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리산이여.

by 眞露 posted Dec 26, 2006 Views 2693 Repli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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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리산이여!



- 일시 : 2006년 12월 23~24일

- 코스 : 백무동 (06:40)>장터목>천왕봉>치밭목(18 :00)
         치밭목(10:00)>새재(12:20)

       
       

   사진 1. 망바위에서




1. 지리산이여!

 
22일 밤 동서울 터미널 앞에서 마신
소주 한병의 후유증은 없다.

12월의 23일 서늘한 새벽...
별빛 아래에 우뚝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렇게 좋을 수가....

목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조차도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아스라히 내 기억 속 별빛 비췬 당신 모습은
콧날을 스치는 찬바람처럼 수줍게 울려주던 작은 사연이라는 것을
난 안다.

내리는 별빛을 어찌어찌 멈추게 한다 해도
흐르는 시간은 잡을 수는 없을 테고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조금만 더 당신에게 다가설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이기에 보여 줄 수 있는
내 기억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고 싶다.

1월의
어느 서늘한 새벽...
아주 우연이라도
당신을 다시 보게 된다면
내 기억의 저편
아름다운  당신의 이름을 불러 보고 싶다.
지리산이여!





 사진 2. 망바위에서 본 반야봉



2. 오르며 걷는 길




입에서 품어내는 콩죽 같은 안개는
참샘을 넘어 소지봉 봉우리 끝 솔가지까지
숨겨 버릴 정도이다.

그저 헉헉 거릴 수 밖에 없다.
몸둥이를 송두리째 삼키려 하고 있다.

감춰진 그리움은 이제야
파란하늘, 하얀 눈, 쌓인 낙엽, 산죽이 된다.
이제 나를 덮은 나른한 自由는 걷어질 것이다.

몸 하나 빠듯한 사각 틀에 들어 앉아
키웠던 지리에 대한 그리움은
어느새 튀어나와 지리 위를 훨훨 날고 있다.

빨간 아침 해가 소지능선에 드리울 즈음
참샘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한잔 추억을 마시던 일행은
자리를 걷었다.





  사진3. 제석봉에서



  사진4. 제석봉을 오르면서
  
  


  사진5. 제석봉




3. 늘 떠나 왔다.


시간은 추억을 짊어 지고 12월 31일로 가고 있다
모두 모아 놓고 떠난다.

후회와 아쉬움 모두 쌓아 놓고
이 무형의 쓰레기들을 태우며 지난 웃음들을 싸가지고 간다

희미해진 눈가를 훔치던 휴지 한 장은 버리고 간다
눈이 오는 날 혼자 모자 눌러 쓰고 장터목 마당을 걷고 싶다.

내일이라도 눈이 온다면 내일 걷는 것이 어떨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은
늘 떠나온 보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리!~ 그대를 만나려고 늘 기다려 왔다.


기대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 했던가?
멋진 눈꽃을 기대했는데..
지리의 모습은 조금 아쉽다.
그 마음 일행은 장터목 취사장 앞에서 또 이슬이로 달래 본다.




  사진 6. 통천문에서 가기 전 무명바위
 




 사진 7. 통천문



 사진 8. 제석봉에서 만복대까지



 사진9. 천왕봉에서 본인



  사진 10. 천왕봉 표지석



사진 11. 중봉에서 본 반야봉



사진 12. 표지석




4. 무제


천왕봉 잔설은 볕에 젖어
바람이 불어도 하얀 솜털이 더 이상 부서져 날리지 않는다.
능선을 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야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능선을 넘지 못한 하얀 솜털은 없었는데
오늘 그 자리에 태어나 하얀 눈밭을 만들고
12월 따스한 볕에 축축해져 있다.

천왕봉을 내려  산 허리를 돌며 중봉, 써리봉을 오르는 힘겨운 순간에도
대지를 물들이는 노을 앞 검게 우뚝 선 상봉 뒤 반야를 그리는 까닭은
나도 모른다.  

억새 내려 앉은 하얀 서리발에도 능선을 손을 잡고 돌아보고 싶어  
만복대도 마음에 드리워  본다.

동부능선에 눈이 내려 쌓이게 되면 또 다른 지리 사랑을 느낀다.

이맘때 천왕봉에서 손톱 달이 지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
손톱 끝이 아려오기 때문이다.




사진 13. 써리봉 전 전망대에서 본 노을


 사진 14. 저 노을 반야에선 어땠을까?


 

5. 마음의 고향으로부터



영하 3도 약간의 추위가 느껴지는 치밭목
밤하늘에 별을 올려다 보면서,
문득 삶을 생각하던 마음에 떨어지던 별똥별!
여름 날도 아닌데 별똥별을 보며
이번 12월은 정말 행운을 몰고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별들에게 답장을 쓰는 마음이 무척이나 미안 하구.
안부조차도 묻기가 어려울 만치....!
손길이 마음이 마냥 떨리는 것이!
그냥 한마디 잘 지내고 있지?
한바탕의 산행을 치르고 나면 이렇게 마음이 푸근해 오는 건
기대,
그래.
또 다른 기대 때문 이겠지.
설레는 기대를 안고
한 해의 마무리를 근사하게 짓자.

문득 생각난 것처럼
길을 걷다가 마주친 모습으로 하나 둘 셋.....
그렇게 하루가 가려고 한다.

앗! 酒님이 부족하다.






6. 12월의 국화차 향기는 어떤가?



치밭목 대피소 문을 열면 제가 누운 자리에서 해가 뜨는
모습이 보였다.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일찌감치 깨어 있었지만
자루를 벗어 버리긴 싫었다.
비비적거리다가....


치밭목 벤치에서의  국화차 향기는 어떤가?
올해 12월은 국화차 향기보다 찐하게 행복감에 젖어 보자.
화창한 날씨 햇볕을 쬐며 마시는 국화 향이 마음을 잔잔하게 한다.
국화차를 선물해 준 그녀가 무척 고맙다.
그리고 보고 잡다.

금방 하늘로 나무들이 빨려 올라 갈 것 같은 가벼움에
팔을 휘저으면 손에 다을 듯 멀어져 간 상봉에 대한 그리움.
안보이면 그리워지는 것을......

떠나면 슬프지 않겠느냐고?
슬픔을 알면서 떠나야 하는 사람
그 알량한 자존심으로 태연한 척 지리에게 손을 흔든다.

떠난 지 체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이렇게 그리울 줄 알았더라면 떠나오지 말았어야 하는데......

국화 향기보다 찐한 그리움
마지막 시들어 가는 12월
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국화꽃에 붙어 있는 카멜레온 인가 보다
자주 변신한다.
지리에 오랜만에 들어 보니 내 색깔이 없어 졌다....^^







7. 다시한번





즐거운 산행이었다.
나름대로 송년산행이라 생각하고 걸었는데
일행들에게 민폐를 끼친 산행은 아닌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무릎은 따라 주었고 다음 날 산행에 따라 나섰다 하더라도
무사히 마쳤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브넷 님들 새해에도 안산 즐산 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깃드시길 바랍니다.
 






    

                                                         

  모나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