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by 청솔지기 posted Dec 1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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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에서-

그 날은
아침 일찍 떠나는 아리랑열차
삼삼오오 모인 객들의 복장이 화려했다.
휘장이 걷히자
김이 모락거리는 어묵탕집
앞치마 두른 여인들 손놀림이 분주하고
새벽바람 맞으며 아침을 거른 객들이 웅성거리는 곳,

그 구석에
덜덜 떨고 서 있는 노인
입은 합죽하고 수염은 썽긋,
추위와 굶주림이 그를 감싸고 있다.
오뎅 한 꼬치와 김밥 두 조각,
그리고
종이컵에 담아 드린 오뎅국물,
김이 서린다.
그의 썩은 이빨에도 잠간 더운 김이 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