 지리종주개념은 텐트는 기본장비였고
      빨라도 2박3일, 아니 3박4일이 기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산행이 점점 속도전이 되면서 산을 느끼고 즐기기보다는
      남보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하게 되어버린 사실이 못내 속상합니다.


      일상의 시간에 쫓겨
      산을 잊고 산 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2. 산에서 더 아름다운 사람들

      밤기차에 오르니 가벼운 흥분이 느껴집니다.
      자주 홀로 산행을 즐기곤 하지만
      좋은 길벗과 같은 길을 걷는 즐거움은 산이 주는 그 즐거움에 비견됩니다.
      산에서 만나진 사람들과 베냥없는 모임엔 가능한 한 참석치 않어리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제 소견이 탄생케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성삼재에 닿게되면 마음 한곳에선 늘 같은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이곳을 두발로 오르지 않게되니 지리의 깊은 골도 느낄수 없는거 아니냐고,
      지리의 3대봉우리중의 하나에 속하는 노고단오름길이 신작로입니다.
      그 편리함을 제가 누리고 있음에도 아쉬움 큽니다.

      산은
      걷는 이에게 더 많은 그 속살을 내어줄 것입니다.


      3. 그리고 길..

      제 가진 사진기의 앵글은
      자연이 주는 그 풍광들보다 길에 자주 촛점이 잡혀지곤 합니다.
      길에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지는게 제격입니다.
      사람도 지리에 속한 하나의 풍광으로만 봐주십사 하는 바램 놓습니다.

      고통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지곤 합니다.
      자연앞에서 거대한 힘을 느끼고 서로 나눔은 아름다움입니다.

      길에서 다섯끼니의 식사를 짓었습니다.
      서로에게 미룸도 없고 자신이 하는 일을 티도 내지 않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뿐인데 근사한 밥상이
      마련되어집니다.
      조화입니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서처럼
      가르치지 않아도 꽃잎은 피어나고
      아무런 까닭도 없이 파도가 밀려오듯 말입니다.

      저는 일행들의 막내돌이가 되어
      주는 밥상을 그저 넙죽넙죽 받아 먹기만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새벽 02:30분경에 기상하여
      04:00시경에 세석을 벗어납니다.
      장터목까지 단숨에 도달합니다.

      새벽바람에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그 길을 걸어면서 한줄로 늘어선 일행들과
      하나됨을 느낍니다.
      아무 말없이도 상대의 마음이 전해오는 그 신비한 느낌,
      감동입니다.


      4. 지리에서 얻은..

      함박눈이 옵니다
      함박눈이 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무죄입니다.





        03:30분경 구례구역에 도착,
        04:00경 산행 준비를 마치고
        어둠에 쌓인 성삼재..

        저들은 무엇을 위하여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의 어둠을 뚫고
        싸늘한 눈길을 헤치고 있을까?
        실로 어렵고 힘든 그 길을.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어며
        지리산 주능선을 두발로 걸어낼 것입니다.
        산은 걷는이에게만 자신의 모습을
        내어줌을 아는 이들과의 산행이
        버얼써 즐거워집니다.



        노고단 고개길을 오르고
        임걸령으로 향하는데
        여명이 밝아옵니다.



        노고단에서 돼지평전 가는 어둠 속의 길목,
        아름답게 만개된 설화..
        내내 걸을 길에서도 많이 있으려니 하면서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여명과 눈꽃



        임걸령에서의 일출



        노루목을 지나고
        삼도봉으로 향하며 노고단을 바라봅니다.



        삼도봉에서 지리를 봅니다.



        삼도봉 내림길..




        이번 산행에서 꼬옥 얻고 싶었던
        풍광입니다.



        어찌 이토록 거대한 눈더미가
        어찌 형성되어졌을까요.
        화개재로 향하다가..



        연하천산장으로 향하는데
        길에서 만나진 산객이 접시에 모이를 담아두고
        새가 모이를 찾아 날아드는 모습을 즐기고 있습니다.
        새의 이름을 잊었습니다.



        연하천산장..
        산장지기와의 담소도 즐겁고
        일행이 준비한 칼국수도 즐겁습니다.
        산장에서 읽는 시 한편도 즐겁고
        산장에 마련된 빨간우체통도 정겹습니다.



        산장을 벗어나 다시 길로 나서면서
        한컷 남깁니다.



        형제봉입니다.
        육산인 지리산에서 우뚝 솟은
        바위의 끝자락에 생명의 움을 튼
        소나무를 기록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함께한 일행들에 취하고,
        그 품에 들면 현명해진다는 지리에 취하고,
        지리가 가진 풍광에 취하고,
        술한잔 않고도 취한 카오스입니다.
        청풍명월로 유명한 백소령산장에서..
        지리종주를 하면서 산장의 빠알간 우체통에
        누군가에게 보낼 편지나 엽서를 넣어보세요.
        지리종주를 마치고 그 여독이 풀려 있을 즈음에
        지리에서 보낸 엽서가 뒤늦게 도착될겝니다.
        그 엽서를 보며 지리종주길을 다시 회상해보는 즐거움이란..






        선비샘입니다.
        종주길가에서 마주치게 되는 선비샘,
        선비샘을 지키는 바가지입니다.



        지리의 천왕봉이 보이십니까???



        자연이 가진 풍광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함께한 일행들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일몰이 가까워집니다.
        영신봉에 오르고도 한참을 기다려야
        일몰의 황홀함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영신봉에서 일몰을 기다릴까 하다가 그냥 산장으로 향했습니다.
        일몰을 준비하는 태양을 영신봉을 향하면서 잡았습니다.



        드디어 영신봉이
        그 머리를 내어줍니다.
        이젠 휴식입니다.



        세석평전

        철쭉이 만개할때쯤이면 또 이곳이 그리워져
        몸살앓게 될테지요.



        세석산장에서 여독을 풉니다.
        그 시간의 즐거움이란 말로 설명되기 어렵습니다.
        나눔의 즐거움 그것입니다.
        그리곤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종주를 하면서 천왕봉에 일출시간에 닿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이었는지
        일행들은 깊은 잠에 곤하게 빠질수 있었나봅니다.
        02:30분경 한명도 빠짐없이 잠에서 깨어나 있었습니다.
        식사준비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로 들어섰습니다. 04:00시경입니다.

        그리고는 장터목산장에 닿았습니다.
        산장에서 잠시 새벽바람에 언 몸을 녹이고 천왕봉으로 향합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에 보여지는 풍광들은
        참으로 감탄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만, 일행들이 움직인 시간은
        일출전이었기에 어둠에 잠겨있었습니다.

        함께한 일곱의 일행들이 서로를 챙김질하며
        천왕봉을 향해 칼바람과 맞서며 거닐던 그 순간,
        감동이었습니다.



        천왕봉 가는 길
        정말로 매서운 칼바람이었습니다.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면
        그 자리에 얼어붙을 것 같은 공포감마저...

        사람이 아름답는걸
        자주 느끼곤 하십니까??
        함께 나누는 길에 들어보십시오.



        칼바람 무섭던 천왕봉입니다.
        3대 공을 들어야 볼수 있다는 천왕일출,
        제 드린 공이 부족했나봅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을 피해 서둘러
        하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둠속을 뚫고 올라왔던 그 길을 내려서며
        즐거움을 가졌습니다.

        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함박눈이 옵니다
        함박눈이 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무죄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음일까요
        다름일까요






        카오스 맘에 쏘옥 든 이미지입니다.



        지리의 아침






        그토록 어둠 짙고 칼바람 무섭던
        지리에도 햇살이 드리워집니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지못한 아쉬움을
        떠오르는 태양을 담아내며 달래봅니다.



        하산길에서
        잠시 쉬며 하늘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