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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모악산)
ㅇ산행일자:2003년 1월 5일
ㅇ산있는곳:전북 완주
ㅇ산행코스:모악관광단지-김씨묘능선갈림길-천일암갈림길-신선바위-남봉-북봉-매봉-독배삼거리-암릉-청하서원-중인동
ㅇ산행시간:Am10:40~Pm15:00

  이틀 동안 계속된 폭설은 세상을 온통 흰 빛깔로 바꾸어 놓았다.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저 하얀 것 뿐이다.집 근처의 나무에도 이 처럼 눈이 많이 쌓인 것은 이사를 온 15년여 동안 한번도 본적이 없는 풍경이다.더구나 기온마저 영하에서 10도 이상 끌어내린 탓에 쌓인 눈이 좀처럼 녹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모악산으로 향하는 시내버스는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들어차 있다. 버스는 승객을 더 태울수 없는 까닭으로 모악산 입구까지 한번도 쉬질 않고 살금살금 빙판도로를 운행하여 관광단지까지 오르지 못하고 입구 도로변에 승객들 을 쏟아 놓는다. 몇대의 승용차들이 관광단지로 오르는 도로를 힘겹게 오르다가 미끄러움으로 헛바퀴만 돌다 멈춰 서 버리고 한다.

시인 "고 은"님의 모악산 詩 碑 앞에서 스팻츠와 아이젠으로 산행준비를 하고 좌측의 오르막 산길로 접어 든다.
그런데 출발부터 보통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 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속을 단 한 사람만이 지나간 탓에 길도 제대로 뚫리질 않아 힘이 많이 든다.그나마 한 사람 만이라도 발자국을 남긴게 얼마나 다행인지...
두 걸음을 앞으로 나가면 한 걸음은 다시 미끄러진다 싶을 정도로 산을 오르는게 여간 힘이 들지 않는다. 폭설에다 눈이 푸석거려 아이젠도 크게 도움이 되질 않으니 미끄러지기 일쑤다.

김씨 시조묘 능선 갈림길까지 오르는 데에도 힘 듦으로 땀이 솟는다. 작은 암릉이 있는 곳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지고를 반복하여 겨우 올라선다.
평소 이곳은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가시게 하는 곳인데 어디 발을 붙이고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대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오를 수 밖에 없다.
암릉을 올라서 사면을 돌고 또 오르고 하여 또 암릉지대 앞에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구이초교 쪽 산 사면을 내려다 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산은 온통 많은 눈으로 덮여 있는데 나무가지들이 그 무거움으로 축 늘어져 흰 눈을 이고 있는게 여간 아름답지 않다.
가지들은 서로 엉키고 설켜 환상적인 눈꽃 터널을 만들고 있다. 밤새 기온이 급강하 한 탓에 바람에 날린 눈들이 가지에 얼어붙어 나뭇가지는 온통 하얀 빛깔로 변하여 신비롭기까지 하다.

590봉에서 내리막으로 변한 산 길은 걸음을 달음박질 치게 만드는데 눈 처마를 이루고 쌓여 있는 눈 덕분으로 달리는 발길을 따라 눈보라를 이르키며 내 뒤를 따른다.
많은 눈 때문에 넘어져도 푹신하기만 할 뿐 전혀 위험하지 않다. 동곡암 갈림길 부터는 눈이 더 많다.완전히 허벅지를 덮고 나무에는 한 자도 넘는 눈들이 힘겹게 매달려 있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남봉에 올라서니 사방의 산이 조망되는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특히 금산사 쪽 산 사면의 나무들로 이루어진 설경이 그야말로 비경을 이루고 있다. 마치 상고대 처럼 나뭇가지들은 온통 하얀 눈으로 싸여 눈을 황홀하게 만든다.
정상에 서 있는 철탑에도 하얀 눈이 얼어 붙어 마치 우주를 향하는 우주선처럼 평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정상 갈림길에서 북봉으로 향하는 내리막 길의 양 편에 늘어서 있는 나무들도 눈꽃이 화려하여 발길을 옮길 수 없을 정도이다. 김해에서 왔다는 20여명의 등산객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하기야 15년여를 모악산을 다닌 나도 이처럼 화려한 설경은 본 기억이 없으니 눈이 귀한 김해에서 온 그들에게는 오죽하랴.

북봉에 도착하니 수 많은 등산객들이 점심을 들며 환상적인 설경에 빠져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온통 시끌벅쩍하다.
북봉에서 매봉까지는 거의 내리막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양쪽으로 늘어 서 있는 소나무의 설경이 특히 아름답다. 눈이 쌓여 있는게 아니고 누군가가 눈을 퍼 얹어 놓은 듯 수북히 쌓여 본래의 소나무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경치를 안겨 주니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쌓인 눈으로 길은 편하고 차거운 날씨로 심설속의 겨울 산행 맛을 톡톡히 즐기며 독배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암릉으로 내려선다.
이 암릉길은 길지는 않지만 모악산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이어지는 암릉길로 좌우 양쪽의 급경사 사면이 제법 눈을 어지럽게 하는 곳이다.중년 여자 둘이서 암릉을 넘지 못하고 되돌아 갈지를 고민하고 있더니 내가 앞장서니 그들도 용기를 얻은 듯 뒤를 따른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미끄럽고 특히 귀신사 쪽의 낭떠러지는 상당히 위험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미끄러진 흔적이 많은 곳에서 나도 급기야 주~욱 미끄러져 내려가다가 간신히 나뭇가지를 붙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일어서 내려다 보니 그대로 내려 갔다가는 글쎄~~~.

이곳에서 내려서는 길도 역시 눈을 마음껏 즐기기에 넘쳐 난다.눈 터널이 지나온 곳보다 훨씬 길게 이어지고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완전한 눈의 나라로 변한 모악산의 전경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조망 되는데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다.
바람처럼 빠른 속도롤 눈길을 내려 선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 오르막 길이다. 푹푹 빠지는 눈이 걸음을 힘들게 하지만 이 계절에만 맛 볼수 있는 까닭이니 그저 즐거울 수 밖에..

오르막이 그 끝을 다하고 다시 이어지는 내리막으로 변한 눈길을 잰 걸음으로 내려서면 삼거리의 갈림길이다. 낙엽송이 빼곡히 우거진 우측으로 길을 들어 이어지는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낙엽송의 설경 또한 아름답기는 매 한가지다.큰 키에 회색의 나뭇가지와 하얀 눈은 또 다른 조화를 이루며 깊은 겨울의 계절 맛을 한층 더해준다.

따스히 쏟아져 내리는 햇빛!
그 햇빛에 보석처럼 빛나는 하얀 눈!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르키는 눈보라!
코 끝을 시리게 하는 겨울바람!

참으로 산행의 참다운 묘미는 사계절 중에서도 겨울이 으뜸이다.겨울산이면서도 심설이 깊이 쌓여 있는 때이니 이 호사로움을 다 나눠주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한동안 이어지는 사면의 내리막을 내려서니 넓다란 묘지가 나타나는데 온통 눈으로 깔린 곳에 누군가가 눈 사진을 여러장 찍어 놓았다.
어릴적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찍었던 눈 사진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며 할 수만 있다면 동심으로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잠겨 본다.

하얀 눈위로 나를 따르는 발자국을 데리고 넓다란 묘지를 몇 바퀴 돌다가
논둑길을 건너 길을 내려 선다.
이내 눈속에 덮여 있는 청하서원의 모습이 보이고 우측으로 작은 냇물을 옆에 두고 이어지는 길을 뒤로 보내니 갑자기 소란스러워 지며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든다.
그리고 한 켠에는 김을 뿜어내는 커피 장사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중인동의 윗 부분으로 여기에서 여러 갈래로 길이 갈라지며 능선으로 올라서는 곳이니 산행의 시작 분기점이다.
날씨는 차겁고 매섭지만 전주 사람들은 모악산의 유혹을 떨쳐 내지 못하고 이 늦은 한 겨울의 오후에도 눈 쌓인 모악산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환상적인 눈꽃 터널을 그리며...     (끝)  
  • ?
    모악 2003.01.18 10:34
    겨울 모악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산행기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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