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 마지막 이야기

by Gunners posted Dec 22, 2006 Views 3208 Replie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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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정말 바뻐서 못 썼는데,
나중엔 내가 여기다 글을 올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깜깜히 잊고 있었네요..ㅋㅋㅋ


(장터목산장(04:30)~치맡목산장(09:00))

장터목에서 잠을 이를 수가 없었습니다.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다음엔 갈 뗀 귀마개를 가지고 가야겠습니다. ㅋㅋㅋ
내일 산행을 위해선 잠을 자 둬야 하는데.. 한 4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잔거 같군요..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기상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전날의 피로도 잊은 채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저와 친구는 출발 전부터 에러가 났네요.
전날 충전을 위해 핸드폰을 맏겨 놨는데, 그걸 미쳐 받지 못했어요.
일찍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어쩌겠습니까? 처음엔 입구 쪽 창문을 조심스럽게 두둘겼습니다.
관리인이 일어나지를 않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사무실 문을 냅다 쾅쾅 쳤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보고 살짝은 민망 했지만 어떻합니까.?
핸드폰을 못 찾으면 지리산의 종주의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일출을 못 볼지도 모르는데;;;;
그제서야 장터목 관리인이 나오면서, 불만을 얼굴에 가득 품으면서,
“해도 해도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잠 좀 잡니다.”...
“죄송합니다” (장터목 관리인님 정말 지금 이 자리를 빌어 죄송)
아~ 그리고 얼마전에 KBS VJ특공대에서 장터목산장이 나왔는데 거기서 관리인님을 다시 보니 매우 반가웠어요. 안경 쓰시고 키 살짝 크시고? 인상 좋으신 아저씨~ 다음에 가면 맛있는거 사다 드릴게요. ㅋㅋㅋ
이렇게 다행히 핸드폰을 찾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 ㅋ
근데 문제는 역시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준비 상태는 최악의 수준이었죠.
렌턴이 없으니 정말 너무나도 불편했습니다.ㅠ.ㅠ
근데 다행히 앞쪽에 가는 아저씨분이 손전등이 남았는지,
자신이 가는 뒷길을 비춰주면서 가더군요
‘아~ 뒤에 오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저렇게 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이렇게 생각하니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오더군요. ㅠ.ㅠ
나랑 친구는 냅따 그 뒤만 졸졸 따라 댕겼습니다.
근데 나중에 안거지만, 그 아저씨분은 우리를 위해 비춰준게 아니라
자기랑 같이 온 분을 위해 비춰 준건데, 우리가 그 사이를 새치기해서 들어 간거죠;;;
그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고는 놀라더군요.
자기 일행이 없어졌다고...ㅡ.ㅡ;;
그 일이 있고, 어느 정도 날이 밝아져서 나머지는 렌턴 없이 무사히 올라갔습니다.
아~ 드디어 천왕봉이구나.......
무려 해발1915 제가 태어나서 제일 높이 올라온 곳...
천왕봉에 올라 쭉 펼쳐진 지리산 전체의 모습을 보니 정말 토가 쏠리려 합니다.
역시 높은 곳이라 그런지 좀 추웠습니다.
바람도 매섭게 불고. 배낭에서 한번도 안 꺼내 입던 겨울 잠바를 꺼내 입었는데도 춥더군요. 이놈의 해는 왜 이리도 꾸물꾸물 거리는지...
몇 분이 지나고....... 드디어!!!!!!
산의 봉우리 사이로 무엇이 올라오고 있네요.
“아 ~ 해~ ㅋㅋㅋㅋ”
가물가물 하지만 시간은 대략 AM:6:30 정도....
‘3대가 덕을 쌓아야 본 다는 지리산 천왕봉 일출을 단 한방에 보다니’
제가 덕을 많이 쌓긴 했습니다. ㅋㅋㅋ
해뜨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작년 1월1일 동해 하조대에서 본 일출보다 더 멋진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에 열을 올리네요. 우리도 카메라 셔터를 터트렸습니다.
근데 아 ~ 짜증 나와 친구가 타인에게 일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하고 사진을 딱! 찍을라는 순간. 배터리가 다 됐는지 꺼져버리네요..
아.... 지지리도 운도 없지!!!
그리 길지 않은 일출을 보고 이젠 지리산 종주의 종착역인
유평리 마을로 발길을 제촉 했습니다.
근데... 발걸음이 너무 무겁더군요.
잠을 못자서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겨우 2일 산 탔다고 지칠 내가 아닌데,
정말 미칠 거 같이 힘들었습니다.
조그만 올라가면 숨이 헉헉 차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금방이라도 쓰러 질 거 같은...
게다가 물은 치밭목 도착할 때 까지 단 한방울도 없었습니다.
거이 졸도 할 뻔 했음.
제 친구녀석이 그때 당시의 저의 모습을 보고 지어준 별명이 있습니다.
그 이름하여 ‘졸도홍’ (저의 성은 홍씨입니다.)
요즘도 제 친구는 이 불명예스러운 별명으로 저를 놀리곤 합니다.ㅋㅋㅋ (나쁜세끼!!)
정말 힘들게 움직이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치맡목 산장에 도착!
당시 느낌은.................
정말 지옥을 탈출해서 낙원에 도착한 듯한 느낌!ㅋㅋㅋ (AM 09:00)
장터목에서부터 마시지 못한 물을 마음 것 들이켰습니다.
1.5L 사이다통에 물을 가득 담아 다 마셨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밥 먹어야 할 시간~♬
오늘은 드디어!!!!!!!!!!!!!!!!!!!!!!!!!!!!!!!!!!!!!!!!!!!!!!!!!!
지리산 마지막 식사를 위해 2일 동안 먹고 싶어도 먹지도 못하고 꾹! 꾹!
참고 기달리고, 남들 고기 구어 먹을 때, 군침 삼키면서,
마지막 날을 위해서 정말 아껴두고 아껴뒀던
최고의 식량이라 하기엔 좀 모한 오뚜기 3분카레.....OTL
아 슬프다......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하네요... 원래는 햇반만 데우고, 라면만 끓이면 되는데,
오늘은 카레까지 데워야 하니까 우리의 인내력이 한계를 넘을 뻔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날을 위해 통조림도 참치와 깻잎,
그리고 집에서 싸가지고 온 오징어젓 까지,
완전 진수성찬 ㅋㅋㅋ (원래 참치 한개만 반찬이었음.)
적은 양이지만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치맡목산장(09:00)~유평리마을(14:00)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쉬고나서 다시 유평리 마을을 행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정말 람보파워!! ㅋㅋㅋ
천왕봉에서 치맡목 올 때는 거이 졸도 직전의 좀비였다면,
밥을 먹고서는 지칠지 모르는 람보와 같이 엄청난 스피드를 내며 내려갔습니다.
역시 밥이 문제였었나 봅니다.(하지만 나중에 눈물을 흘리며 후회 했습니다. ㅠ.ㅠ
이 때 엄청나게 빨리 내려오는 바람에 무릎이 아파서 3주정도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었으니까요.)
조금 내려오니 무재치기 폭포가 보이더군요.
폭포라기엔 약한 물줄기가 좀 아쉬웠어요. ㅠ
폭포를 지나 이제 좀 인적이 매우 드문 산길을 계속해서 내려갔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곳을 지나오면서 사람을 본 기억이 없네요.
아! 생물체 하나를 봤습니다. 뱀 ㅋ
조금 작은 뱀이었습니다. 잡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퍽<)
독사도 아닌 거 같고, 물통에 넣어서 잡아 가려 했는데,
도망가서 못 잡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 이라는 걸 깨닫곤 합니다.)
지금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지리산 얘기가 나오면,
길이 1m 뱀을 상대로 싸웟다고, 뻐꾸기를 날리곤 합니다.
사람도 없고 지루한 산길이었는데
ㅋㅋㅋ별루 지루하다는 생각은 안 났습니다.
역시 올라 갈 때 하고는 가지는 마인드가 달라서 그런지
전처럼 토 쏠릴 거 같다는 생각보다는
단풍으로 이루어진 산과 산 사이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근데 그곳은 정말 한눈팔다 발 헛디디면,
그냥 골로 가겠더라고요. 쉴 때 빼고는, 경치를 구경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이제 거이 다 내려 왔나 싶은지 매미소리?도 들리고
잠시 휴식도 취할 겸,
옆에 계곡물 흐르는 바위에 앉아 3일동안 안 닦은 발을 닦았습니다.
정말 쌔까만 발 ...ㅋㅋ신발 벗자마자 올라오는 꼬랑내의 압박...!!!
발을 씻으니 몸이 한결 가볍고 상쾌해 지내요. ㅋ
아!!! 드디어!! 유평리 마을.
너무 무리해서 내려와서 무릎이 이때부터 아펐습니다.ㅠ.ㅠ
아픔을 뒤로하고, 축하주 한잔하러 식당에 들렀습니다.
막걸리와 도토리묵, 산채비빕밥 시켰습니다.
비빕밥의 가격은 6천원 우리 동네 김밥나라 기준으로 볼 때,
산채비빔밥 4천원 정도 하니까
살짝 비싸다고 느껴지지만, 비빔밥이 나오는 순간 그런 마음이 싹 없어 지더군요.
그렇게 특별나게 맛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 주위에 모든 친구들이 그렇듯이 맛은 보통만 되면 별로 불만 없이 잘 먹습니다. 무조건  양 많은게 맛있는 겁니다.ㅋㅋㅋ)
그러나 할머니의 정성이 정말 눈물겹습니다. 단 2인분의 식사를 차려주시는건데, 일일이 나물을 하나하나 삶아서 주시고, 정말 그 정성이 작은 거 하나 하나 챙겨주시는데,
정말 그 정성 잊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주를 마셨으나.. 문제는...
축하주를 너무 많이 쳐 마셨습니다 ㅡ.ㅡ;;;
대원사를 지나(귀찮아서 그냥 지나침)
유평리 터미널 가는 길까지 계속 비틀거리면서 갔네요.ㅎㅎㅎ
진주터미널 행 버스를 타고, 시골의 마을들을 지나가니,
그냥 기분이 좋았습니다. 도시와는 정말 느낌이 다름.
한시간 정도 타고 가서 진주터미널에 도착.



집으로.......
서울행 버스를 타고 이제 집으로 출발...
버스에 오르니 시작되는 무릎통증....
파스를 뿌리니 냄새 때문에 민망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편하게 누워 있으니,
마치 지리산에서 있었던 일들이 꿈만  같았 습니다.
그동안 찍은 사진이나 볼겸 주머니에서 디카를 찾기 시작.....
“어라, 디카가 어디있지?"
아주 버스에서 난리가 났었죠. 배낭 모조리 꺼내서 옷에 있는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졌습니다.
분명히 진주행 가는 버스에서 까진 카메라를 가지고 놀았었는데....
(여기서 잃어 버린듯...)
우리의 2박3일 동안의 판타스틱 했던 순간이 모두 들어있는 카메란데...
아 정말 괴로웠습니다. 핸드폰으로 유평리 터미널에 전화해서,
기사분 전화번호 알아내고, 막 전화 하려는데,
핸드폰 배터리마져 나가 버려서, 아픈 다리 질질 이끌고
다른 사람들한테 양해 구해서 핸드폰 빌리고 해서 겨우 기사분과 연락이 되,
카메라를 찾는가 싶었는데, 그 기사분은 내가 버스 안을 청소 안 해서 모른다고 하시고, 그럼 청소하는 아줌마한테 좀 알아봐주시면 안 되냐고 계속 설득해서, 겨우 알아봐준다는 대답을 얻어 냈으나.....
결국 못찼았음 ㅠ.ㅠ(덕분에 최근에 카메라 하나 장만)
절망이 가득 한 채로 서울에 도착.
전철을 타고 처음 출발했던 동인천을 향해 갔습니다.
근데 3일동안 안 씻어서 몸에 냄새 정말 장난 아님...
쪼금만 움직여도 냄새가 올라 오는데 정말 민망했습니다.
모자로 푹 눌러 쓴 채 동인천 도착 할 때까지 정말 움직임 하나도 없이
죽은 사람처럼 있었습니다.ㅋㅋㅋ
이렇게 꿈만 같은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따듯한 집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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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이 때의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인생에 남을 몇 안 되는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고....
저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겸손함을 가르쳐준 지리산.
많은 추억과, 인연을 만들어준
그 지리산에 대해 따듯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언제까지나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