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by 한겨례 posted Apr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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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지리산에 자리 잡은 지 두 해째,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아랫집 할머니가 가져다준 아침식사. 악양골 사람에게서 배운 정(情)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사진2. 악양 들판의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 두 그루. 이들이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듯이,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그와 같았으면 하고 바란다.


도시민 중에는 ‘나이 들면 시골 가서 살아야지’ 하고 생각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사진쟁이 이창수의 악양이야기’(터치아트)의 저자인 이창수씨는 생의 절반을 서울에서 살다가 나이 마흔에 지리산자락에 집터를 닦았다. 16년간 사진기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그가 어느 날, 서울을 뒤로하고 지리산 품에 기대어 살기로 한 것이다.

서툰 농사꾼으로 다시 태어난 저자는 몸을 움직여 땅을 일구고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며 행복을 느낀다. 이른 아침, 뒷집 할머니가 가져다준 소박한 음식과 막걸리 한 사발에 마음이 푸근해지고, 장맛비가 넘쳐나는 논두렁을 다독이는 농부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해지는 것을 느낀다. 면민체육대회가 열리면 온 동네 사람이 한 식구로 어우러지고, 길을 가다 마주치는 어르신들은 흙과 친해지는 법을 일러준다.

“매화가지 딛고 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 땅, 악양에 있음을 행복해합니다.”
이씨의 말이다. 지리산자락의 작은 마을 악양골에서 살기 시작한 지 8년. 그동안 저자가 찾은 행복은 무엇일까? 책을 통해 지리산을, 악양을, 그리고 악양골의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 보자.

지은이가 들려주는 악양골 이야기에서는 흙냄새가 난다. 매화향이 난다. 전직 사진기자답게 수많은 사진으로 담아낸 아름다운 악양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에 여유를 가져다준다. 마을 사람들 이야기에서는 내 고향 같은 정겨움이 묻어나고,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이 전해진다.

또, 작가의 사색을 읽다 보면 도시에서 아옹다옹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책에 실린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대신 여러 가지 짤막한 이야기들과 거기에 꼭 어울리는 사진들이 물 흐르듯 편안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