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2

by Gunners posted Dec 13, 2006 Views 3485 Replies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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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의 종주이야기 1 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전하며....
두 번째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원래는 어제 헬스장을 다녀온 직후 쓰려 했으나, 마침 주몽이 하네요.
아~! 어제 주몽에서 소서노의 모습은 정말로 이쁘더군요. ㅋㅋㅋ
이상 시시콜콜한 이야기 였습니다. ㅋㅋ



<뱀사골 산장(06:00)~벽소령 산장(10:00)> 10월 17일
전날 핸드폰 모닝콜을 종주세부계획에 써져있는 04:00 에 맞춰놓고 잤습니다.
근데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06:00 네요.
그냥 더 잤습니다. (이래서 학교 다닐때 지각을 많이 했음)
그리고 한 20분 뒤 빈둥빈둥 기어 나와서 몸을 풀고, 아침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손잡이 긴 냄비를 꺼내서 물을 받고, 물을 끓여 그곳에 햇반을 데우고,
그 물로 다시 라면을 끓였습니다.
매우 비위생적이지만, 우리는 다시 물을 받아, 라면 먹을 물 끓이는
시간을 기다려 줄만큼 인내력이 강한 놈들이 아닙니다.
밥 먹을 땐, 더 비위생적 입니다. 친구 녀석은 식기도구를 가져오지 않아,
내가 가져온 수저, 포크 이 달랑 두개를 서로가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습니다.
라면국물을 먹을 땐 내 친구가 사용하던 것을 뺏어서 떠먹기도 하고,
면을 먹을 땐 내 친구는 내가 사용하던 포크를 뺏어서 사용하는 식으로,
매 끼를 때웠던게 생각납니다. ㅋㅋㅋㅋ 윽 더러워ㅠ.ㅠ
우리의 준비상태가 얼마나 최악인지 들어나는 대목이죠 ㅡ.ㅡ;;;;
아침을 든든히 먹고 이제 다시 둘째날의 종착역인 장터목으로 Let's GO!!!!
뱀사골 산장의 위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다시 화개재로 올라갔습니다.
역시 이곳은 볼 것 없음. 또 다시 지루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적응은 빠른 놈들이라 전날보다는 거뜬히 올라가더군요. 속도도 꾀 빠르게..
토끼봉에서 우리가 올라온 곳을 한번 둘러보고 다시 연하천 산장으로 향했습니다.
별루 힘든 것 없이 거뜬히 연하천 산장까지 도착을 했습니다.
이곳에선 어린이들을 많이 봤는데;; 참 대단한 꼬마들.... ㅋㅋㅋㅋ
연하천에서 복스럽게 생긴 외국 여성분과 그 외국인 여성분의
남자친구? 혹은 남편정도 되는 분을 보았는데 매우 보기가 좋았습니다.
이 분들은 우리가 연하천을 떠나가 앞에 몇 분전에 벽소령산장 쪽으로 떠나더군요.
우리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발을 내 딛었습니다.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친구 녀석과 욕을 해가며,
남들이 보기엔 살벌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형제봉 쯤 갔을 때,
어떤 분이 내리막길 난간에 기대에 알 수 없는 언어로,
반대쪽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치고 있더라구요.
아마 발음이 좋지 않아 처음에는 잘 분간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영어였을 겁니다.
근데 그게 저와 친구 녀석이 보기에는 좀 웃겨 보였습니다.(못된놈들 >퍽<)
친구와 저는 똘기가 발동해서, 영어로 장난을 해가며 길을 내려 갔습니다.
영어라 해봤자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정도? ㅋㅋㅋㅋ
근데 문제는 지금부터.....
큰소리로 음담패설을 떠들고 가다가 큰 바위로 가려진 길을 도는 순간
아까 연하천에서 봤던 복스러운 외국인 여성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네요...
우리가 했던 얘기를 다 들었다는 듯이 우리를 멀뚱 멀뚱 쳐다보는데...
(우리는 그 곳에 외국인 여성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음.
아마 그 남성분은 밑에 있는 외국인 와이프에거 말을 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야리꾸리한 말들을 영어로 짓거렸으니 ㅡ.ㅡ;;;;
우린 그냥 묵념하고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암튼 이런 민망스러운 사건을 뒤로 한 체 벽소령에 도착.
벽소령산장이 개인적으로 제일 아름다웠던거 같습니다. 취사장 빼고요...ㅋㅋㅋ
벽소령취사장은 많은 봉우리가 보이는 정말 토 쏠리는 곳이죠...
지금 생각해도... 내가 이곳을 올라오다니...;;;
그래도 토 쏠릴거 같은 이곳에서 밥을 해먹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길을 떠났습니다.

<벽소령 산장(11:00)~장터목 산장(17:00)>
그 다음은 매우 기대가 되는 선비샘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기대가 된 이유는, 우리가 가는 종주 코스에 있는 유일한 샘이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샘이라 함은 동화책 같은데서 보면 돌로 동그란 원을 그리는 곳에
물이 고여 있고 위에서 물이 조르르 흐르는,
정말 낭만적인 곳이라 생각 하는게, 경험 없는 사람에겐 지배적이죠,,,,
선비샘을 보고 제 친구가 말하길
“홀딱 깬다!”
정말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초라한 샘 ㅋㅋㅋ
이 한마디를 뒤로 한 채 그냥 다시 고고..
칠선봉을 지나 세석산장에 도착 할 때쯤. 이때부터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턴 모 친구에게 장난스러운 욕이 아니라, 슬슬 감정 섞인 욕을 서로에게 해댔죠.
“야 이 못생긴 세끼야”부터 시작해서
“이 어리버리하게 생긴 세끼야”
“몸에서 냄새나 꺼져”
“넌 입에서 냄새나 너나 잘해”
이틀 동안 씻지 못했는데 서로 냄새나는 건 당연한데,
그냥 지 얼굴에 침 뱉은 꼴이죠,.;;;;;
스물 두 살, 다 큰 남자들이 오고간 대화치곤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실제로도 이렇게 놀고, 이렇게 놀다가 감정상해서
싸우는게 다반사입니다.
남자들의 의리 모 어쩌구 저쩌구 한다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남자가 여자들보다 더 속이 좁은 거 같습니다.ㅋㅋㅋ
결국엔 짜증나서 말도 안하고 세석산장에 도착.
세석산장은 식수를 뜨려면 좀 밑으로 내려가야 되서 여러모로 짜증이 나더군요.
두 남자 녀석 귀차니즘 발동
내 친구 녀석이 “야 니가 내려가서 물 좀 떠와”
진짜 화난 나
“너가 내려가서 떠 쳐 먹어!”
이렇게 또 악감정이 팍팍 섞인 대화를 나눈 뒤,
서로 드럽고 치사해서 물 안 마실 것처럼 하다가 결국엔
둘 다 내려가서 물 뜨고 왔습니다.
아직 갈 길이 먼데 물을 안 떠 갈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이건 쫀심이고, 모고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비굴한게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거죠.;;; ㅋㅋㅋ
세석산장에서 다시 지루한 오르막을 올라갔습니다.
세석산장에서 볼 땐 경사도 험하지 않고
실제로 올라 갈 때도 험하지 않았는데 너무 힘이 들더군요.;;;
이렇게 또다시 촛대봉 연하봉을 지나 드디어!!!!!!
장터목 산장!!!! 감격 ㅠ0ㅠ
이곳에서 승리의 브이 포즈를 취하고 사진 한방 박고!
친구하고 언제 악담을 퍼부었다는 듯 서로 서로 포옹하며,
“수고했어. ***야”
“너도 수고했다 ****야”      (*안에 들어 갈 말은 여러분들 상상에...;ㅋㅋㅋ)
장터목에 올라오니 친구 녀석이 매우 추워 하더군요.
좀 안됐다는 생각에 제가 입으려던 바람막이 티를 주고,
전 그냥 다른 거 걸쳤습니다. 그날 매우 추웠음. 바람도 많이 불고 ㅠ.ㅠ
물론 식사준비는 제가 다 하구요. 친구가 많이 힘들어 해서.;;;
운동도 잘하는 친군데 의외로 힘들어 하더군요...
원래 말년에는 살 디륵디륵 쪄서 나오자나요 ㅋㅋㅋ
밥을 먹고 바로 산장 예약확인 체크하고 자리 배정 받았습니다.
번호는 제가 1번을 뚫었습니다. ㅋㅋㅋ
별거 아니지만 1등은 그냥 다 좋음.
산장내에서 2층에 자리 잡은 아저씨들이 술 마시고 즐겁게 노는데,
같이 가서 쐬주 한잔 한고 싶었습니다. ㅠ.ㅠ
(근데 이렇게 떠들고 놀면 안 되는거 아닌가요?)
대한국민 최고 높은 숙박시설에서 마시는 술 맛을 다음번에는 느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우리는 힘든 두 번째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일정을 위해...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