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묵 눈 뜨다

by 섬호정 posted Jul 2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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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오랜 침묵 눈 뜨다
                                -오영희


새미골 백련지 옛 가마터 찾아든 날

오백년을 피었다 다시 또 피어 만나는

연꽃 잎 그늘에 잠겨 오랜 침묵 눈 뜨다

숨 쉬는 흙을 빚어 그릇을 굽던 도공

가마에 불 지피다 현해탄 끌려가더니

시공을 뛰어 넘어서 유훈으로 피어나다

도요지 새 가마에 원과 한을 데우며

고향의 자궁 속을 뚫고 나온 울림

막사발 찻물 속으로 도공 웃음 번지다.


-2010.시조세계 여름호에서-

* 경남 하동 새미골 백련 도요지 ; 16,7세기 조선 자기의 본류인 분청, 상감,
철화, 백자를 굽던곳.