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관계회복 2 (설악 구곡담 계곡)
- 일시 : 2016년 7월 24 ~ 25일
- 장소 및 코스 : 설악 (백담 - > 수렴동계곡-> 수렴동대피소-> 구곡담계곡(봉정골)-> 봉정암 -> 소청대피소 / 역순 하산)
- 함께한 분들 : 내설악산악회 고문 내외분, 벽암님 일행
‘욕망은 결핍에 대한 공포’라고 누가 말했나. 바로 들뢰즈다
유부남이란 존재는 세상의 반이 여자인데 여자를 만날 때마다 경계에 선다.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면서 그 한계를 넘고자하는 욕구에 시달린다.
유부남이란 아내가 있는 남자란 뜻이고 딴 여자가 없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래서 유부남은 딴 여자를 욕망한다.
이 내용은 미르셀로 비르마헤르의 ‘유부남이야기’의 내용이다.
비유가 적합하진 않지만 언뜻 생각났다.
요즘 내가 그렇다. 지리산을 놔두고 지도를 탐했고 이젠 지도에도 시큰둥해져 자꾸 설악을 탐하고 있다.
그런데 산은 지리산이라는 명제를 지우지는 못하겠다.
잠시 결핍에 대한 공포로 한눈을 파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는 말도 하지 못하겠다.
지난달 1년만의 설악 비박산행 후유증은 대단했다.
한달동안 몸살처럼 관절 마디마디의 통증으로 회복운동도 어려웠고
산행은 꿈도 못 꾸고 완전 우울모드였었다.
얼마전 솔체(설원님의 아내)님께서 촬영한 소청대피소에서의 일몰사진을 보고 소청에서 하루 묶고 싶다고 하니
설원님께서 참석 여부에 관계없이 일요일 하루 숙박권을 마련해 주셨다.
금요일까지도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하려다 설악에게 무작정 몸을 맡겨 보기로 하고
토요일 밤 비를 뚫고 설원님의 사업장인 인제군 북면 설원농산에 도착했다.
백담사를 오르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을 동반한 한 가족은 경치도 잊은 채 포켓몬Go에 열중이다.
오르는 중에 사냥한 몬스터만 합이 15마리가 넘는 듯했다.
여긴 지금 포켓몬 사냥터가 되어 있다.
출발이다.
걷기 시작하자 한번도 아프지 않았던 부위 이곳 저곳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견디어 보기로 하고 나중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민폐가 되면 안되는데...
그래도 몸은 배낭의 하중을 기억해 냈는지 점점 적응을 해가는 중인 듯 했다.
안개에 갖힌 산사길을 걷는 맛도 쏠쏠하지만 높은 습도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영시암이란 암자의 이름은 조선 숙종때 서인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남인 등용을 시작하면서
당시 서인이었던 영의정 김수항이 세자 책봉에 관련되어 관직이 박탈되고 사사되었고...
그의 세째아들인 창흡이 암자를 짓고 설악의 산수를 즐기고 영원히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의 '영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봉정암을 오르내리는 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암자라는 생각만 남아 있다.
불자들께서는 이 암자에도 관심을 가져 주셔야겠더라...^^
애들을 데리고 온 등산객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하시는 솔체님께 철화형님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철화형님이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배낭을 내려 놓는다. 어~~ 옥희님도...
수렴동대피소 여기가 이번 산행에서 1차 회기지점이었다.
상태가 안 좋으면 여기서 하산할 예정이었는데 상태는 양호했다.
여기에서 벽암님 일행과 합류했다.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는 등로가 유실되어 통제 중이고 이것 용아교도 시설 보수공사 중이다.
산행 중 간간히 내리는 비로 인해 카메라는 배낭 속에 넣고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하기도 했다.
흙수저로 태어났던 금수저로 태어났던 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에서는 누구든 평등해야 한다. 그저 산그리움을 몰아쉬면 된다.
보고 싶으면 보면 되고 만나고 싶으면 만나면 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없는 산친구들 부담 없는 웃음이 좋은 것이다.
동창회 동문회에 가지 않아도 얼룩진 나눔의 이야기가 아닌 산에 가면 꽃, 나무, 돌, 똘똘똘 흐르는 물,,,그리고 산친구들이 있다.
쌍룡폭포다.
한국에서 유일한 Y자 폭포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좌측이 男瀑, 우측이 女瀑
폭포전망대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였기에 봉정암까지 오르기에 수월했다.
사자바위 내 눈엔 사자로 안보인다...ㅜㅜ
노안 때문일까...
사랑은
그 사람을
내 가슴 속에 심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중하게 가꾸고
보살피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 사람이 내 가슴속에 자라면서
꽃이 피고 향기가 되는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그럼 자비는?
산안개 속에서 마음의 시를 써 내려갔습니다.
오늘은 마음 속 이야기들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산에 드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열려 버렸습니다.
잠시라도 바람이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가끔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세상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추억이 다르게 적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