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by 연하 posted Feb 06,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Wild>

달팽이가 되느니 참새가 되겠어.
못이 되느니 망치가 되겠어.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귀에 익은 사이먼 엔 가펑클의 '엘 콘도르 파샤'가
화면 가득 광활한 들판과 호수를 배경으로 흐른다.

실화로 출간된 책에 감명받은 리즈 위더스푼이 열연했다.
가난과 폭력으로 불후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셰릴은
유일한 버팀목이자 친구였던 엄마마저 급작스레 병으로 죽자
삶의 모든 희망을 잃고 방탕한 생활에 내던져진다.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퍼시픽 트레일 안내책자ᆢ
"나는 강하고 책임감 있고 꿈도 있었어!"
자진해서 부랑자가 되어
산만한 배낭을 메고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4천Km가 넘는 험난한 도보종단 길에 들어선다.
사막과 황무지를 지나고 호수를 건너고
눈 쌓인 산을 넘는 극한의 여정,
2분에 한 번씩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발톱이 빠지도록 걷고 걷는다.

영화 후반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졌던 과거와 오버랩되며
무수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문하고 또 자문한다.
"네게 가르칠게 딱 하나 있다면 네 최고의 모습을 찾으라는 거야"
"일출과 일몰은 매일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볼 수 있지."
여행의 끝에서 그녀는 말한다.
"내가 행한 모든 것들이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거라면
나한테 미안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반복할 것이다."
마침내  
'신들의 다리'에 도착하고ᆢ
이젠 강물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한다.
고통 없는 변화는 없고
알 수도 되돌릴 수도 없고 두려운 것이 삶과 길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때때로
인생을 잘못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에 대한 무너진 신뢰감
더 이상 힘을 낼 수 없는 무력감
기대감 없는 뻔한 삶에 대한 권태가 밀려올 때
누구도 위로가 될 수없고
철저히 혼자 일어서야 할 그런 때 필요한 건
자연이 주는 치유밖에 또 뭐가 있을까.

영화 음악도 좋은데 아쉽게도 상영관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