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서화담 과 반야봉. .

by moveon posted Nov 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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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담의 반야봉                  

"반야봉은 지리산의 최고봉이다. 이 날은 청명하여
엷은 구름까지도 모두 씻은듯하여 만리가 탁틔었는
데, 해는 저물고 길은 멀어서 마침내 봉우리 위에
묵게 되었다, 밤에는 은하수가 깨끗하고 맑았으며
조각달이 밝아 나무 우거진 골짜기를 맑게 비치어
자욱이 솟아 나는 듯하였다.
동편에 아침해가 뜰 무렵이 되자 희미하게 여러 산
봉우리들이 점점 모두 드러나서, 태초에 자욱하던
기운에서 천지 만물이 생겨나던 때도 반드시 이와
같았을 것 이라 생각되어 詩 한수를 지었다.
  
  지리산은 우뚝이 동녘 땅을 다스리고 있어
  올라가 보니 마음 눈이 끝없이 넓어지네.
  험한 바위는 장난한 듯 솟아 봉우리들 빼어났으니
  아득히 넓은 조물주의 공을 그 누가 알리
  땅에 담긴 현묘한 정기는 비와 이슬 일으키고
  하늘에 머금은 순수한 기운은 영웅을 낳게 하네."

花潭集에 나온 서경덕의 "지리산 반야봉에 묵다"라는
글과 詩이다.

산속의 밤은 외로움의 극치이다.
특히 깊은 산중에서의 혼자의 밤이라는 것, 선인들의
호연지기가 현대인을 압도하는 느낌을 받는다.

글을 읽다 저절로 입가에 웃음을 피어 올릴 수 있는
것, 그것도 바로 지리산이라는 이름앞에서 일수 있어
서 일 것이다.

반야봉은 늘 푸른 침엽수림지역 같은 모습으로
어디서 보던 두 개의 연봉으로 이어져 보이는 특징이
있어서 어느곳에서나 구분이 확실히 되는 곳이다.
유난히 크고 유난히 둔탁해 보이는 완곡한 선은
전 지리의 능선이 운해에 잠기는 순간에서도 멀리
그 구름 바다에 둥둥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유일
한 환상이 된다.
말을 잃어야 비로소 표현을 할 수 있을 것들이다.

사족:화담은 송도 3절로서 조선 여류시인 황진이가 내내 사모했던
       조선조 학자이며 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