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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2.10.27 14:24

막내와 2박3일

조회 수 934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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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0. 20. 일

공항 터미널 예식장에 다녀오니 4박5일 휴가를 나온 막내가 집에 와 잠을 자고 있었다.    
휴가 온다고 일직을 하고 잠을 못잤다고 한다.
20:00시경에 깨워 배낭을 꾸렸다.
(막내는 한달여전 통화중 엉겁결에 나를 따라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해 버렸기에 별로 맘에도 없는 산행인것 같다. 그간 수시로 2,3일마다 통화때마다 벽소령과 장터목에
예약을 했다고 압력 겸 당부를 했었다.)

65리터인 막내 배낭엔 침낭 2개, 우의2개, 베게2개, 은박지 깔판, 파카잠바, 코펠, 버너용 둥근 개스 4개등을 채우니 제법 모양이 났다.(18kg)

45리터인 내 배낭엔 소형비디오카메라와  카메라를 제외하곤 순전히 먹을것들로 가득 채워졌다. (21kg)
행여 막내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가 엄마가 직접 저울에 올려 확인하고 서로 웃었다.

영등포역에서 23:59분 출발하는 진주행 기차를 타기위해 22:40분 집에서 출발(부천,송내동)
팽택을 지나며 보니 막내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고 잠을 잔다.
나는 더워서 고생하며 눈만 계속 감고 있었다.

0. 10. 21. 월

곡성을 지나면서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기차는 정확히 05:01분에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앞에서 25000원 주고 성삼재까지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젊은분인데 과속을 말고 안전운행을 하도록 정중히 당부를 드렸더니
걱정말라고 하면서도 무척 달렸다.
기사님 말로는 버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돈도 택시와 별차이 안난다고 한다.
버스비와 입장료 시간을 생각하면 택시가 이익이란다.

(새벽시간대에는 입장료를 안내고 매표소를 그냥 통과하니까 그말도 맞는것 같다.)

나는 월남전에 참전했기에 참전용사증덕에 이돈은 면제입니다 하며 둘이 웃었다.

05:45분경 성삼재에서 내려 막내모자위에 렌턴불을 밝히고 묵묵히 노고단을 향했다.
지난 6월과 9월에는 4,5번씩 쉬고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두번 쉬고
올라왔다.
여름보다 덜 더워서다.
노고단에서 김밥에 오뎅을 끊여 아침을 먹었다.
영등포에서부터 같은 칸에 타고온 아주머니 세분과 부천 성불사 비구니 스님이랑
도란도란 좋은 아침이었다.

07:40분경 한번도 안쉬고 노고단 언덕에 올라 구름바다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촬영했다.

10:00경 삼도봉 도착.

순천에서 오셨다는 분이 갖고온 1800만원짜리 카메라도 구경하고 대전에서온 스무살 이군도 동행시켰다.
이군은 12월달 입대를앞두고 자신감을 갖기위해 지리산에 왔다고해서 잘했다고 칭찬
해주었다.
불무장등 계곡은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뱀사골로 내려가는 화개재. 토기봉, 명선봉을 지나고

14:00경 연하천도착

3인분짜리 비닐봉지에 넣어온 불고기와 삶은 계란으로 늦은 점심.
막내와 이군은 충분했고 서울아주머니들은 맛만 보았고.
전에는 쓰레기를 버릴수 있었기에 취사장에서 남의 쓰레기까지 약2리터정도를 비닐봉지에 담았는데 산장주인 노시철씨는 남원가고 없고 임시관리인인 젊은분이 갖고 가라고 해서 이군과 막내가 들고 벽소령까지 갈수밖에 없었다.
솔선수범하다가 덤택이 쓴 격이다.

15:30분경 안개는 캄캄할 정도로 끼고 간간히 빗방울도 한방울씩 떨어지기에 불안했지만 인터넷 일기예보를 믿고 이군까지 셋이 벽소령행.
서울아주머니들은 도저히 더 못간다고 연하천에서 잔다며 이M숙으로 벽소령에 예약한것을 취소해달라고 당부하였다.

물기가 있는 돌과 바윗길을 조심하라고 계속 잔소리하며 걷는데 이군이 무척 힘들어 했다.
막내와 이군은 나의 설명에 형제봉바위를 무척 신기해했다.
바위 위에 굳굳히 서있는 소나무를 유심히 살피며.
오르고 내려가고 또 오르고 미끄럽고 그래도 묵묵히 걸으니 17:50분경 벽소령에
도착되었다.

사무실에 들려 예약을 확인후 자리를 배정받고 지난달에 왔다고 알아보며 주의사항은 생략한다고 했다.  
햇반과 라면으로 셋이서 저녁을 먹고
이군발에 물집이 잡혔기에 따고 약을 발라주었다.
어젯밤 못잤기에 19:30분부터 누웠다가 바로 잠이 들었다.

0. 10. 22. 화

얼마나 잤는지 깨어보니 03:20분이다
밖에서는 무지무지한 겨울바람 소리가 나고 그냥 눈감고 자다 깨다 보니 거의가
일어난다.
07:00에 막내와 이군을 깨워 짐을 챙겨 취사장에 가니 겨우 한구석 후진 자리를
잡았다.

일찍 일어난 사람들은 세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쌀을 씻어 밥을 했다.
1600원짜리 북어국을 두개 넣고 된장과 감자, 고추도 한개 넣었더니 무슨맛인지 모르겠고 그져 된장국 같았다. (집에 와서 그말 했다가 따로 하지 그랬냐고 한소리 들었다)
그러나 셋이서 아침을 맛있게 잘 먹었다.

08:30분경 세석을 향했다
날씨는 추워도 맑기에 이곳저곳 구경도 잘하고 사진도 여러장 찍으며 갔다.

종주때마다 힘들었던 영신봉 아래에서는 철제계단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쇠파이프를 용접하고 있기에 일하는 분들에게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 드렸다.
(10월18일날 로프를 잡고 올라가던중 미끌려서 불의의 사망사고가 발생되었기에 급히 작업을 한다고 했다. 마음이 무척 우울했고 마음속으로 그분의 명복을 빌며 지나왔다.)

12:30분경 세석에 도착

불고기와 햇반으로 점심을 먹고 비닐봉지를 들고 청소를 하던중 만원짜리 20여만원
이 든 돈지갑을 주웠다.
우리가 왔을때 앞식탁에 앉아 혼자 라면을 먹던 젊은이가 지갑을 떨어뜨리고 그냥
간것이다.

주민등록증을 보니 서울에서 온 31세였고 얼굴이 맞기에 약500미터쯤 세석평전으로
올라가는 젊은이를 큰소리로 부르며 지갑을 흔들었더니 배낭을 벗어놓고 뛰어왔다.
웃으며 고맙다고 절을 두번 한다.
언제나 떠날때는 항상 점검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더니 "예,예" 하며 고마워했다.

13:30분경 장터목행.
촛대봉 중간쯤에서 서울아주머니 세분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사탕을 나눠드렸다.
선방에 계신다는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서울아주머니들과 동행하고 있었다.

연하봉중턱에서 의신에서 올라왔다는 수녀님 세분을 만나 사탕과 치즈를 드렸다.
연하봉정상에서는 광주에서 온 10세의 초등학교 3학년 여자어린이를 만났다.
엄마와 이모랑 왔다고 한다.
엄마와 이모는 지쳤는데 10세짜리는 지친 기색도 없고 명랑하고 예뻣다.
비디오도 주인공으로 여러번 촬영했다.

16:40분경 장터목 도착

장터목에서 예약확인하고 자리배정을 받던중 대기자순서를 받던 의신에서온 수녀님들을 만났다.
수녀님들에게 숙박료를 내가 내겠노라고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돈을 줬으나 안면있는 장터목 관리 공단직원 조현종씨는 대기자여서 돈을 받을수가 없다고 한다.
컵라면만 세개 사드리고 취사장으로 왔다.

취사장은 인터넷에서 보고 듣던데로 대만원이었다.
날씨가  추운데도 늦게 온 사람들은 밖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았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 있을수고 없고 식사후 자리를 펴고 보니 18:30분이었다.
2층이라 너무 더워서 혼났다.
모두 런닝과 팬티 차림이었다.

21:00시에 소등이라고 방송한 후 등산화가 없어졌다고 누군가가 와서 이야기 하자
모두들 비닐봉지를 들고 신발을 가지러가고 야단이다.
산에오는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들인데.
한참후에 헤프닝이라고 걱정말라는 소리가 들렸다.

0. 10. 23. 수

01:30분에 깨서 또 자다 깨다 하며 05:00시에 막내를 깨워 배낭을 꾸려놓고
05:20분에 렌턴을 켜고 천왕봉을 향했다.
달은 밝았지만(음력9. 18일) 계곡과 산그늘에 가린 곳은 칠흙같이 어두웠다.

조심조심 제석봉 고사목지대를 통과하여 오르고 내리며 통천문을 통과하고
쉬엄쉬엄 올라갔더니 날이 밝아왔다.
너무 빨리 올라가면 정상 추운데서 고생하니까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며 올라갔다.

   06:30분 천왕봉 도착

장터목에서 잠잔 사람들중 90%는 올라온것 같다.
수녀님들. 광주에서 온 열살짜리. 수원에서 온 50대부부 두팀을 보고 인사하고.
날씨가 좋아서 중산리가 훤하게 잘보였다.
동쪽 하늘에 구름이 굵은 띠를 두르고 있기에 불안했으나 해는 힘차게 올라왔다.

그져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시린손으로 막내에게 악수를 청했더니 막내는 손이 따뜻했다.
"야  언젠가 삼대가 한번 와보자" 했더니 빙긋이 웃는다.
날씨는 무척 추워도 무조건 흐뭇하고 좋았다.
다른사람들이 거의 다 내려갈때까지 비디오도 촬영도 하고 남의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천천히 내려왔다.

지난달에는 로프였는데 철근에 나무기둥을 세운 등산로 안전표식공사를  잘해놨기에 공원관리공단에 감사드리며 내려왔다.

07:50분 장터목 도착

라면 3개를 끊여 먹고 커피도 생략하고 08:35분에 백무동을 향했다.
원래는 치밭목을 거쳐 대원사 쪽으로 갈려고 했는데 막내가 바쁘다고 하여 방향이
백무동으로 바뀌었다.
망바위, 참샘, 하동바위 출렁거리는 철다리 두개를 건너 백무동에 오며 서울에서온 40대부부 두팀과 앞서고 뒷서고 했다.
참샘위에서는 74세와 70세의 할머니 두분을 뵙고 잘 다녀 오시라고 인사드렸다.

    11:40분경 백무동 도착

최화수선생님 칼럼에 나오는 느티나무집에 갔으나 문이 잠겨있기에 지난달에 들렸던 집에가서 토종닭으로 점심을 먹었다.
13:30분 동서울행 표를 끊고 핸드폰시계를 보니 13:27분이기에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막 마시는데 버스 한대가 스르르 갔다.
헌데 그게 우리가 타야 할 버스였다.
매표소 아주머니께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택시를 불러주고 고속버스기사님과 통화를 하여 속도를 좀 눚추라고 하며 충분히 타고 갈수 있다고 하며 위로해준다.
택시비도 자기들이 부담하니까 걱정말라고 하였다.

(백무동 매표소 011-550-5715.   고속버스기사님을 통해 핸드폰번호를 알았고 아주머니와 일차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꼭 보답하겠다고 약속했음. 대단한 성의였음)

무쏘 영업용 택시가 안전하게 잘달려 인월을 지나서 고속버스를 세워서 탔다.
모자를 벗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우리자리로 찾아가는데 대단히 염치가
없고 미안했다.

함양을 거쳐 서울로 오면서 이번 산행이 어떤 산행보다도 보람있는 것같고 뭔가 표현
하기 힘든 흐뭇함을 느낄수 있었다.
성삼재부터 천왕봉과 백무동까지 항상 뒤에 따라오며 무거운 배낭을 맨 나를 걱정
하고 조금씩 미끌릴때마다 걱정해주는 걸보니 철이 든것 같고 고마웠다.

산행중 막내가 대단히 건전한 사고와 성실함이 엿보이기에 뿌듯했다.

동서울, 강변역, 신도림역, 중동역을 거쳐 집에 돌아왔다.
엄마가 저울에 올려본 배낭이 나는 8kg, 막내는 15kg이었다.
설마하고 내가 또 달아봐도 마찬가지였다.
"임마 좀 무겁다고 하지 그랬냐" 하자 이정도야 거뜬 하다며 웃는다.
하지만 미처 못챙긴게 무척 안쓰러웠다.



추신 1. 배낭은 될수록 최대한 가볍게 할것,
       2. 스틱은 가급적 두개가 훨씬 힘이 덜듬,
       3. 겨울에도 대피소가 따뜻하니 불필요한 옷은 줄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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