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의 지리산!

by 슬기난 posted Jan 13, 2007 Views 4096 Repli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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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의 지리산!





o 산행일 - 2007. 1월6일 ~1월7일

o 어디로 - 음정~벽소령~음정(1박)~삼정산~ 문수암~마천 가흥교

o 누구랑 - 슬기난,고운내(첫날), 그리고 지.산님들

o 비린내골엔 비린내가 나더라!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내리는 비가
대설 주의보로 발령 될 만큼 기상상태가
오락가락하여 일요일 시산제 산행에
가기 전 지리에 들렸다 가기로 한 계획이
두서가 없어진다.

일단 밤 기상상태를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2시
알람소리에 잠이 깨어 밖을 내다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오랜만에 둘만의 오붓한 산행을 할 기회를 놓치기
싫어 꾸려놓은 배낭을 챙겨 차에 오른다.

내리는 빗속을 뚫고 무주근처를 지나는데 비가
눈으로 변하며 제설작업차가 밤을 잊고 열심히
작업 중이고 함양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하고 어둑한 음정 마을로 접어드는데
오름길에 쌓인 눈에 차가 뒤로 미끄러지며
정류장 삼거리에 간신히 멈춘다. 휴,,,

어둠이 가시지 않아 잠시 차에서 눈을 부치고
나니 내리는 눈이 금세 소복하게 쌓이고
휴양림쪽으로 올라가는데 트랙터
끌고 제설 작업하는 직원이 쳐다보며 #&@*한다.

계곡 왼쪽으로 잠시 오르다 다시 왼쪽으로
슬며시 스며들고 길가에 도열한 산죽에 쌓인
눈을 스틱으로 털며 오솔길을 잠시 오르다
본격적인 계곡산행을 시작한다.

잠시 멈췄던 눈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하고 쌓인
눈에 길 흔적도 없는 너덜 계곡을 따라 오름
짓에만 열중 할 뿐이다.

고로쇠 채취용 호스가 길게 늘어서 있고
빛바랜 리본이 간혹 인적이 있었음을 증명해주고
오를 수없는 바위를 피해 옆으로 붙어보나
진행이 어려워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기를
반복하며 고도를 높여간다.


비린내골

계속 내리는 눈 속에 쉴 곳도 마땅치 않고 발디딤
하기 쉽지 않은 바위를 오르느라 힘이 빠져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눈으로 위장하고
빠지기만을 기다리는 너덜사이로 다리가 빠져
심사가 틀어진 고운내님 왈!
“난 이런 고생하기 싫어! 경치도 없고,,,”

작전도로 여유 있는 오름길을 생각한데에다가
여름에 왔으면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며
여유 있게 오르련만 시커먼 하늘에 끝이 없을 것
같은 계곡 너덜 길에다 몇 번이나 다왔다며
양치기소년 노릇하는 남편이 미덥지
못함이 더했으리라,,,,

안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앞서서 이제 지리산 입산
금지령 내릴까 전전긍긍 하는데 의외로 이렇게
인적 없는 호젓한 산길을 혼자 다니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겠냐며 제발 안전한 곳으로 즐겁게
다니라 신신 당부이다^^*


작전 도로에서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사라지고 계곡 형태가
엷어지며 경사진 눈길을 미끄러지며 힘겹게
기어오르니 드디어 작전도로가 나타난다.

다 올라왔다는 안도감에 눈밭에 더러 누워버리는
고운내님,그제야 얼굴에 웃음이 배시시 나온다.
마치 언제 짜증을 내었냐는 듯이,,,^^*

서쪽으로 도로를 따라 첫 발자국을 남기며 잠시
내려서니 헬기장이 나오며 광대골 내려가는 초입에
리본이 나풀거린다.
나중에 내려올 때 저 길로 가자고 넌지시
말 던지니 펄쩍 뛴다^^*

잠시 오름길 헤쳐 벽소령 대피소 올라서니
눈보라에 한산함만 감돌고 눈 털며 취사장
들어서니 고등학교 졸업한 아들 데리고 종주하는
부자와 또 다른 두 팀이 계신다..


한산한 벽소령(산행금지 간판이 보이고)

삼각고지 거쳐 도솔암으로 내려서려던 계획이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어 산행통제 한다고
방송중이고 시간이 생각 외로 많이 걸려
안전하게 작전도로를 따라 음정으로 내려
가기로 마음먹고 느긋하게 점심시간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다
눈보라치는 산길을 내려선다.

간간히 단체산행객들이 올라오고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던 공단차량이
내려오며 타겠냐고 물어와 둘만의 오붓함을
놓치기 싫어 그냥 가시라하니 안 그래도
사고가 나도 인원이 적은 것이 낫다며 내려간다.

눈이 온 뒷날에 눈을 밟으며 산행을 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대설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눈을
맞으며 산행을 한 기억이 없는지라 볼 끝이
시린 줄도 모르고 웃음꽃을 피우며
음정마을로 내려선다.

민박집에 내일 행사 참석을 위하여 전국
각지에서 눈길을 뚫고 속속 도착하는님들의
웃음소리가 낭랑 하고 내일 산행을 위하여
일찌감치 꿈나라로 든다.


o
양정마을

정갈한 마음으로 행사 치르라고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 깨끗이 해놓은 길을 따라 일렬로 오르는
산님들의 모습들이 참으로 정겨워 보인다.

저마다 올 한해 한 아름의 소원을 가지고 왔을 터,
모든 님 들이 소원 하는 바를 이루고
행복한 산행을 하기를 빌어본다.


상무주암 오름길







유세차,
우리나라 4340년, 서기 2007년 정해년 정월
초이렛날.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 일동은
어머니 산 지리산 삼정산에 올라 천지신명과
지리산 산신께 삼가 엎드려 고하나이다.

산을 아끼고 지리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지리산 자락을 걸어 온 지 어언 여섯 해 그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산길을 걸어 왔음은 천지
신명과 지리산 산신께서 굽어 살펴 주심임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나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깊은 정을 나누며, 입산의
기쁨을 함께하는 것도 오직 지리산, 나아가
자연을 사랑하는 저희들의 지순한 마음을
어여삐 지켜 주셨기 때문입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지리산 산신이시여!
저희가 산에 들면 들수록 산을 잘 알지 못함을
깨닫게 됩니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이 어찌 하늘이나 땅의
뜻을 알 수 있으리요만, 작은 벌레나 풀잎
하나까지 당신의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알고
있나이다.
어린 마음으로 무심히 짓밟고 지나가 버린
풀포기나 꺾어버린 나뭇가지 하나에도 당신의
마음이 깃들어 있음도 잘 알고 있나이다.

저희가 산에 들어 당신과 함께하는 뜻은
저희들로 하여금 자연을 사랑하고 이웃의
안타까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
싹 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저희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당신이
우리를 사랑하는 뜻만큼이나마 가질 수
있도록 저희를 채찍질하시고 한편으로는
다독여 주시길 바라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지리산 산신이시여!
금년에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서 힘차게
도약하게 해 주시고 그늘진 곳이 없는 밝은
사회가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 국민들이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생활로 행복한 나라가 되게 하소서.

올해는 이 땅에 대선이 있습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이 땅에도 민주주의가 활짝
피어나 통일을 앞당기게 하여 주소서.
저희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은 물론 산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고, 이들의 가정에 화목과 평안이
깃들게 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당신의 품을 자주
찾을 수 있게 하여 주소서.

오늘,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 일동은 정갈한
음식과 맑은 술을 올리며 간절한 염원으로
엎드렸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지리산 산신이시여!
저희의 간절한 염원을 들어 주소서.

상향.
단기 4340년 1월 7일
<지리산 산길 따라> 가족 일동 - - - - -
강영환 시인님이 지음




문수암 가는 길...

상무주암에서 문수암 가는 길은 눈 산행의 백미를
보여준다.행여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내리막
내려와 문수암에 도착하니 한산하던 문수암이
갑자기 왁자지껄 시장통으로 변한다.
멀찌감치 바라보니 도봉스님 싫은 기색은
아니시고,,,,





지금 그 자리에 행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불행한 이유는 단 한가지뿐입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고마움을
그것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잃고 난 후에 그 소중함을 깨닫지만
이미 때는 늦어 버린 뒤입니다.

눈 들어 세상을 보면
우리는 열 손가락으로는 다 헤아릴 수 없는
행복에 둘러 싸여 있습니다.

우리가 불행을 헤아리는 데만
손가락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많은 행복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눈을 들어 주위를 다시 한 번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찬찬히 내주위에 있는 행복을

손가락 하나하나 꼽아 가며 헤아려 보십시오
그러는 사이 당신은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변해 있을 것입니다.

- 좋은 글 중에서 -

지리산이 있고 좋은 님 들이 있어 행복했던
정월 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