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1991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落照는 없고 안개만 자욱했다.

(지리 반야봉 산행기)

ㅇ산행일자:2003년 08월 17일
ㅇ산있는곳:전북 남원
ㅇ산행코스:성삼재-노고단고개-돼지령-임걸령-노루목-반야봉-노루목-노고단고개-노고단-노고단산장-성삼재
ㅇ산행시간:Am 08:00시 ~ Pm 16:00시

부슬 부슬 비가 내리는 길을 달려 성삼재에 도착하니 센 바람과 함께 산을 타고 내려 온 안개가 자욱히 내려 앉아 있다. 쌀쌀함에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하고 찻 속에서 밖을 내다 보니
몇몇의 등산객들이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길을 오른다.
08:00시.
배낭을 메고 윈드쟈켓을 걸쳐 나도 그들의 무리 속으로 끼여 든다. 지리의 또 다른 주봉으로 불리우는 반야봉을 찾는 산행은 이처럼 흐린 날씨로 시작된다.
무넹기를 거쳐 노고단 산장에 오르니 찬 바람이 불고 안개는 더욱 기세를 부려 산장 일대를 휘덮고 있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돌로 잘 단장된 길을 올라 노고단 고개에 이르니 시간은 08:50시가 되었고 바람은 좀체 잦아들 것 같지 않다. 건너 반야봉은 구름 속에 자취를 감추었고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두 하얀 안개 뿐이다. 바람 탓 이었을까! 잠시 종석대가 뾰죽히 자취를 드러냈다가 이내 안개 속으로 숨어 버린다.
오늘의 산행 중 조망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어 버린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변화무쌍한 지리의 날씨에 한 가닥 희망을 거는 수밖에...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발길을 내리니 비에 젖에 미끄럽고 길가의 풀섶에 매달린 빗방울은 이내 바지 가랑이를 촉촉이 적신다. 안개 속으로 계속되는 능선길이 마치 미로처럼 느껴진다.

10:10시.
임걸령 샘에 이르니 맑은 날에도 바람 거센 이곳이 오늘은 더욱 몸을 시리게 만든다. 그대로 지나쳐 길을 이어 30분이 지난 시각에 노루목에 도착한다. 노루목에도 몇몇의 등산객들 만이 있을 뿐 고요함이 흐르는데 전망바위에 올라서도 역시 안개만이 넘쳐날 뿐이다.

삼거리인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향하는 길은 오르막으로 약 500여 m 쯤 숨차게 이어진다.
하기야, 불과 1km의 거리이니 그리 힘들 것도 없지만 실제 올라보면 늘 만만찮은 길임을 알게 되기도 한다. 호흡이 가빠질 때 쯤 길은 사면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다 다시 오르막으로 계속되어 스무계단의 철계단을 지나면서 다시 땀이 흐른다. 곳곳에 만발한 꽃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며 반야봉 정상에 올랐다.

11:20시.
조그마한 정상 표지석이 있고 자욱한 안개 속의 반쯤 허물어진 돌무더기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반야낙조! 지리의 10경에 드는 빼어난 아름다움인데 오늘의 반야에는 안개와 바람만이 있을 뿐이다. 심마니능선도 묘향대도 모두가 숨어 버렸다.
간간히 구름을 헤치며 드러내 보이는 정상 부근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안개와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안겨 준다.
돌탑 옆의 넓은 바위에 누워 바람을 맞고 안개 속을 헤매며 1시간 여를 반야에 푹 빠져 있다가 12:30시 반야와 이별을 하고 길을 내려섰다.

노루목을 지나고 빠른 걸음으로 임걸령에 이르러 바위에 앉아 잠시 다리쉼을 한다. 그런데 웬 스님 한 분이 지나가는 등산객 서너명과 선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을 뒤로 하고 쉬던 발길을 재촉해 다시 길을 이어 5분쯤 지났을까. 라이온스 표찰을 단 20여명의 단체 산행객들이 좁은 길을 점령 하다시피 하며 노루목 쪽으로 산행을 잇는다. 산행 중에 이런 단체 산행객을 만나는 건 솔직히 조금은 짜증스러운 일이다. 대개 이런 산행객들은 오르막에 든 사람도 무시한 채 자기들 위주로 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만난 이 단체 산행객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길 한 켠에 비켜선 다른 산행객들의 표정이 짜증스러워 보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인데 어느 틈에 그 스님도 다가와 길을 내주고 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스쳐 지나가는 그 산행객들을 향해 스님은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어 댄다. 참, 스님도 별나구나 생각하며 걸음 빠른 스님의 뒤를 열심히 따라 붙는다.
스님은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쏟아내는데 범상치가 않다.
어느 암자에 계시냐는 불청객의 물음에 스님은 묘향대와 법명이 "진묵"을 말씀하시지 않는가!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으니 그 거침없는 독설로 유명한 진묵스님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더구나 스님은 묻지도 않은 핸드폰의 전화번호까지 일러주며 꼭 묘향대에 들르라 하신다. 노고단 고개에 이르기까지 진묵스님은 참으로 여러 말씀을 주셨다.
일이 있어 광주에 가신다는 스님과 노고단 고개에서 헤어지고 14:30시부터 탐방시간이 주어지는 노고단에 오른다.
몇 차래 노고경험이 있어 노고단의 조망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노고단에는 역시 자욱한 안개 뿐이다.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서둘러 노고단에서 내려오니 15:20시가 되었고 걸음을 계속해 성삼재에 도착한다.
제법 굵은 빗줄기가 계속되고 자욱한 안개가 어둠처럼 내려 앉은 성삼재에서는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차량들로 혼잡하다.
배낭을 내려 찻속에 집어 넣으니 시계는 16:00시를 알려 주었다.  (끝).




빗속의 꽃은 아름다운 빛깔로 눈을 유혹했다.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주위로 노란 원추리와 꽃들이 피어있고 짙은 안개가 산위에서 내려 오기 시작했다.



노고단고개에서 주능으로 접어드는 순간 안개속의 반야가 슬며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 산행중 반야를 볼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길 안내를 하고 있는 표지판과노루목에서 되돌아 본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이다. 노루목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로 몇몇의 등산객만이 있을 뿐이었다.



노루목에서 오른 길과 화개재에서 오르다 오른쪽으로 드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의 표지판,반야로 오르는 내내 볼수 있
는 여러 들 꽃.


반야봉 정상의 표지석. 잠깐 안개가 물러간 사이 찍었다.



반야 정상의 돌무더기, 지금도 반쯤 허물어진 그대로다.



반야 정상의 표지판, 이 곳 정상에서 달궁으로 내려 설수도 있고 심마니능선을 타고 반선으로 내려 서기도 한다. 2005년까지 휴식년제로 출입금지 상태.

우측 그림은 반야에서 내려와 다시 노고단고개에 이르러 노고단 정상을 오르는 나무계단 길이다.

아래 좌측의 들꽃은 노고단에 피어 있는 것이다. 원추리는 이제 그 절정을 넘어 꽃이 지고 있는 중이다. 안개속의 노고단 방송중계철탑.



노고단 정상의 표지석.


왼쪽 그림은 노고단 정상에 있는 돌무더기(돌탑). 이 돌탑으로 정상의 높이가 5m 높아졌다. 1,507m. 다시 안개가 몰려오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40여분만에 노고단에서 노고단고개로 내려왔다.
  • ?
    yalu 2003.08.18 15:54
    ^^안녕하세요,이영진님.늘 산행기 감동깊게 읽고 보고 있습니다.이영진님도 그러셨군요.히히히 저도 반야봉에 처음 오르던 날,사람들이 내려가길 기다려 넓직한 바위위에 누워서,휙휙 온 몸을 감싸는 구름과 함께 노래를 불렀답니다.장하던 금전벽우~~
  • ?
    오 해 봉 2003.08.18 19:17
    반야봉 돌탑이 무너졌다는 소식은진즉이 들었는데
    오늘 이선생님의 사진을보니 마음이 착찹하네요.
    작년 루사때도 견뎠던 탑 인데.
    언제나 옛모습을 찾을수있을까요.
    누가 앞선다면 돕고싶은 생각이 듭니다.
    궂은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 ?
    이 영진 2003.08.18 21:05
    오선배님! 안녕하시지요? 일전에 전화를 드렸더니 근무가 아니시라고해서 통화 못했지요. 이어지는 중국방문기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감탄도 하면서... 건강하시고 늘 좋으시기를 빕니다.
  • ?
    Mckay 2003.08.19 00:18
    매번 님의 글을 읽노라면 " 난 언제쯤 저렇게 될수있을까?" 라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하게 됩니다.. 다시한번 존경합니다. 님~~
  • ?
    아영호 2003.08.19 19:00
    빗속의 향연 늘 그랬듯이 수고하셨네요,진묵스님과의 만남 항상 싱싱한 사진과 글들 고맙다는 앉은 뱅이의 인사이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1162 老姑壇 5 슬기난 2013.02.09 1988
1161 老姑壇 9 슬기난 2006.12.07 3477
» 落照는 없고 안개만 자욱했다. 5 이 영진 2003.08.17 1991
1159 힘이나네요... 1 세석평전 2004.05.27 1864
1158 힘 들었다, 그러나 또 가고싶다. 2 이 영진 2003.07.18 2828
1157 흰바위골 - 일출봉 능선 2 file 산사나이 2007.11.02 2209
1156 황장산 산사나이 2004.11.23 2263
1155 황매산을 다녀와서 털보 2002.05.03 1946
1154 황룡이 누운 듯 봉황이 나는 듯(화개동천) - 2 1 구름모자 2013.08.29 1790
1153 황룡이 누운 듯 봉황이 나는 듯(화개동천) - 1 구름모자 2013.08.27 2078
1152 환상속의 눈꽃 터널을 지나... 1 이영진 2003.01.06 2023
1151 화엄사에서유평마을로 5 어린백성 2006.06.02 3253
1150 화엄사에서 유평리로 걸으며 벗에게 보내는 편지 4 쉴만한 물가 2009.02.17 2940
1149 화엄사에서 뱀사골로 1 송학 2003.08.12 2418
1148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1박 2일) 6 file 카프리섬 2007.09.04 3740
1147 화엄사에서 노고단대피소까지 1 거북 2009.11.19 3525
1146 화엄사~~>반야봉~~>반선 14 소주한잔 2003.10.21 2828
1145 화엄사 - 대원사 왕복종주. 26 file 오 해 봉 2006.08.20 6167
1144 화개동천 '달빛초당' 6 김현거사 2004.01.05 1996
1143 홀로 처음간 지리산(화엄사 - 중산리) 2 최상설 2002.08.17 278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