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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12.07 00:11

老姑壇

조회 수 347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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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姑壇



o 산행일  - 2006.11.29    03:54 ~ 15:00

o 어디로  -화엄사~차일봉~노고단~형제봉~월령봉~용두리 저수지

o 누구랑  - 장똘뱅이, 슬기난

o 시간대별 산행기록
o 03:54 화엄사 입구 식당촌
o 04:40 원사봉
o 07:10 종석대
o 08:00 노고단
o 09:00 아침 식사 후 출발
o 11:20 밤재
o 11:55 형제봉
o 12:40 749.6m 삼각점 봉우리
o 12:50 ~13:40  휴식 겸 전화기 찾기
o 15:00  용두리 저수지 국도변(산행종료)


노고단(老姑壇),
신라 때부터 이 높은 곳에 남악사(南岳祠)란 신단을 나라에서 차려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지리산 산신으로 받들고 나라의 수호신으로
모시면서 매년 봄 가을 제사를 올렸던 해발 1506미터의 노고단,

지리산 주능선 서쪽 영봉
노고단의 옛 이름은 길상봉(吉祥峰)이요, 지리산 산신으로 모신다는
선도성모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를 일컫는다.

선도성모의 높임말인 '노고(老姑)'와 제사를 모시는 '신단'(神壇)이
있는 곳이란 뜻으로 노고단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한다.

남악사는 조선시대 들어 산 아래 좌사리 당동 등으로 옮겨졌는데,
매년 봄, 가을과 설날에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나라에서 재난이 있을 때마다 제를 올리기도 했었다 한다.

근세 들어 1908년 일제가 이를 철폐했는데, 1969년 화엄사 지장암
앞에 10여 평 규모로 새로 지어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남악사제는 구례군민들이 전야제와 각종 민속행사를 곁들여
다채롭게 열고 있다 한다.

그 주변으로 종석대, 관음대, 만복대, 집선대, 문수대, 청련대 등이
자리하는 노고단은 수십만평의 광활한 고원분지를 안고 있다.
예부터 명승지로 꼽혀온 무엇보다 화랑도의 심신수련
도장으로 활용이 됐던 곳이다.             - 최화수님의 글에서-



요즘은 성삼재에서 몇 발만 내딛으면 편안하게 오르는
노고단이지만 먼 옛날 처음 종주한답시고 어둠속을 뚫고
오르던 화엄사계곡 길은 어찌 그리 힘들고 멀던지,,,

이제 다시 화엄사 식당가 끝집 앞에 택시를 내리니 평일이건만
밤새 불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장의 기대를 배신하고
동네 끝 등로 입구에서 산행 준비를 한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은은히 들리는 화엄사 종소리가 가슴을
파고들고 스산한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한쪽 스틱 하단이 단단히 잠겨 애를 먹이고 잠시 후
“밀양손씨지묘“ 조그만 비석이 있는 좌측 입구 도로를 따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산소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오르니 조그만
간판이 들머리임들 알려준다.

제법 가파르지만 유순한 산길을 따라 오르니 땀이 배어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어둠을 가른다.

화엄사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능선에 올라서 양탄자
깔린 덧 한 편안한 길을 따라 조금 진행하니 어둠속에 무심코
원사봉을 우회하여 지난다.

점차 거칠어져 가는 지리의 울음소리가 요란해지고 거친
바람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땀에 젖은 옷이 온몸을 떨리게 한다.
벗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고 어둠뿐인 길을 따라 묵묵히 따르니
잠시 급한 오르막이 나오며 뿌연 어둠속에 건너 능선이 윤곽을 보이기
시작하는 차일봉에 올라선다.

저 앞 높다란 곳에 종석대가 도도하게 내려다보고 있고,,,
발밑에 서걱거리는 얼음이 밟히며 이끼 낀 바위가 살짝 얼은 것을
랜턴 불빛에 분간하기 힘들어 미끄러지며 기어이 무릎에 생채기를 내고야 만다.

올라오며 길가에 보금자리 틀고 곤히 잠들은 몇 마리의 새들을 잠
깨운데 대한 보답인가 싶다.
힘든 오름도 막강 내공고수 장똘님이 뒤에서 불어주는 장력으로
쉽게 올라서고 몇 번의 오르내림 끝에 우번대가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몇 발 옮기니 종석대로 바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산죽과 잡목이 끈질기게 잡아당기고 조그만 너덜지대 올라서니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반겨준다.
하얀 얼음이 옷에 달라붙고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조심조심 기어올라
정상아래 바위틈에서 일출을 기다린다.


  종석대에서


밤을 헤치며 오른 차일봉 능선


종석대에서,,

한동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머물다가 종석대 정상에 올라서니
부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이고 지나는 구름에 노고단이
잠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숨는다.

서둘러 내려서고 한적한 도로 따라 대피소에 올라서나 썰렁함이 감돈다.
전세 낸 취사장에서 버너 꺼내 불 피우고 느긋하게 아침준비를 하는데
물 길러온 산우님 잠시 문을 열어놓고 들어온 사이 파고드는 바람이
매서워 새삼 지리의 겨울을 실감한다.



  노고단 고개 오르는 길


  뒤돌아 본 노고단 고개

“어디에서 몰려왔는지도 모르게 운무가 파도처럼 밀려와
산야와 계곡을 메우고, 수려한 노고단 중턱 산허리를 감돌아 흐르면,
홀연히 운해만리(雲海萬里) 구름바다를 이루어 높은 봉은 점점이
섬이 되어 완연히 다도해로 변한다.

이 변화무쌍한 자연조화의 신기로운 경관은 오직 숙연한 감동과
외경감(畏敬感)을 안겨준다.“
       이종길님의 '지리영봉(智異靈峰)에서

그동안 자연 보호차원에서 묶여있던 노고단 정상부 탐방이
5월부터 11월까지 전면 개방되어  노고단정상에 올라 멋진
경치를 감상하려 하였으나 잔뜩 흐린 하늘에 눈보라까지 날려
다음을 기약한다.

kbs 송신탑 가는 도로를 따라 오르니 상고대위에 눈보라가 덮여
하얀 나무들이 도열하여  지나는 길손을 반겨준다.

목책 전망대 옆을 돌아 오르니 세찬 바람, 흩날리는 눈송이에
내려가야 할 능선은 구름 속에 잠겨 오리무중이다.
잠시 더 올라 사면으로 비스듬히 진행하여 바위지대 쪽으로
돌아 내려가니 희미하던 길이 사라지고 진행방향 좌측으로 조금
돌아내려오니 능선이 만나진다.

눈이 녹아 미끄러운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오니 우량계측탑이
연속으로 나타나고 좁은 길가에 자리 잡은 나무들이 성가시게
잡아끄는 길을 한동안 오르락내리락 내려오니 저만큼에서
형제봉이 손짓한다.



하얀 모자를 쓴 노고단과 반야


  형제봉 능선 내려서며 뒤돌아 본 노고단


간간히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뒤돌아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저만큼에서 노고단과 반야봉이 환하게 웃으며 손짓하고 건너
왕시루봉이 이제 눈높이로 다가온다.

새벽에 오른 차일봉 능선과 종석대도 한 눈에 들어오고,,,,
고도가 낮아질수록 차갑게 느껴지던 바람도 한층 부드러워진 듯
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형제봉이 눈앞에 들어 올 때쯤 밤재사거리에 도착한다.

옛날 연곡사 스님들이 느진목재와 이 밤재를 거쳐 화엄사로 오고갔다고 한다.




점점 멀어지는 노고단

한동안 휴식 후 오르막 올라 형제봉에 올라서니 기가 막힌 전망처이고
오른쪽으로 화엄사 방향으로  지능선이 뻗어 내리고 있고 다시 뒤돌아
좌측방향으로 잠시 진행하니 조그만 봉우리가 나타난다.
형제봉이라 하였으니 동생봉 쯤 되지 싶다.

잠시 안부까지 내려섰다가 급경사 오르막 올라서니 정상에 무덤한기
있는 멋진 봉우리에 올라선다.(861m봉)
여기서부터 올망졸망 바위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월령봉을 찾는데
2만5천분의1 지도에는 820m봉으로, 등산지도에는 749.6m 삼각점
있는 봉우리로 표시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이 높은 능선상에 무덤이 간간히 있어 명당을 찾는
후손들의 집념이 감탄스럽다.
끈질기게 구애하는 잡목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바위지대를 한동안
진행하니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답지 않은 봉우리에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건너 왕시루봉과 문수사 오르는 길

아직 저 만큼 보이는 하산지점은 멀어만 보이고 이제 소나무
간벌한 숲속 순한 내리막 내려서다 아늑한 곳에서 잠시 점심 겸
간식을 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장똘님의  
휴대폰이 행방불명이다.

어쩐지 길가에 늘어선 잡목 녀석들이 음험해 보이더라니,,,

컴퓨터 에러로 저장된 번호들이 날아버려 큰일이라며 뒤돌아
찾으러 나서고 혹 소리가 나서 찾기 쉬우라고 계속 발신을 하고
있는데 한참 후에 포기를 하고 내려온다.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고,,,,

문수저수지가 내려다보이고 한동안 내려오다 직진 능선과
우측 임도가 갈리는 곳(천행치)에서 임도쪽에 리본이 하나 있지만
나무에 가려 능선 끝이 안 보이는지라 능선 쪽으로 진행하니
밤나무 밭으로 내려서며 우측 저만큼 능선이 달리고 있다.

오미리 마을로 내려서 산행을 끝내도 되겠지만 다시 능선 사면을
가로질러 제 길을 찾아 내려서며  작은 재를 두개 넘어 용두리 저수지옆
국도변으로 떨어져 산행을 종료한다.

화엄사를 사이에 두고 노고단까지 이어진  양쪽 능선을 오르고 내린 멋진 하루였다.
같이 해준 장똘님이 있기에,,,,




국도옆 용두리 저수지



  

  
  • ?
    능선샘 2006.12.07 08:14
    아마도 지리산은 두분 성모님 덕분에
    더 어머니 품 같은지도 모르겠습니다.

    편안한듯, 다녀오신 길을 ~~ 눈으로 새겨봅니다.
    좋은 소식도 기다립니다.^^*
  • ?
    상불재 2006.12.07 08:49
    도로가 용두저수지에 내려앉은 햇살이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왕시루봉이 온전한 모습으로 눈에 드는 저 곳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저수지의 둑에 앉아 부드럽게 솟아오른 왕시루봉을 바라보는 맛은
    참으로 기막히지요.
    차일봉능선과 함께 엮은 월령봉능선의 산행기가 정말 멋집니다.
    호젓하고 결코 짧지않은 월령봉능선이 갑자기...그리워집니다
  • ?
    이안 2006.12.07 09:39
    출근하여 음악과 함께 잠시 지리산에 듭니다.
  • ?
    선경 2006.12.07 10:28
    구름을 배경으로 밝아오는 일출이 정말 환상적입니다
    그냥 떠오르는 일출보다 감성을 더욱 물들게합니다
    슬기난님의 지리풍경 ~~산행기와 더불어 점점 멋진작품으로
    탄생하네요~~~늘 감사드립니다
  • ?
    오 해 봉 2006.12.07 11:05
    차일봉 월령봉 형제봉 눈을감아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봉우리들 이네요,
    정상급 준족인 슬기난님과 장똘뱅이님 10여시간동안
    얼마나 호흡도 잘맞았을가 싶네요,
    일출 상고대 눈덮힌산 모두가 좋기만 합니다.
  • ?
    부도옹 2006.12.08 00:07
    사진이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바쁘셨나요?
    산행 끝나고 후기 올려주시기까지 뜸들이는 시간이 길어져서....

    "....작은 설움...아무 말 못하고...." 하산했다는 산행인지라 읽는 내내
    코 끝을 스치는 지리 겨울바람을 생각하고 느낍니다. ^^
  • ?
    슬기난 2006.12.11 14:06
    능선샘님, 뵌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좋은 소식은 시간이 가면 드릴 수 있겠습니다.
    상불재님, 가끔 놀러갑니다만 흔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항상 주옥같은 글 감탄일 뿐입니다.
    멋진 이안님, 지리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데 옆을
    보니 멋진 님이 계십니다^^*
    선경님, 늘 좋은 말씀 고맙게 새기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멋진 풍광도 가끔 소개해주십시오.
    오해봉님, 차거운 어둠을 가르며 오로지 무념무상의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원껏 지리의 품속에
    묻혀볼랍니다.
    부도옹님, 지리 산신님께 투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요근래 근 3일간격으로 지리 옆구리를 4번씩이나 지나다니느라,,^^*
    해가 가기전에 얼굴 함 볼 수 있겠지요?
  • ?
    진로 2006.12.11 14:27
    점점 사진이 쨍해 집니다...^^
    진하게 한바리 하셨습니다...^^
    건강하시고요.
    내년엔 좋은 일만 가정에 깃들기를 바랍니다.
  • ?
    신후 2006.12.11 18:29
    역시 산은 아름답습니다.
    일출의 금빛 햇살에 빛나는 지리의 산들은
    더욱 아름다워 보이고요...
    산행기를 읽노라니 매서운 바람이
    내 품으로 막 밀려~~~~오는듯 하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그나 여전히 건안하시죠?
    저는 근래 지리는 근처도 못가고
    지난해 6월4일~6일 님들과 함께한 2박3일의
    태극종주,님의 단독 무박 태극종주 지원 나간걸
    추억하며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답니다.
    다른산은 11월에 비오는 한라산, 성판악~관음사 코스를
    7시간 걸려 다녀온것과 저 北쪽에 있는 산을 다녀왔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리운게 있다면 님들과 조개골 산장에서
    하룻밤 자며 저 새재로 올라가고만 싶은거랍니다.
    택극종주길,새재에서 조개골을 오고갈 때
    뚝 튀어나온 나무가지들은 우리들의 정강이를
    얼마나 사정없이 때렸던가요?
    이제는 그 아픔의 기억은 사라지고 오히려
    그 아픔조차 그리워지는건,
    세모가 가까워져 일까요 아님
    님을 뵌지가 오래여서 일까요?
    이 차가운 겨울에도 늘 건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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